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블랙스완이란 말처럼
대개 큰 사건들의 경우 지나고 보면
'대부분 이 때 이런 징조가 있었지' 라는 게 보이지만
정작 당대에는 그런 징조를 느끼기가 쉽지 않거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티몬, 위메프의 경우
문제가 생길 거라는 징조들이 꽤나 여럿 있었어
위메프와 티몬의 경우 10년 전
쿠팡, 티몬, 위메프라는 소셜 커머스 3총사로 기대를 모았으나
10조씩 투자받은 쿠팡과 달리
위메프와 티몬은 그러지 못해서 나날이 상황이 쪼들려 가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예전부터 티몬과 위메프는 누군가 사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이 있긴 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정책을 취했어
네이버가 신규 스토어에 대해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취하자
이들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매출액의 1%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펼쳤거든
가진 현금이 수조원인 네이버도 수수료 제로인데
쟤네는 오히려 매출액의 1%를 지원해줄 정도니
뭔가 무리수 아니냐는 말이 파다했지
심지어 당시에는 온라인 카드 수수료가 3.4% 였던 시절이었어
원래 티몬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유난히 컴퓨터 부품을 많이 팔았었는데
이렇게 매출의 1%를 지원해준다는 정책에 힘입어서
컴퓨터나 여행 같은 고가 제품들이 무더기로 입점했어
물론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마케팅이 먹혀서 성공하면 경영 혁신의 사례,
실패하면 무리수 마케팅의 대표' 로 언급이 되었겠지만
어느 순간 이들이 상품권을 대규모로 취급하기 시작한 거야
기존에 형성된 시세보다 한참 아래로 상품권 딜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뽐- 등에서 '상품권 돌리기' 같은 재테크가 유행했을 정도였거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딱 시세에서 50원 정도 낮은 금액으로 올라오니까
뽐- 같은 곳에서는 티몬과 위메프를 '여기 뽐- 반응 간 보는 거 아니야?' 라며
'간몬, 간메프' 이런식으로 부를 정도였어
근데 상식적으로 상품권을 그렇게 시세 이하로 지속적으로 파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보름 전만 하더라도 뽐-에서도
'느낌이 싸하지 않냐' 라는 글이 올라왔을 지경이었는데
뽐-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이런 반응이었을 정도였지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미 한 달 전부터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AK몰의 모회사인 큐텐에서
정산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었거든
이 점에서 눈치 빠른 사람들은 같은 시기에
정산하지 않고 폐업한 '바보사랑' 의 사례를 떠올리고
'큐텐 산하 회사들 탈출은 지능순' 이라고 조롱할 정도였어
사실 위메프와 티몬이 큰 회사다보니
이렇게 전조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증상에 진지하게 반응한 사람은 많지 않았어
핫딜 게시판만 하더라도 요 근래 두세달 동안
컴퓨터나 여행 같은 가격대 있는 핫딜들은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 티몬이나 위메프였거든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정산이 두 달 걸리는 거 알면서도
'티몬과 위메프 업력이 몇 년인데 문제 있겠어?' 라고
수수료가 싸고 조건이 좋아서 의심하지 않고 팔았던 업체들이 많거든
100만원대 컴퓨터 같은 경우
쿠팡에서 판매할 때와 티몬에서 판매할 때
수수료 차이가 거의 10만원 가까이 나니까
업체들 입장에선 당연히 티몬을 좋아할 수 밖에 없던 거였으니까
그래서 아마 이번달 들어서는 이쪽 관련해서 핫한 딜이
알리와 티몬, 위메프가 대부분을 차지할 지경이었지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시피
'그 큰 업체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겠어' 라는 상식이 무색하게
지금 이 상황이 터진 거고
지금 상황 보면 딱 IMF 직전이 떠오르더라고
그 때 뜬금없이 경기가 갑자기 좋아지더니
시중에 어음이 정말 엄청나게 돌아다녔거든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어음들이 부도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어음을 들고 있던 사람들과 기업들이 대거 무너졌지
당시에도 어음이라는 게 한 번 부도나기 시작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 무너지겠냐고' 라는 생각에
'안전' 이 아니라 '상식' 을 믿다가 문제가 된 거였는데
이런 씁쓸한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게 안타깝지
참고로 이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 용산쪽인데
인터넷의 보급으로 용산에서 물건을 직접 사러 오는 시절이 끝나니까
이들이 대거 인터넷으로 진출했었거든
컴퓨터나 컴퓨터 부품의 경우 워낙 액수가 크다 보니
아래의 내용처럼 수십억씩 정산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하더라고
용산에 대해 좋은 기억은 별로 없긴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수십억씩 날릴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가 않긴 해
근데 이렇게 잘난듯이 글 쓰는 너는 어땠냐고?
일단 저런 징조들이 보여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있긴 했었는데
정작 핫딜에 뜬 마늘 샀다가 물렸어
저런 징조를 보고도 기어이 사서 물리는 능지 보면
나도 똑같은 멍청이가 맞겠지...
긴 글이지만 설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