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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사고 24일 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페루항공 603편의 사진.

 

 

 

1996년 10월 1일, 마이애미 국제공항을 출발한 페루 항공 603편인 B727이 리마 공항에 중간 기착했다.

 

평소에는 B757이 이 노선에 투입되어 왔는데, 전 비행 때 버드 스트라이크로 정비를 받아 첫 기착지까지는 B727-200이 대신 투입된 것이다.

 

이 비행기에는 승무원 포함 180명이 타고 있었는데, 110명의 승객은 내렸고, 나머지 승객들은 정비 점검을 마친 757기로 옮겨 탔다.

 

10월 2일, 자정을 조금 지난 시점, 757기가 이륙했다.

 

 

정비사 이 자식들은 뭔 짓을 한거야???

 

 

근데 이륙 하자마자 바로 문제가 생겼다.

 

 

[이륙 1분 후]

 

GPWS : Wind Shear! Wind Shear! Wind Shear! (윈드시어 감지)

 

부기장 " 고도계가 먹통입니다."

 

기장 : " 알겠어.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륙 직후 갑자기 윈드시어 감지 경고가 울리더니 고도계가 먹통이라는걸 조종실에서는 알아챘다.

 

 

[이륙 2분 후]

 

기장 : "잠깐! 상승! 상승!!! 상승! 상승!"

 

부기장 : "이미 상승 중 입니다."

 

기장 : "상승하자고, 지금 하강 중이잖아 데이빗!(부기장 이름)"

 

부기장 : "상승중입니다. 근데 속도가....."

 

기장 : "속도계는 엉망이야. 마하 트림 경고, 러더레이쇼 경고 그러니까...."

 

이륙 2분뒤 그들은 고도계에 이어 속도계도 먹통이라는걸 알아챘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경보가 계속 울려대서 그들을 계속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하 트림 경고, 러더레이쇼 경고는 모두 고속 상황에 나와아할 경고 인데 이륙 직후에 갑자기 막 울려대니 조종실은 뭔가 이상함을 알아챘다.

 

 

[이륙 3분 후]

 

 

기장 : "속도 확인, 기본 계기만 써, 다른건 전부 먹통이야."

 

GPWS : 과속 경고음

 

부기장 : 타워 페루항공 603, 페루항공 603

 

관제탑 : 페루항공 603 말씀하세요.

 

부기장 : "비상상황 선언합니다! 계기판이 모두 엉망이에요. 고도계와 속도계 모두 고장났습니다. 비상상황 선언합니다!"

 

이륙 3분후 조종실에서는 관제탑에 비상상황을 요청하고, 관제탑에서도 혼란에 빠진다.

 

 

 

[이륙 4분후]

 

부기장 "지금 고도가 500 피트랍니다. 하 정비팀 이 XX들 비행기에 뭔 짓을 한거죠??"

 

기장 : "그 자식들 뭘 어떻게 해 놓은거야."

 

조종실에서는 먹통인 장치들을 보며 정비팀에 불만을 쏟아낸다.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페루 리마 대성당의 밤

 

 

가장 기본이 되는 계기들이 전부 먹통이 된 상황에 제대로 된 비행이 될 리 없었다.

 

속도계, 고도계, 수직속도계 모두 잘못된 값을 보이고 있었고, 비행관리 컴퓨터는 온갖 종류의 잘못된 경보를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비록 일부 맞는 경보도 있었지만, 맞는 경보와 틀린 경보를 구별할 길이 없었다.

 

하필이면 이륙시각 또한 한밤중이라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상황...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변에 있는 것은 온통 바닷물 뿐.

 

즉, 깜깜한 한밤중에 바다위에서 계기장치가 고장난채 그들은 어둠속의 비행을 하고 있었다.

 

리마 공항은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이륙하자마자 비행기는 바다 위에 있게 된다.

 

주변에 건물이나 하다못해 산이라도 있으면 비행기 높이를 대충이라도 대조했을텐데, 이건 뭐 아무것도 없었으니 그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들은 현재 본인들의 비행기 상태를 관제탑에 물어볼수 밖에 없었다.

 

 

[이륙 11분 후]

 

기장 : "말도 안돼... 이정도 출력으로 이 속도가 나오는건 불가능해!"

 

부기장 : "불가능하죠, 그런데 지금 그렇게 나오는 중입니다. 330노트라고 나오네요."

 

기장 : "속도계 전부 다 똑같은게 아닌가?"

 

부기장 : "기장님 고도계는... 아 기장님 고도계도 정상이 아닙니다."

 

기장 : "이런 제기랄... 기본 시스템만 믿고 가야겠어."

 

관제탑 : 페루항공 603, 40마일 거리입니다. 330코스와 평행 비행중이고, 리마 서쪽 진입방향 경로 기준으로 좌측에서 비행중입니다.

 

 

기장과 부기장은 계속 말이 되지도 않는 330노트라는 속도를 보며 절망에 빠진다. 

 

이때 관제탑 에서는 페루항공 603편을 위해 계속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엉망이 된 계기반을 본 조종사들은 관제탑에 비행기의 속도와 고도를 문의했다.

 

관제탑에서는 지상의 레이더로 비행기를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속도를 비행기에 알려주었다.

 

그리고 고도도 알려주었는데 문제는 고도는 레이더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의 계기가 관제탑으로 전송하는 값을 이용한다. 

 

따라서 관제탑은 잘못된 계기가 보내온 틀린 고도값을 그대로 비행기에 알려주었다.

 

 

 

기장과 부기장은 비행기가 충분히 높은 고도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공항 진입을 위해 조심스럽게 기체를 하강시키기 시작했다.

 

조종사들이 속도, 하강속도 어느 쪽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없었기에, 기체는 하강 중 여러 차례 실속에 빠졌고, 그 때마다 비행기는 급격히 고도를 잃었다.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보잉 707기 최초로 생산된 보잉 707기이다.
 

 

 

결국 관제탑에서도 한가지 결심을 했는데 바로 다른 B707 1기를 이륙시켜 이를 이용해 문제의 757기를 유도하려 하였다.

 

이제 핵심은 803편이 707기가 올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것.

 

 

[이륙 28분 후]

 

관제탑 : "로컬라이저 경로 유도합니다. 30마일 거리고 070 방향으로 비행하세요. 현재 경로 유지하세요."

 

부기장 : "070도 방향 유지합니다. 경로는 정확한거 같은데... 지시속도는 불명이고 고도 9700피트...

 

관제탑 : "네 맞아요. 고도는 9700피트고, 속도는 240노트 입니다."

 

 

관제탑은 계속 잘못된 9700피트라는 고도를 알려주었고, 이때 저고도 경고가 계속 울리자 부기장은 다시 한번 묻는다.

 

 

[이륙 29분 후]

 

부기장 : "고도 요청드립니다. 이 속도라면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올라가지가 않..."

 

관제탑 : "레이더 상으로 9700피트 입니다."

 

부기장 : "9700피트요????? "

 

관제탑 : "네 그렇습니다. 비행기에 표시된 고도는 얼마이고, 참고할 만한 계기가 전혀 없나요?"

 

부기장 : "9700피트로 나오는데... 충돌 경고가 나옵니다!!!"

 

기장 : "이봐... 이것 봐... 우리 370노트야..."

 

부기장 : "??????? 370노트요????"

 

부기장 : "저희 기어 내렸습니까?"

 

관제탑 : "페루항공 603. 리마입니다."

 

기장 : "하지만, 기어를 내려봤자 뭐해.. 어떻게 될지 모르....."

 

충돌음(왼쪽 날개가 수면에 충돌)

 

이때 왼쪽 날개가 수면에 충돌한다.

 

비로소 그때야 조장사들은 비행기의 고도를 알수 있었다.

 

 

[충돌 직후]

 

부기장 : "수면 충돌했어요. 조종간 당겨요!!!"

 

관제탑 : "상승하세요. PULL UP 경고 나왔으면 상승하세요."

 

기장 : "이미 하고 있어! 이미 하고 있어!"

 

부기장: "상승하세요!"

 

기장 : "비행기가 뒤집한다!!!"

 

GPWS: WHOOP! WHOOP! PULL... (첫번째 경고음도 다 울리지 못했다.)

 

추락.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비행기의 정압공 입구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덕트 테이프

 

 

추락 지점으로 구조대가 파견되었고, 바다 위를 떠다니던 9구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비행기에 갇힌 채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생존자 0명. 승무원 9명 및 승객 61명 전원 사망했다.

 

사고 이후 페루 해군이 떠다니는 사고기의 잔해를 수거했고, 미국 해군은 페루 정부의 사고 조사 협조 요청에 따라 가라앉은 기체와 블랙박스를 찾을 장비를 빌려 주며 사고 수습 및 조사에 협조하였다.

 

그렇게 조사를 하여 사고 원인을 발견하였는데 원인 바로 "덕트 테이프" 였다.

 

정확히는 덕트 테이프가 동체 밑부분의 정압 구멍, 즉, 정압공(static port)을 덮은 채 방치된 것이 원인이었다.

 

자동차도 세차하듯 비행기도 외부를 세척하는데, 이륙 전에 세척이 있었고 작업자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테이프로 이 구멍을 막았다.

 

여기까지는 당연한데 문제는, 작업자가 세척 후에 테이프를 떼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다.

 

 

속도, 고도, 수직속도 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정압공으로 공기가 드나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막힌 채 이륙했으니 계측이 됐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조종사가 보는 계기들은 엉망이 되었고, 비행관리 컴퓨터에도 잘못된 수치가 입력되어 온갖 잘못된 경보가 쏟아져 나온 사태가 발생했다.

 

테이프가 사용된 것은 사고 기종에 정압공의 유지관리를 위한 덮개가 없기 때문이었다.

 

원래 비행기 외부에는 덮개들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행 중이 아닌 동안 비행기 외부의 중요 부분을 덮어 놓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덮개들은 눈에 잘 띄도록 밝은 색으로 색칠되며 비행 전에 제거하라는 경고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고 기종의 설계에는 이런 덮개가 없었고, 따라서 정비 절차에는 접착 테이프로 정압공을 덮으라고 되어 있었다.

 

정비사들은 외부 세척 후 테이프를 떼는 것을 깜빡 잊었고, 기체가 높고 색이 비슷했던 탓에 어두운 밤에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여 테이프가 정압공을 막은 채 비행기가 이륙했다.

 

하필이면 한밤중,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였던 것도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고도를 가늠해 볼 만한 주변 경관이 안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리마가 아무리 페루 최대 도시이자 수도라고는 하지만 사고기는 하필 시내와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뭐라도 보였으면 대충이라도 높이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사고 당사자인 페루항공은 결국 파산했다. 

 

원래 경영 상태가 안 좋았긴 했는데, 이 사건으로 파산하는 게 더 빨라졌다. 

 

사고 3년 후인 1999년, 페루 항공은 피해 보상금 지급을 면하기 위해 파산 신청을 했다.

 

 

정비사는 과실치사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보잉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단순히 비행관리 컴퓨터를 끄고 아날로그 계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있었을 사고인데, 보잉에서는 이에 대한 훈련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06년, 결국 보잉에서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사고기의 행적을 표시한 지도

 

 

 

image.png 테이프가 앗아간 목숨 <페루항공 603편 추락사고>

사고기의 조종사들 왼쪽 기장 에릭 슈라이버(58), 오른쪽 부기장 데이비드 페르난데스(42)

 

 

 

 

 

사건명 : 페루 항공 603편 추락 사고

 

발생일 : 1996년 10월 2일

 

유형 : 정비 실수

 

출발지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

 

목적지 코모도로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

 

탑승 인원 : 승객 61명 승무원 9명

 

사망 : 탑승객 70명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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