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2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F95A22FD-1C5A-410C-8A61-A9E33D3F412E.jpeg 살인의 추억 담당 형사가 은퇴하기전 범인에게 썼던 편지.TXT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 형사가 은퇴하기전 범인에게 썼던 편지

 

 

 


경기경찰청 하승균(59·경정) 수사지도관을 만났다. 영화 속의 실제 형사로 알려지며 2003년 개봉 때에도 화제가 됐었다. 영화가 개봉된 그해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는 수사 기록서를 냈고,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출판됐다.

그 역시 화성사건 공소시효 만료 두 달 뒤인 내년 6월 옷을 벗게 된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범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악마.”

난 자넬 이렇게 부르네. 맘에 들지 모르지만 자네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10여년 전에 내가 붙인 이름이지.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자네, 혹은 자네들을 만나려고 난 그간 무던히도 애를 써왔네. 자네 쪽에서는 그 반대였겠지만 말야.

난 요즘 또다시 화성에서 일 하네. 자네도 알는지 모르겠지만 작년 말 화성에서 귀가하던 여대생이 실종,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어. 그 사건이 여태 해결되지 않아 거기서 수사지도를 하고 있네.

근데 말야. 참 질긴 악연이지. 여대생이 실종, 살해된 곳이 바로 그 동네야. 자네 혹은 자네들이 귀한 생명들을 무참히 짓밟고 다니던 그 동네. 수사본부도 그때 그 파출소 자리에 있다네. 기분이 어떤가….

이제 자네를 잡아도 7차 사건까지는 ‘죄’를 물을 수가 없네. 8차 사건 범인은 잡혔지만, 9차 사건의 공소시효도 다음달로 다가왔고 마지막 10차 사건은 내년 4월에 만료된다고 하네. 나도 내년 6월이 정년이야. 지난 21일이 현직에서 맞은 마지막 경찰의 날이었던 셈이지. 시효만료에 담당형사는 정년이라…. 또 세간에선 화젯거리가 되겠지. 난 더욱 비참해질 테고. 자네는 꼭 내 손으로 수갑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제 그 수갑도 반납해야 해.

난 사실 형사로서는 복 받은 사람이야. 1971년 경찰에 입문해서 강력형사 외길을 걸으며 292명의 살인범을 비롯, 내가 교도소에 보낸 사람이 수천명은 될 거야. 웃분들이 그 점을 인정해 준 덕에 2004년 7월부터 1년간은 전북 임실에 가서 ‘총경’이 아닌 ‘경정’을 달고 서장까지 해 봤네.

그렇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실패한 형사야. 자네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지.

1·2차 사건이 발생한 뒤 그러니까 86년 12월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있을 때 화성사건 수사본부로 차출돼 갔으니 내년이면 정말 꼭 20년이구먼.

몇 달씩 집에도 안 들어 가고 자네를 잡으려고 미친놈처럼 다녔어. 마누라와 애들 생일은 몰라도 자네가 저지른 범행날짜와 시간, 형태는 아직도 줄줄 외우고 있네.

내 부하는 과로로 쓰러져 지금까지 반신불수로 있고 또 다른 부하들은 용의자를 무리하게 조사하다가 숨지게 하는 과오도 저질렀지. 나 역시 직위해제가 됐었고 말이야.

그런 중에도 자네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추가 범행들을 저질러 갔어. 왜 그랬나.

자네도 아마 이제 중년이 됐겠지. 자넨 성격이 무척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없는 사람인데, 결혼은 했나? 아이들은 있어?

자네도 그 영화 ‘살인의 추억’ 봤나. 난 범인도 못 잡은 놈이 사람 많은 극장엘 갈 수 없어 혼자 자동차극장엘 가서 봤네. 혼자 참 많이 울었어.

70살이 넘은 노파도 있었어, 어머니 생각은 안 나던가. 갓 결혼한 새댁도 있었고 꽃다운 스무살 처녀와 앳된 여고생·여중생도 있었어.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던가.

난 자네가 다녀간 곳에 나가 사체를 수습하며 분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곤 자네를 잡으면 결코 법정에 세우지 않고 내 손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

하지만 그러면 뭘 해. 난 결국 자넬 잡지 못했고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겐 평생 죄인으로 남게 됐네.

난 요즘도 꿈을 꾸네. 자네가 저지른 악마와 같은 범죄. 알몸으로 묶인 채 난행을 당한 우리 누이, 동생, 딸들…. 그리곤 또 꿈을 꾸지. 내일 당장이라도 자네 같은 악마에게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없어져 내가 나간 뒤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네를 잡아들이는 꿈을.

몸에 암(癌)이 생기면 끝까지 치료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자네 같은 사회적 암을 제거하는 데 공소시효가 있다는 건 말도 안 되지. 그거 아나. 요즘도 우리 후배들은 유사사건을 가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갈 때마다 자네의 유전자 샘플과 대조를 한다는 걸. 그래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지만 난 아직 화성에 있고 그만두는 날까진 자넬 찾아 다닐 것이네.

그리고 그 망할 놈의 공소시효만 없다면 내가 없더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넬 반드시 잡을 거야. 지금은 우리도 예전과 달라.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

 

 

 

 

 

잡혀서 진짜 다행이다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013 미스테리/미재 무서운 심해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566
15012 미스테리/미재 2차대전 말 미국 전차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91
15011 미스테리/미재 늑대의 행군 6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89
15010 미스테리/미재 그래도 지구는 돈다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51
15009 기묘한이야기 기과한 장례문화 10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19
15008 기묘한이야기 기괴한 장례문화 2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34
15007 기묘한이야기 겪었건 기묘한 이야기 3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94
15006 기묘한이야기 중국 호텔 납치 썰 2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51
15005 기묘한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 친구등록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73
15004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 화장실낙서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66
15003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 고양이의보은( 쿠로쨔응) 6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487
15002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91
15001 미스테리/미재 냉전시기때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행한 가장 큰 군사훈련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70
15000 미스테리/미재 말리에 수출된 소형전술차량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934
14999 미스테리/미재 또다른 희대의 싸이코패스 엄인숙 8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177
14998 미스테리/미재 피카소의 그림 실력 7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006
14997 미스테리/미재 사탄이 꿀발라 놓은 땅 7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538
14996 미스테리/미재 리투아니아의 버려진 유원지 9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874
14995 미스테리/미재 1950년말 한강 물놀이 14 애드블럭싫어 2019.08.24 1148
14994 기묘한이야기 비 오는 날의 방문자 4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36
14993 기묘한이야기 기묘한이야기) 자판기 남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02
14992 호러괴담 플로리다에 존재하는 악마의 나무, 평범했던 나무가 악마의 나무라 불린 이유는?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559
14991 기묘한이야기 신병교육대 자살이야기 3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58
14990 기묘한이야기 20살 새벽운전하다가 겪은 일 2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756
14989 기묘한이야기 세일리시 해에서 발견되는 발만남은 시체 | 미스테리 3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8.24 6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01 Next
/ 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