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th
그거 알아? 임신하면 다섯 번 중에 한 번은 유산된다는 거?
어떤 여자들은 운도 좋아. 그치들은 애를 배도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태어나거든. 그 애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서 의사, 변호사, 혹은 대통령까지도 되겠지. 어떤 여자들은 그렇게 운이 좋진 않아. 그 여자들은 첫번째, 심지어는 두 번째에도 유산하게 되지. 그러다 어느 운좋은 날에 애를 배고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며 축복하는 거야.
난 둘 다 아니었어.
난 전혀 임신할 수 없었지. 네 번이나 애를 뱄지만 네 번 다 유산했어.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어. 언제나 희망을 품었지. 미첼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가서 미소 지으며 그에게 이번에야 말로 될 거라고, 이번에야 말로 우리 가족이 둘에서 셋이 될 거라고 말했어. 처음엔 남편도 날 껴안고 돌며 몇 번이고 뺨에 입맞춤했지. 두 번째도 그랬어.
세 번째는, 그저 미소 지을뿐이었어. 네 번째는, 입만 웃고 있었지. 그를 원망하진 않아. 나도 웃을 수 없었으니까. 비록 희망이 내 가슴에서 싹트려고 했었지만, 난 절대로 내 뱃속에서 생명이 자라지 못하리라 확신했지.
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예에 몰두했어. 덕택에 꽤 아름다운 정원을 얻게 됐지. 채소도 여러가지 심었어. 감자, 당근, 옥수수 몇 그루, 작년엔 호박까지 심었어. 수확할 때가 되면 필요한 만큼 저장하고, 이웃들에게 실컷 퍼주고 나서도 썩어 넘칠 정도였지. 옆집 꼬마는 내가 준 호박을 깎아서 완벽한 잭 오 랜턴을 만들었어. 흠, "거의" 완벽한 거였지. 한쪽 입만 웃고 있었으니까.
몇 달 전, 원예 채팅방에 있었는데 갑자기 애들 얘기가 화제가 됐어. 나랑 남편이 겪은 일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왔지. 모두가 날 위로해줬어. "애비는 사과를 좋아해"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자는 6년 전에 쌍둥이를 낳기 전까지 몇 번이고 유산을 했다고 했지. 참 똑닮은 쌍둥이 여자애들이었어. 너무 귀여워서 울 뻔했지 뭐야. 아, 나도 그녀처럼 몇번이고 시도할 욕구가 있었더라면.
애비에게서 메세지가 왔을 때 난 거의 로그아웃하기 직전이었어. '당신이 아이를 갖게 해줄 수 있어요.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도록 하죠. 더 이상 아파하는 걸 두고볼 수가 없겠네요.'
물론 난 그녀가 값비싼 시술 같은 걸 얘기하리라 생각했어. 나랑 남편은 꿈조차 못꾸는 것들 말이야. 남편은 할 엄두조차 못 내겠지. 소득 신고서가 왔을 때 차라리 불임수술을 받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애비는 내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어. 그녀 역시 아이를 가질 희망을 버리고 있었다면서. 심지어 그녀의 남편은 애를 못낳는다면서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렸다고 말이야. 이틀만 그대로 있었으면 그녀는 모든 희망을 버리고 인근의 다리에서 뛰어내렸겠지. 그녀는 계획을 세우고, 옆집에 사는 노파가 찾아왔을 때 유언장과 자살 기록을 넘겨줬지.
그 노파가 애비를 구했어.
노파는 그녀의 자궁을 마치 정원처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했어. 아주 구체적인 지도를 받고 문자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랐다고 했지. 약간의 운과, 만남 사이트에서 고른 한 남자로 그녀는 임신했고, 아이비와 아이리스를 낳게 됐다고 했어.
애비는 나한테 이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어. 아무 대가없이.
난 절실했어. 미첼이 날 떠나지 않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낳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 일주일이 가기도 전에 우편함에 상자 하나가 왔어. 애비의 지시는 간단했지만 그녀는 내가 반드시 문자 그대로 그걸 따라야 한다고 했어. 만일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고사하고 내 목숨도 위험해질 거라면서. 고맙게도 지시사항은 간단했어. 상자 안에는, 내가 보기엔 하얀 모래 같은 게 들어있었어. 아주 고왔지만 기묘한 냄새가 났어. 마치 황동처럼.
이걸 하루에 한 번 1티스푼씩 물에 타서 마시는 거야. 매일 같은 시각에 하면 더 좋고. 나도 알아. 인터넷에서 만난 낯선이에게 받은 물건을 마신다는 건 멍청한 짓이지. 하지만 너무 절박했어. 애비가 미치광이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적어도 맛이 나쁘진 않았어. 아니, 거의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어. 그저 목에 곡물처럼 까끌까끌하고 껄끄러운 느낌만 남겼지.
이걸 임신할 때까지 반복하는 거야.
생리주기를 그냥 보내게 되자, 난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어. 사전에 미리 준비해둔 테스트기를 써보니 두 줄이 나왔지.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난 웃으며 테스트기를 보여줬어.
"이번엔 될지도 몰라 자기야."
남편의 미소는 그렇게 희망차지 않았지만, 그는 내 이마에 키스해줬어. 그이도 내가 행복하단 걸 아는 거겠지. 이번엔 비밀무기가 있었다는 건 몰랐지만.
임신사실이 확정되자, 난 이 '모래'의 투여량을 늘려야 했어. 2티스푼,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물에 타서. 어느날 밤에 남편에게 마시는 걸 들킨 적이 있었어. 뭐냐고 물어보길래 태아용 비타민이라고 둘러댔지. 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침대에 엎드려서 불을 끌뿐이었어.
남편이 기뻐하지 않는다는 건 나한텐 가시처럼 아픈 일이었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니 정말로 희망의 불씨가 보이기 시작했어.
이제부턴 조심해야 했어. 애비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사에게 가서는 안 된다고 했어. 어떤 종류의 초음파라도 그 가루의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야. 이제 와서 모든 걸 수포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게다가 난 출산 전 관리를 위한 그 어떤 약물도 복용할 수 없었어. 그리고 남편 외에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도 말했고. 가능한 한 최대한 숨기라고 했지.
마지막 말이 가장 그럴 듯했어. 만일 이번에도 아이를 잃게 된다면 모두의 희망을 저버리는 셈이니까. 난 이미 두 번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또 그러기는 싫었어.
처음엔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어. 신기하게도 말이지. 뱃속이 부풀어오르는 게 느껴졌고 질문을 피하기 위해 점점 더 헐렁한 옷을 입기 시작했지. 남편은 조심스럽게 임신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었어. 내가 또다시 유산을 하고 그에게 감추고 있을까봐.
일이 잘못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인생 최악의 고통을 겪으며 일어나기 전에는.
아직 덜 깬 뇌는 내가 임신중이라는 걸 깨닫기 전에는 생리기간이라고 생각했어.
그러자 내가 또다시 유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난 화장실에 달려가서 욕조에 드러눕고는 손가락을 입에 쑤셔박고 최대한 울음을 참았어. 격통이 몸을 찢어발길 동안 말이지. 남편을 깨우고 싶진 않았거든.
아이가 내 몸을 떠나가는 게 느껴지면서 서서히 의식이 사라져갔어. 피와 양수가 배수구를 빙빙 돌며 흘러내려가고, 거기 내 아이가 있었어.
감자 한 알만한 크기의, 타원형의 살덩이가 꿈틀대고 있었어.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주워들었어. 날 보는 "눈"을 기대하며. 나와 똑같은 색의 눈을 기대하며.
난 그걸 떨어뜨리곤 소리 지르지 않으려 손등을 깨물었어. 그건 계속해서 꿈틀거리고 있었지.
살아있었어. 씨발 살아있었다고.
욕조 밖으로 나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고민해봤어. 그리고 옆방에서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지.
남편이 욕조에 있는 그... 그것을 볼까봐 두려운 나머지 나는 화장실에 가기 전에 잽싸게 휴대폰을 주웠어. 남편이 꺠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지.
난 조용히 여보세요라고 속삭였어.
"애는 낳았나요?"
모르는 목소리였어. 남부 억양이 섞인, 차분하고 여성적인 목소리였지. 남편을 제외하면 단 한 명만이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애비?"
"그래요, 나예요. 내 말 들어요, 애는 낳았어요?"
난 욕조 안에 있는 꿈틀대는 살덩이를 쳐다봤다. "...그래요, 대체... 대체 저게 뭐예요 애비? 저게 진짜 아ㄱ-"
"들어요, 절대 놓치지 말고 들으세요. 지금부턴 그 어떤 때보다 주의해야 하지만, 동시에 빨리 행동해야 해요. 당신 애를 주워요. "눈"이 몇 개죠?"
내 '아이'를 들자 역겨움이 치밀어올랐다. 조심스레 손 위에서 뒤집어가며 살펴보자 다른 눈이 보였다. "... 세 개.. 세개에요."
애비의 휘파람소리가 들렸다. "젠장, 운도 좋군요. 축하해요. 당신은 세쌍둥이를 낳은 거예요. 부엌으로 가서, 잘 드는 칼을 찾으세요. 감자싹 잘라본 적 있어요?"
"...네"
"같은 거예요. 살덩이는 좀 다르긴 하지만, 충분히 잘 드는 칼이라면 할만해요. 싹을 도려내고 나면 당신 정원에 충분한 공간을 주고 기르세요. 싹들은 다 가까운 곳에 두세요. 혼자 있길 싫어하거든요. 대지는 세계의 자궁이지만, 흙 속에선 외로우니까요. 서두르세요, 너무 지체하면 싹이 마르니까."
이 살덩이들을 자르면서 거의 두 번이나 토할 뻔했어. 이것들이 꿈틀대기도 했지만, 맹세컨대 마치 아이가 우는 것 같은 소리까지 냈거든. 하지만 애비가 말하길 소리가 들렸던 건 그냥 내 착각일 뿐이래. 아마 그녀가 없었으면 해내지 못했을 거야.
난 아이들을 정원에 심었어, 아무것도 심을 예정이 없었던 빈 공간에. 난 흙더미 옆에서 쓰러졌어. 내 다리 사이의 피가 서서히 말라붙어갔지. "다... 다 됐어요 애비... 내가 했다구요." 몸이 서서히 피곤에 잠겨갔다.
"잘했어요. 이제 좋은 비료를 구해다가 매일 물을 주세요. 말도 걸어주시구요. 알잖아요? 아기는 뱃속에 있어도 엄마 말을 들을 수 있다... 좀 쉬고 나면 다시 전화할게요. 좋은밤 되길."
난 다음날 아침, 남편이 흔들어 깨워서 일어났어. 자고 일어났더니 욕조랑 부엌이 피투성이라 정신이 나간 상태였지. 싹을 자르고 남은 살덩이들도 있었고. 그걸 처리할 여력까진 없었거든.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자 그이는 마침내 내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러고는 나한테 땅을 파내서 그것들이 그냥 내 망상일 뿐이라고 증명해보이겠다 했지. 그렇게 하면 애들이 죽었을 거야. 내버려둘 순 없었어.
프라이팬으로 그렇게 세게 치려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일이 좋게 풀렸지. 때마침 좋은 비료가 필요한 참이었으니까.
저번주에 애비가 내 집에 이사왔어. 그녀는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어. 쌍둥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도움이 됐어. 그애들은 내 정원에서 노래하며 미래의 여동생들에게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가르쳐줬지. 지난 밤, 우리는 막 아기방의 페인트칠을 끝냈어. 정말 재미있었어. 애비의 코에 페인트를 묻었고 내가 그걸 보고 웃으니까 내 뺨에 페인트칠하는 걸로 복수했지 뭐야.
딱 시기적절하기도 했어. 이제 밤에 애들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애들이 심긴 곳은 들썩이고 꿈틀대고 있어. 이제 언제라도 태어날 준비가 된 거라고.
하루라도 빨리 엄마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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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8ki2sq/growth/
눈이 싹으로 바뀐 건 Potato eye가 감자싹이라는 걸 이용한 일종의 서술트릭인데 피곤해서 급하게 번역하느라 그걸 못 살림. 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