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야생 바나나에는 씨가 있습니다. 야생 바나나는 씨가 굵고 딱딱해서 먹기가 불편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말레이 반도에 씨 없는 삼배체 돌연변이 바나나가 발견되었고 인류는 바나나를 재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식용 바나나는 씨가 없는데 어떻게 재배할까요?
식용 바나나의 씨앗은 매우 찾기 힘들고(1만 개 바나나 중에 하나꼴) 발아율도 낮아 수분과 수정을 통한 유성생식이 아닌 무성생식을 통해 재배합니다.
땅 속에 있는 알줄기에서 죽순처럼 돋아 있는 흡아(sucker)를 떼어다가 땅에 심으면 모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바나나가 자랍니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가 어디에서 재배되는지 상관없이 맛이 동일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무성생식을 통한 재배는 간편하고 빠르며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환경변화와 질병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1950년대 우리가 주로 먹던 바나나는 그로 미셸이라는 품종이었는데 파나마 병에 직격탄을 맞았고 바나나 재배 농가들은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캐번디시 종으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가 바로 캐번디시입니다.
번외
바나나는 목본식물이 아니라 초본식물입니다. 즉 바나나 나무가 아니라 바나나 풀이라는 것인데요.
줄기처럼 보이는 기둥 부분은 헛줄기로 잎과 비슷한 구조물이 여러겹으로 층층이 겹친 형태입니다.
진짜 줄기는 땅 속에 있는데 알줄기라고 부릅니다. 감자 처럼 양분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며 씨앗때문에 바나나 열매를 먹기 힘들었던 시대에는 이 줄기를 주로 먹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