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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jp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사람들이 인텔과 '칩워'에 대해 미국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의 상황도 매우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음.

 

미국뿐만 아니라 EU도 작년에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에 430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유럽판 칩스 법을 발표했음. 그렇게 보면 미국뿐만 아니라 EU도 칩스 법으로 단순히 레거시 반도체만을 자급하는 게 아니라 최첨단 선단공정 반도체도 자국의 영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음. 칩스 법 가이드라인만 봐도 선단공정 FAB에 최우선순위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음. 이제 반도체(특히 최첨단 공정일수록)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안보논리가 지배하는 산업이 되었기 때문임. 이게 다 지정학적으로 너무나도 위험한 TSMC에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게 때문임.

 

그런 관점에서 인텔의 대유럽 반도체 투자는 다른 반도체 회사들과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름. TSMC만 해도 유럽 자동차 회사와 보쉬 등과 협업해서 자동차와 기계장치에 들어가는 소규모의 레거시 반도체 FAB을 세울 예정인 반면, 인텔은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 무려 80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일 뿐더러 독일 작센 주에 짓는 FAB은 20A 공정 이하의 최첨단 선단공정 FAB임.

 

나는 인텔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정부도 등에 업은 사실상 '백인 동맹(White Alliance)' 기업이라고 생각함. TSMC는 결국 아시아 섬짱깨 기업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유럽연합 입장에서 안보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바로 인텔임. 즉, 자국 내 최첨단 반도체 칩메이커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 입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공급망 파트너는 미국과 그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이라는 뜻임.

 

실제로 중국산 배터리와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해 공조를 같이 하며 미중 패권전쟁과 공급망 재편에 미국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 게 바로 유럽임. 인텔에 대한 EU의 대대적인 지원도 다 그 일환임. 실제로 독일 정부는 인텔이 독일에 짓기로 한 최첨단 FAB에 대해 보조금을 기존의 68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로 크게 늘렸고, 이러한 독일의 지원 확대에 대해 인텔 팻 겔싱어 CEO는 "우리(미국과 유럽)는 아시아에 잃었던 이 산업을 되찾기 위한 경쟁력을 회복해야만 한다."라고 언급했음. 인텔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부활도 같이 책임지는 막대한 사명을 짊어진 기업임. 서구권 백인 국가들에 있어 인텔 파운드리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그러다 보니 당연히 미국과 EU의 칩스 법 보조금은 인텔에 거의 대부분 몰빵될 수밖에 없음. 미국 530억 달러, EU 430억 유로, 둘이 합쳐 약 13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사실상 인텔이 독식하게 되는 것임. '백인 동맹'의 핵심 기업을 키워줘야만 한다는 정치논리 외에도 인텔이 보조금을 독식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객관적인 근거들이 더 있음.

 

우선 미국과 EU에 대한 인텔의 투자 규모가 경쟁사들 대비 압도적임. 인텔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에 1235억 달러, EU에 800억 유로를 투자해 신규 FAB들을 지을 예정임. TSMC가 다 합쳐서 47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것에 비해 무려 5배나 큰 금액임. 또한 공정 측면에서도 TSMC가 미국과 EU에 짓는 가장 선단공정 FAB이 3나노 공정인 반면, 인텔은 18A(1.8나노) 이하 가장 최첨단 선단공정 FAB을 두 지역에 지을 예정임. 또한 인텔은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최첨단 군사용 AI 반도체도 생산할 예정임. 칩스 법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보조금 우선순위 기준 3개(투자금액이 클수록, 최첨단 공정일수록, 국가안보에 직결될수록)를 모두 충족하는 건 인텔 뿐임.

 



ㄴㄴ.jp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이처럼 미국과 EU의 칩스 법 보조금은 인텔에 몰빵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 실제로 WSJ에서도 몆몇 미 의회 의원들이 인텔에 반도체 관련 보조금이 집중되려는 현재 상황을 (반도체 생태계 편중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었음. 첨부는 칩스 법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보조금 우선순위 기준인데, 항목을 다 읽어 보면 누가 봐도 인텔이 보조금을 쓸어갈 수밖에 없음을 아주 잘 알수 있을 것임.

 

그런 관점에서 최근 인텔의 투자 액수는 거의 정신나간 수준인데,

 

img1.daumcdn.jp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우선 연구개발비만 해도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75억 불(vs TSMC 55억 불, 엔비디아 70억 불, AMD 50억 불)을 투자하고 있고, 연구개발비 증가분 거의 대부분이 파운드리에 투자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됨.


ㄴㄴㄴ.jp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그리고 첨부는 인텔의 최근 5개년 CapEx 추이인데, 적자 회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여 22년에는 250억 불, 그리고 남들 다 투자를 줄이는 극심한 반도체 불황기인 올해에도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당장 TSMC만 해도 올해 CapEx로 전년 대비 12% 가까이 축소된 320억 불을 투자할 예정인데 말이지.

 

그렇게 보면 팻 겔싱어의 인텔 CEO 취임과 인텔 파운드리 진출 발표, 그리고 미국 정치권에서 대만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가 모두 겹친다는 점을 봤을 때 이미 인텔은 미국 정부와 상당한 교감(인텔 파운드리를 미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을 마친 후에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음.

 

왜냐하면 인텔의 CapEx와 연구개발비 추이를 보면 아무리 인텔이라도 장기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 아무리 그동안 벌어놓은 게 많았다고 해도 얼마 전까지 적자 회사였던 주제에 연구개발비는 전 세계 모든 반도체 회사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쓰고, 또 올해와 같은 반도체 대불황기에도 남들 다 투자 줄이는 상황에서 CapEx를 안 줄이고 버티는 등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현재 인텔의 재무 구조로는 지속 불가능한 게 사실임. 더욱이 미국과 유럽에 짓고 있는 대규모 FAB들이 완공되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FAB에 장비 채워야 하기 때문에(FAB 투자 비용의 거의 80%가 장비임) CapEx는 지금보다 훨씬 더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ㄴㄴㄴㄴ.jp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결국 칩스 법 보조금이건 뭐든 미국 정부(추가로 EU 정부에서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막대한 자금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나, 혹은 사전에 미리 협의가 된 게 아니라면 인텔이 저 정도로 막대한 지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함. 미국과 EU의 인텔 밀어주기는 이 정도로 진심임. 실제로 최근자 유안타증권 리포트에서도 24년 이후에는 파운드리에서 인텔이 CapEx 사이클을 주도할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했음.

 

PS. 참고로 Semianalysis에서는 인텔이 본격적으로 칩스 법 보조금을 받기 시작하면 연간 CapEx가 330~370억 불 수준까지 증가하여 TSMC와 비슷하거나 더 많아질수도 있다고까지 전망함.

 

이러한 상황은 반대로 TSMC에 큰 위협이 됨. 미국과 EU가 인텔을 키워주는 이유가 아시아에 편중된 파운드리 공급망을 대체하는 것인데, 그 대체의 대상은 당연히 TSMC임. 그리고 보조금 역시 인텔이 강해지고 TSMC가 약해질수록 미국과 EU에 유리하기 때문에 TSMC는 보조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음. 전 세계를 지배하는 3대 열강 중 2곳(나머지 1곳은 중국)이 연합해서 각잡고 인텔 밀어주고 TSMC 조지겠다는데 좆만한 섬짱 따위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이 TSMC에 주문을 맡기는 건 당장 자급자족이 안 되어서이기 때문이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지면 헌신짝처럼 버려질 게 바로 TSMC와 섬짱임 ㅋㅋㅋ

 

그리고 이 사실은 일본과 라피더스에도 시사점을 주는데, 일본보다 경제 규모와 인구가 5배 이상 큰 EU도 자체적인 파운드리 선단공정 칩메이커를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인텔 밀어주기에 들어갔는데, 이제는 독일에도 경제 규모가 따이는 쪽바리 따위가 라피더스를 성공시킬 수 있겠냐는 거지. 그냥 EU처럼 인텔에 지분 얹는 게 최선 같은데, 한 마디로 말해서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게 쪽바리라고 생각함.

 

미국과 유럽에서 칩스 법이 발표되었을 때, 인텔 CEO인 팻 겔싱어는 그들의 목표(Our Moonshot)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음.

 

 


 

 


ㄴㄴㄴㄴㄴㄴ.png 미국-유럽 반도체 백인 동맹과 인텔(feat. TSMC, 라피더스)
 

인텔에 대한 베팅은 세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대한 대비책입니다. 그리고 각 국의 지도자들은 반도체가 경제와 국가 안보의 모든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칩스 법은 이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530억 달러의 보조금을 어떻게 지급할지에 대한 논의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바로 지난주에 EU도 칩스 법을 발표했는데, 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하 중략)​

 

이처럼 인텔과 백인 동맹의 목표는 설령 대만 섬이 핵전쟁으로 지도에서 지워져도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하지 않을 수준 이하로 TSMC의 비중을 낮추는 것임. 그리고 그것은 바로 대만 실리콘 방패의 무력화이자, 사실상 대만 국가안보전략의 종말이 될 것임. 그리고 그 일은 반드시 벌어지게 될 것임.

 

 

출처 : 갤갤 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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