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1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IMG_20191117_1.jpg

 

 

한국 정치인들의 대다수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소위 '국익' 때문에 지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시진핑 집권이래 한국의 대중 외교는 시종일관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중국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이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을 함께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서울 시장은 준마 꼬리에 파리 떼가 꼬이듯 중국을 따라가겠다는 소리를 늘어 놨으며, 올해 6월에 열린 천안문 30주년 관련 세미나에선 여야 가릴거 없이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름을 빼달라며 도망갔다고 한다.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전형적인 무역국가인 한국이 총 수출의 1/4이 몰려있고 G2 국가로써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접국인 중국의 눈치를 봐야 되니 굳이 홍콩을 언급해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명분론적이지 못한건 당연하고 심지어 실리적이지도 못한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에 대한 성취를 자부하는 나라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건 부정할 수 없지만 분명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이 성취한 민주화는 몇몇 제 3세계 독재국가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우월한 홍콩 시민들 조차 이번 시위에서 한국 민주화 세력의 저항권 행사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홍콩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담긴 시위가 보도되고 홍콩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맞물려 중국 본토에선 인민해방군까지 동원하려 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소위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 정부와 그 정치세력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를 거론하는 것 조차 꺼리고 있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본인들이 이 나라 민주화운동세력의 적통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그 프레임을 스스로 씌워가며 도덕적 우월의식을 나타내 왔다. 그런 자부심이 투영된 의견을 왜 다른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항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못하는건가? 야당 또한 본인들이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표방한다고 말하면서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국익이라는 미명같지도 않은 이름 뒤에 숨어있는걸까?



홍콩에 침묵하는 것은 실리적인 선택 또한 결코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는 건 헤이그 밀사사건, 3.1 운동,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그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어떤 독재자가 나타날 지 알 수 없는데, 그 때 가서 시민들이 뛰쳐나와서 저항한다고 한들 지금 홍콩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떤 명분으로, 무슨 염치로 타국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과거에 다른 나라들이 '국익 때문에 일본과 잘 지낼 수 밖에 없다.', '국익 때문에 신군부와 잘 지낼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그저 이해한다며 웃고 넘길 수 있었을까? 홍콩과 같은 일이 한국에 다시 한 번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대체 어딨나? 우리의 지지가 중국의 보복제재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지지의 미래가치는 그 치졸한 제재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이념에 따라 대외적으로 할 말은 하되 국익을 나름대로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량이 아닌가? 하물며 소위 지역강국에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나라가 헌법 정신을 부정해가면서 비굴해지는건 추하다 못해 역겨운 자태 아닌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에 조건을 달기 시작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이 주장은 결국 민주주의와 정치적으로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다는 말과 같고, 이는 곧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제창했던 유신 헌법이 이런 논리를 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이런 사고가 국내 정치에 적용된다면,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정치 환경을 두고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홍콩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입장을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의 성과를 끊임없이 자찬해왔던 한국 정부가 당연히 자신들을 응원해 줄거라 믿었던 그는 이 열망에 대해 전혀 부응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만약 홍콩 당국과 중국의 강경한 진압으로 홍콩 민주화 운동이 끝나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EU,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한 제 1세계 선진국들 모두가 정부 차원에서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단 한 나라를 제외하고.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013 미스테리/미재 무서운 심해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568
15012 미스테리/미재 2차대전 말 미국 전차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93
15011 미스테리/미재 늑대의 행군 6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92
15010 미스테리/미재 그래도 지구는 돈다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51
15009 기묘한이야기 기과한 장례문화 10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20
15008 기묘한이야기 기괴한 장례문화 2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35
15007 기묘한이야기 겪었건 기묘한 이야기 3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94
15006 기묘한이야기 중국 호텔 납치 썰 2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51
15005 기묘한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 친구등록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73
15004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 화장실낙서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66
15003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 고양이의보은( 쿠로쨔응) 6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487
15002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91
15001 미스테리/미재 냉전시기때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행한 가장 큰 군사훈련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71
15000 미스테리/미재 말리에 수출된 소형전술차량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35
14999 미스테리/미재 또다른 희대의 싸이코패스 엄인숙 8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177
14998 미스테리/미재 피카소의 그림 실력 7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06
14997 미스테리/미재 사탄이 꿀발라 놓은 땅 7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540
14996 미스테리/미재 리투아니아의 버려진 유원지 9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75
14995 미스테리/미재 1950년말 한강 물놀이 14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149
14994 기묘한이야기 비 오는 날의 방문자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36
14993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자판기 남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02
14992 호러괴담 플로리다에 존재하는 악마의 나무, 평범했던 나무가 악마의 나무라 불린 이유는?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59
14991 기묘한이야기 신병교육대 자살이야기 3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58
14990 기묘한이야기 20살 새벽운전하다가 겪은 일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756
14989 기묘한이야기 세일리시 해에서 발견되는 발만남은 시체 | 미스테리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01 Next
/ 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