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라야의 ‘살아있는 다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54년 그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백 년 견디는 '살아있는 다리'의 비밀
입력 2019.11.21. 16:16
수정 2019.11.21. 18:06
https://news.v.daum.net/v/20191121161611305?f=m
인도 전통기술, 고무나무 공기뿌리 자라 얽혀 다리 형성
고무나무의 공기뿌리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다리’. 시간이 갈수록 자라 튼튼해진다.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교수 제공.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1만200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아열대림 지역이다. 이곳 산악지대 원주민인 카시족과 자인티아족은 석회암 지대의 가파른 협곡에 물이 차오르는 몬순 때마다 고립됐다.
다리가 필요하지만, 대나무나 목재로 만든 다리는 습한 날씨에 쉽게 썩어 떠내려가고, 강철이나 콘크리트 다리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결국 낡아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찾은 해결책은 ‘살아있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인도고무나무의 공기뿌리를 강 건너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무다리를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자라 점점 튼튼해지는 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물이 된다.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독일 뮌헨공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인도의 ‘살아있는 나무다리’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현지조사를 통해 주민의 전통지식으로 지은 이 다리가 수백 년을 견디는 비결을 찾아냈다
뿌리는 서로 얽히고 결합해, 마치 건축물 거푸집처럼 숙주 나무를 에워싸 결국 숙주를 죽인다. 숙주 나무가 썩어 없어져 가운데가 텅 빈 공간에서 공기뿌리끼리 튼튼한 구조물을 이루는 고무나무의 속성이 ‘살아있는 다리’의 핵심이다.
연구에 참여한 토마스 스펙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식물학 교수는 “다리 놓기 공사는 다리의 끝이 놓일 절벽 끄트머리에 고무나무를 심는 것으로 시작된다”며 “나무가 자라 공기뿌리가 나오면 대나무나 야자 줄기로 만든 틀에 감아 강 건너 다리 쪽으로 수평으로 자라게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움모노이 다리는 53m로 가장 긴 ‘살아있는 다리’이다(a). 다리 위에서 본 바닥 모습(b).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뿌리가 강 건너편에 도달하면 땅에 심는다. 새로 공기뿌리가 생겨나고, 기존의 뿌리는 점점 굵어지면서 서로 얽혀 ‘접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스펙 교수는 “식물 줄기에 상처가 나면 세포가 분열해 상처를 막고 비대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데, 같은 원리로 공기뿌리끼리 만나 하나로 뭉치는 접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접합은 자연적으로 또는 사람이 매듭을 지어줘 형성되는데, 결과적으로 전체 뿌리의 강도를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erdinand Ludwig et al, Living bridges using aerial roots of ficus elastica – an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 Scientific Reports (2019) 9:12226, https://doi.org/10.1038/s41598-019-4865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