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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알린 그가 죽자 휘파람이 들렸다

 

입력 2020.02.16. 11:19

 

https://news.v.daum.net/v/20200216111956168

 

“휘~익 휘~익 휘~익….”

2월7일 밤 9시쯤, 창문 밖으로 긴 휘파람 소리가 일제히 울려퍼졌다. 휘파람 소리는 10여 분간 계속되다 차츰 잦아들었다. 그날 밤, 휘파람 소리는 중국 전역에서 동시에 ‘울려퍼졌다’. 7일 새벽 2시58분, 서너 시간의 심폐소생술에도 끝내 생을 마감한 ‘의인 리원량’ 의사를 추모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휘파람 불기’ 행동이었다.

 

7일 새벽,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타고 알려지자 위챗과 웨이보 등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타임라인은 순식간에 눈물과 통곡, 분노와 절규, 비통한 추모글들이 바다를 이뤘다. 리원량이 생사의 사투를 벌이던 2월5일 베이징에는 밤새도록 많은 눈이 내렸다. 다음날 오후까지 눈발은 멈추지 않았다.

 

“할 수 있다” “알겠다” 강요에 대한 분노

2월6일 23시25분(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 트위터 계정에는 “리원량 의사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모두 그가 했던 일을 기념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그의 사망 시각은 2월7일 새벽 2시58분. 그는 죽은 뒤에야 중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의인’으로 불렸다. 중국인들은 그를 진실을 밝히다 죽어간 ‘휘슬러’라고 불렀다.

 

우한시의 한 병원 안과의사인 리원량은 2019년 12월30일, 약 150명이 모인 동문들 단체대화방에 ‘7명의 사스 확진환자가 병원에 격리 치료 중’이라며 모두들 ‘조심하라’는 문자를 남겼다. 며칠 뒤인 2020년 1월3일, 그는 파출소에 불려가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죄명으로 훈계를 받았다. 그가 파출소에서 쓴 ‘훈계서’에는 그에게 서명과 답을 요구하는 두 항목이 있었다. “앞으로 이런 위법활동을 중지할 것. 할 수 있겠는가?” “만일 앞으로도 반성하지 않고 계속 이런 위법활동을 할 때는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겠는가?” 리원량은 두 항목에 한두 단어로 간단하게 답했다. “할 수 있다”(能), “알겠다”(明白).

 

리원량이 죽은 뒤, 중국 SNS에선 “不能. 不明白.”(할 수 없다. 모르겠다.)라는 글귀를 적은 팻말이나 종이를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타임라인 밑에 해시태그를 붙여서 올리는 이른바 ‘언론자유’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생선젓갈’ ‘난징협객’ 등 SNS에서 당국 비판글 폭주

상하이에 사는 시인 ‘보들레르’ A의 위챗 타임라인은 2월7일 새벽부터 폭주했다. 마찬가지로, 고향 후난에 잠시 머무는 자칭 ‘반항하는 화가’ B의 타임라인도 그가 즐겨 타는 오토바이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톈진에 사는, 만화 속 캔디처럼 큰 눈을 가진 ‘생선젓갈’ C의 타임라인도 분노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D의 타임라인도 기염을 토했다. 나도 덩달아 화나서 그들의 타임라인을 퍼나르는 ‘유언비어 유포자’가 됐다

 

“시작하자! 우리는 ‘쉽게 선동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자. 친구들이여! 지금 이 순간의 분노를 잊지 말자. 지금 이 순간 모든 말과 생각을 잊지 말자. 언론 자유야말로 가장 절박한 문제다. …만일 인민에게 기억이 있다면 내년 오늘, 인민광장에서 정오에 만나자.”(상하이에 사는 시인 ‘보들레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이렇게 말했다. ‘언론 자유는 목적이자 수단이다. 언론 자유는 정부가 빼앗아서는 안 되는 시민들의 기본 권리이자 동시에 그 기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언론 자유로 정부에 필요한 통제를 할 수 있고 정부의 권력 남용을 줄일 수 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의 증명에 따르면,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는 기아가 발생할 수 없다’고…. 여기, 항상 뭐든지 ‘세계 제일’이고 매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홍보되는’ 중국에 사는 우리 인민은 도대체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반항하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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