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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결론을 내리려는건 아니고, 그냥 널리 퍼진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으려고 하는거임.

 

 

htm_2014072315415830103011.jpg

 

https://news.joins.com/article/15282870

 

2014년에 중앙일보에서 "노력하면 된다? … '1만 시간의 법칙' 틀렸다" 라는 기사가 나온 이래 위의 그림이 알려지면서 공부는 재능이다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많이 쓰여왔음. 근데 문제는 뭐냐, 저 그래프가 통째로 잘못된 정보라는거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래프 자체는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온게 맞는데, 세부 정보를 지들 입맛에 맞춰서 조작해버림ㅋㅋㅋ 

 

원 논문의 제목은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이고, 원본 이미지는 아래와 같음.

 

 

10.1177_0956797614535810-fig3.jpeg

 

 

Fig. 3. Percentage of variance in performance explained (light gray) and not explained (dark gray) by deliberate practice within each domain studied. Percentage of variance explained is equal to r2 × 100.

 

 

그래프에서 밝은 부분은 전체 퍼포먼스에서 "deliberate practice" 로 설명이 되는 비율, 어두운 부분은 "deliberate practice" 로 설명이 되지 않는 비율임.

 

여기서 "deliberate practice" 말이 뭔지를 이해하는게 중요하겠지. 애초에 논문 제목부터 deliberate practice로 시작하니까. 이 논문에서 deliberate practice는 "engagement in structured activities created specifically to improve performance in a domain" 라고 정의됨. 내가 지어낸것도 아니고 그냥 논문 개요에서 딱 정하고 시작하는거임. 

 

그니까 deliberate practice는 "특정 분야에서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specifically to improve performance in a domain)" 실시하는 "구조화된 활동(structured activities)"이라고 할 수 있음. 그냥 "체계적으로 정립된 메뉴얼이 있냐?" 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쉬움. 중앙일보 기사에선 이걸 "노력" 이라고 곡해해놨지. 

 

마라톤과 달리기와 축구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쉬울꺼임. 마라톤을 잘하는 방법은 우리가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 숨은 얼마나 깊게 들이마쉬고 내뱉어야 하는지, 팔은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무릎은 어디까지 올려야 하는지, 허리는 어느정도로 펴야 하는지 등등등. 그러니까 마라톤은 당연히 선천적 재능도 필요한 운동이지만, 동시에 deliberate practice의 비율도 높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음. 밝은 부분이 좀 넓은 그래프가 그려지겠지.

 

근데 축구는? 기본적인 달리기, 헤딩, 킥 같은건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축구 경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술적 움직임을 메뉴얼로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대략적인 개념을 설명할 순 있겠지만 결국 선수 개개인이 특정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따라할 수 있는 메뉴얼 같은건 만들수가 없음. 변수가 한둘이어야지. 그러니까 축구를 잘 하는 능력은 deliberate practice와 관계 없는 지적 능력, 판단력, 분석력 등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밝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좁은 그래프가 그려질거임.

 

이 논문에 따르면 교육은 이것의 연장선임. 예컨대 "수학을 잘 하는 법"을 학생한테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생님이 어디있어. "몇시간 앉아서 몇시간 동안 무슨 책을 어떻게 공부하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설명하는 것은 그냥 불가능한 일이지. 결국 체계적이지 못한 개인의 경험이나 노력, 근성 따위로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되고, 따라서 그래프에서 밝은 부분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임.

 

맨 처음 말한 것 처럼 나는 무슨 결론을 내리려는건 아님. 공부에 선천적 요인이 더 중요한가 후천적 노력이 더 중요한가 내가 알게 뭐야. 다만 잘못된 정보는 잘못되었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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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새로고침
  • ㅇㅇ 2020.02.12 01:23

    공부의 deliberate practice not explained의 비율이 높은 이유가 결국엔 글쓴이가 말하는 능력향상을 위한 "설명되지 못하는" 구조화된 활동이 다른 분야보다 더 필요할 뿐이고, 이 요소는 선천적인 재능으로 국한되는게 아니다...라는 거네요..?

    그렇다면 각 분야에 큰 비율을 차지하는 dark grey percentage만큼 저 부분을 향상 시킬 수 있는건...  재능보단.. "센스"라고 보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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