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율리아노 자선가
(St. Julian the Hospitaller)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율리아노는
청년 시절 사냥을 나가 수사슴을 활로 쏴서 잡았는데
그 수사슴이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
'너는 언젠가 부모를 죽이게 될 것이다'라는 저주를 함.
율리아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부모 곁을 멀리 떠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
낯선 곳으로 떠나 어느 왕자 밑에서 일하며
기사가 되고,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함.
율리아노가 나름대로 잘 지내는 동안
아들이 갑자기 사라져 애가 탄 부모는
사방을 헤매며 아들을 찾아다녔고,
그러던 중 율리아노의 집에까지 오게 됨.
마침 율리아노는 집에 없고 아내만 있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시부모가 오셨음을 알고 극진히 대접한 후
안방을 내어드리고 자기는 다른 방에 가서 잠.
그런데 밤늦게서야 집에 온 율리아노는
안방 침대에 낯선 남녀가 자고 있는 걸 보고서
아내의 불륜으로 오해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짜고짜 칼을 뽑아 이들을 죽임.
안방에 들어오던 아내는 이 참극을 보고 깜짝 놀라
자초지종을 남편에게 설명했고,
한순간의 오해와 분노로 부모님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던 율리아노는
이를 속죄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로마로 순례를 떠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로마 길목의 어느 강변에 머물며
여행자를 위한 숙소를 마련해 순례자를 도우며 보속함.
율리아노 부부는 순례자들 중에서도
특히 가난하고 지친 사람들을 강에서 건네다주고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며 여생을 보냄.
그러던 어느 겨울날, 얼어 죽기 직전인 나병 환자를 발견한
율리아노가 이 나병 환자를 집으로 데려와서
안방을 내어주고 지극 정성으로 돌봤는데,
그러자 나병 환자가 천사로 변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대의 죄를 이미 용서하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짐.
평생 동안 보속하며 자선을 베푸는 삶을 살았던 성 율리아노 자선가는
뱃사공, 도선업 종사자, 숙박업 종사자, 순례자, 여행자의 수호성인이며
축일은 2월 1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