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
1.신념형
이들은 나치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열등민족을 말살해 인류를 유전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올바른 행위라고 믿고 따랐다.
루돌프 회스나 아돌프 아이히만, 발터 라우프 같은 SS의 고관들이 주로 이 유형에 속했다.
행위의 동기가 동기인만큼 이들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 행복 추구권을 절대적인 진리로 신봉하는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개인을 초월해 존재하는 결속된 '전체'와 사회진화론을 신봉했다.
그들에게 왜 열등민족을 말살해 인류를 유전적으로 진화시켜야 하는지 묻는 것은 우리에게 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지 묻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그냥 그렇다. 그것이 절대적인 선이고 윤리적 진리니까.
(트레블랑카 절멸수용소장 프란츠 슈탕글)
2. 관료형
<악의 평범성>으로 대표되는 가장 흔한 유형, 이들은 유대인을 처리하는 문제를 화물 열차에 화물을 실어 보내는 문제처럼, 왜 이 일을 해야 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선악을 떠나 나라의 녹을 먹는 관료인 자신이 해야 할 임무로서만 받아들였다.
이들은 사형수를 집행하는 사형집행인들이 사형수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끼듯이 유대인들을 동정하거나, 맡은 일을 끔찍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사형집행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듯이 수용소의 간수들도 그러했다.
이 부류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아이히만은 전범재판에서 조금이라도 형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감정없는 서무기계'였을 뿐이라고 적극적으로 변명하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확고한 신념형 학살자였다.
(베우제츠 절멸수용소장 크리스티안 비르트)
3.쾌락형
이들은 운터멘쉬니 사회진화론이니 하는 거창한 사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그저 누군가를 죽이고 고통을 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비르트, 디를레방어, 일제 코흐 같은 소수만이 이러한 부류에 속했다.
이들은 나치당 내부에서도 너무 끔찍하고 잔인해 기피 대상이었던 일들을 도맡아 했으며, 쾌락적 동기 외에 어떠한 도덕적 신념도, 관료적 책임감도 없었고, 주어진 일에 몹시 즐거워했으며 학살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가학성 때문에 종종 같은 학살자 동료들에게서도 미움받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