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 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꼬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우에 섰다.
강물이 자꼬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우에 섰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차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東京)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서시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