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1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IMG_20191117_1.jpg

 

 

한국 정치인들의 대다수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소위 '국익' 때문에 지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시진핑 집권이래 한국의 대중 외교는 시종일관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중국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이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을 함께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서울 시장은 준마 꼬리에 파리 떼가 꼬이듯 중국을 따라가겠다는 소리를 늘어 놨으며, 올해 6월에 열린 천안문 30주년 관련 세미나에선 여야 가릴거 없이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름을 빼달라며 도망갔다고 한다.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전형적인 무역국가인 한국이 총 수출의 1/4이 몰려있고 G2 국가로써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접국인 중국의 눈치를 봐야 되니 굳이 홍콩을 언급해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명분론적이지 못한건 당연하고 심지어 실리적이지도 못한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에 대한 성취를 자부하는 나라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건 부정할 수 없지만 분명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이 성취한 민주화는 몇몇 제 3세계 독재국가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우월한 홍콩 시민들 조차 이번 시위에서 한국 민주화 세력의 저항권 행사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홍콩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담긴 시위가 보도되고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맞물려 중국 본토에선 인민해방군까지 동원하려 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소위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 정부와 그 정치세력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를 거론하는 것 조차 꺼리고 있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본인들이 이 나라 민주화운동세력의 적통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그 프레임을 스스로 씌워가며 도덕적 우월의식을 나타내 왔다. 그런 자부심이 투영된 의견을 왜 다른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항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못하는건가? 야당 또한 본인들이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표방한다고 말하면서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국익이라는 미명같지도 않은 이름 뒤에 숨어있는걸까?



홍콩에 침묵하는 것은 실리적인 선택 또한 결코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는 건 헤이그 밀사사건, 3.1 운동,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그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어떤 독재자가 나타날 지 알 수 없는데, 그 때 가서 시민들이 뛰쳐나와서 저항한다고 한들 지금 홍콩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떤 명분으로, 무슨 염치로 타국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과거에 다른 나라들이 '국익 때문에 일본과 잘 지낼 수 밖에 없다.', '국익 때문에 신군부와 잘 지낼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그저 이해한다며 웃고 넘길 수 있었을까? 홍콩과 같은 일이 한국에 다시 한 번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대체 어딨나? 우리의 지지가 중국의 보복제재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지지의 미래가치는 그 치졸한 제재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이념에 따라 대외적으로 할 말은 하되 국익을 나름대로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량이 아닌가? 하물며 소위 지역강국에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나라가 헌법 정신을 부정해가면서 비굴해지는건 추하다 못해 역겨운 자태 아닌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에 조건을 달기 시작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이 주장은 결국 민주주의와 정치적으로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다는 말과 같고, 이는 곧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제창했던 유신 헌법이 이런 논리를 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이런 사고가 국내 정치에 적용된다면,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정치 환경을 두고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홍콩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입장을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의 성과를 끊임없이 자찬해왔던 한국 정부가 당연히 자신들을 응원해 줄거라 믿었던 그는 이 열망에 대해 전혀 부응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만약 홍콩 당국과 중국의 강경한 진압으로 홍콩 민주화 운동이 끝나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EU,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한 제 1세계 선진국들 모두가 정부 차원에서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단 한 나라를 제외하고.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 탁상공론 17년 동안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남자 file 꾸준함이진리 2023.10.27 480
118 탁상공론 10대 청소년 마약중독에 일조하는 일부 의사들이 이해가 안간다는 의사.. file 꾸준함이진리 2023.10.27 521
117 탁상공론 터키 안타키아 대지진 약 8개월후 구글맵 재력이창의력 2023.10.20 2793
116 탁상공론 항모론자 뚝스딱스 마려운 이유 1 재력이창의력 2023.06.04 1640
115 탁상공론 현재 일본에서 다른 의미로 화제인 범죄자 꾸준함이진리 2022.06.09 683
114 탁상공론 [살인자 이야기] 그녀가 잡았던 썩은 동아줄 file 자본주의스포츠 2022.02.10 149
113 탁상공론 공산주의 근황 꾸준함이진리 2020.08.18 591
112 탁상공론 세계로 퍼져나가는 C-감시 김짤리젠노예 2020.08.16 373
111 탁상공론 경기도에 대한 고정관념 1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8.11 393
110 탁상공론 한국사 불교 종파 암기법 1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8.10 410
109 탁상공론 세계 GDP 순위를 보고 놀란 점 1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8.08 446
108 탁상공론 경기도에서 제일 안유명한 동네 경연대회 2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8.08 332
107 탁상공론 현대의 혐성국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8.02 306
106 탁상공론 불법 촬영 몰카 유죄 무죄 기준 김짤리젠노예 2020.07.25 364
105 탁상공론 미군VS중국군 놀이가 무의미한 이유... 3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7.17 488
104 탁상공론 히틀러가 짝불알 고자새끼인 이유 2 file 김짤리젠노예 2020.07.16 519
103 탁상공론 화려한 물뿜기 file 애플소액주주 2020.07.11 180
102 탁상공론 한국군이 보유수량 순위가 높은 분야 2 애플소액주주 2020.07.06 417
101 탁상공론 폴란드볼) 내꺼 보지마 file 애플소액주주 2020.07.05 210
100 탁상공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vs 경북 칠곡군수 애플소액주주 2020.07.05 201
99 탁상공론 일본과 중국의 신형소총 2 애플소액주주 2020.06.22 389
98 탁상공론 (펌)왜 유럽은 점점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까? 애플소액주주 2020.06.21 259
97 탁상공론 일제시대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소비한 브랜드들 1 글좀써주면감사 2020.06.12 275
96 탁상공론 5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 TOP50 3 애플소액주주 2020.06.04 318
95 탁상공론 우리나라에서 달에 7600대나 팔리는 차량 애플소액주주 2020.06.02 2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