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저 Markarian 501(우측). 사진 출처: Hubble Legacy Archive
제목: Supermassive Black Holes in Active Galactic Nuclei
저자: L.. C. Ho 및 J. Kormendy
출판: 11/2000
1. 초대질량 블랙홀과 AGN 패러다임
퀘이사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뿜는 천체로 손꼽힌다. 지금 우리는 이들이 은하의 중심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활동은하핵 active galactic nuclei(AGN)이라는 더욱 일반적인 현상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임을 알고 있다. AGN은 세이퍼트 은하, 전파 은하, 도마뱀자리 BL형 천체[역주: 오늘날은 플랫 스펙트럼 라디오 퀘이사와 이들을 포함하여 블레이저(Blazar)라고 일컫는다.]와 같은 기묘하고 다양한 천체들을 포함하고 있다. 1963년에 퀘이사가 발견된 이후로 이들의 엔진을 이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제안된 발상의 범위에는 여러 초신성 폭발을 유발하는 폭발적인 별탄생과 같은 비교적 평범한 것부터, 극도로 질량이 큰 별이나 거대한 펄서, 일명 "스피나" "spinars"라든지, 초대질량 블랙홀 supermassive black hole(SMBH)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이색적인 것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SMBH가 가장 널리 인정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중요한 후속 관측들이 수행된 덕분이었다.
퀘이사는 엄청나게 밝다. 일반적으로 L ~ 1046 erg s-1[역주:10의 39승 와트]에 달하는 광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가장 밝은 은하의 광도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우 작다. 수 시간의 시간척도로 밝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극도로 작고 효율적인 엔진이 필요했던 셈이다. 당시에도 중력이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왜냐면 블랙홀로의 붕괴가 알려진 것 중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도널드 린든벨(1969, Nature, 223, 690)의 주장이다. 그는 핵반응만으로 퀘이사의 동력을 설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타당치 않음을 보였다. 먼저, 퀘이사의 총 에너지 방출량에 대한 하한은 ~1061 erg에 달한다. 전파를 방출하는 플라스마 헤일로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가 그 정도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무려 1040 g 또는 107 M⊙[역주:태양질량으로 읽는다.]에 달한다. 반면 핵반응은 ε = 0.7 %의 효율만으로 에너지를 생성할 뿐이다. 그러면 퀘이사의 동력으로 사용된 잔여 질량은 적어도 M• ≃ 109 M⊙이 될 것이다. 이어서 린든벨은 퀘이사의 엔진이 직경 2R ≈ 1015cm일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퀘이사의 광도에서 일어나는 큰 변동이 10시간 만큼 짧은 시간척도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10광시보다 작은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있는 109 M⊙의 중력 퍼텐셜 에너지 ~GM•2/R 은 1062 erg와 거의 같거나 그보다 더 크다. 린든벨의 주장을 인용하면, '분명히 우리의 목표는 핵연료에 기반을 둔 모형을 만드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중력수축 모형으로 끝을 맺었으며 핵연료는 상관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총 에너지 방출량이 퀘이사의 전파원에 저장된 에너지보다도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그의 주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결정적인 단서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에 와서 우리를 향하는 상대론적 제트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은 퀘이사 엔진의 작은 부분에 있어서의 출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이 천체가 빛이 천체를 가로지를 때 걸리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척도로 변화할 수 없다는 주장을 약화시킨다. 그런데 이 현상은 상대론적 운동과 관련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SMBH와 같은 퍼텐셜 우물이 여전히 퀘이사 현상에 연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심사숙고는 퀘이사의 동력이 중력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림 1. 블레이저 3C 279에서 방출되는 전파 제트의 초광속 운동 superluminal moiton. VLBA 관측. 사진 출처: NRAO.[역주: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삽입.]
깊은 중력 퍼텐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AGN의 가시광선과 자외선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방출선의 큰 속도 폭으로부터 오랫동안 추론되어 왔다. 그 폭은 일반적으로 2000-10000 km s-1에 이른다. 이 큰 도플러 효과가 중력에 의해 속박된 기체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면, 그것을 속박하는 천체는 질량이 크고 왜소할 것이다. 매번 확실한 설명에 있어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었는데, 바로 기체가 쉽게 밀려나간다는 사실이다. 폭발과 기체의 분출은 천체물리학적으로 흔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대론적으로 깊은 중력 퍼텐셜 우물이 있다는 확실한 관측은, 빛의 속도 c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마 매듭 plasma knots을 가진 전파 제트의 발견이다. 1-10 c의 겉보기 팽창률은 실제 팽창률이 c에 근접하면서 제트가 우리를 향하고 있을 경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 2. 전파 은하 헤라클레스자리 A와 길이 150만 광년의 제트. 사진 출처:NRAO.[역주: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삽입.]
SMBH 패러다임의 기반이 되는 마지막 대들보는 수많은 AGN의 제트가 굉장히 올곧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분명하게 AGN의 엔진은 최대 107년까지 방출 방향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은 안정적인 자이로스코프의 역할을 하는 단일 회전체다. AGN의 엔진이 별이나 초신성처럼 수많은 천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대안은 직선형의 제트를 만들기 쉽지 않다.
그 외의 다양한 증거들 역시 SMBH의 그림과 일치하였지만, 상기한 주장들은 천문학계의 대다수가 SMBH를 AGN 활동에 대해 가능성 있는 엔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끔 극단적인 절차를 밟도록 납득시키는 것이었다. 그동안에 극도로 무거운 홀별이나 스피나와 같은 SMBH의 대안들은 동역학적으로 불안정하여 수명이 짧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그러한 천체가 생성될 수 있더라도, 곧바로 SMBH로 붕괴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림 3. ASCA가 촬영한 세이퍼트 은하핵의 합성 엑스선 스펙트럼. 상대론적으로 넓어진 Fe Kα선이 보인다. 실선이 그리는 곡선은 두 가우시안을 사용한 선윤곽과 6.4 keV를 중심으로 한 좁은 요소 및 그보다 훨씬 넓은 적색편이된 요소의 맞춤이다. (Figure adapted from Nandra K et al 1997 Astrophys. J. 477 602.)
상기한 그림은 패러다임이 되어 SMBH의 직접적인 증거가 밝혀지기 전부터 오래도록 유지되었다. 그 동역학적 증거가 이번 문헌과 다음 문헌 (SUPERMASSIVE BLACK HOLES IN INACTIVE GALAXIES)에서 다루는 주제다. 한편 SMBH 엔진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새로운 관측 방법이 생겼다. 특히 아스카 Advanced Satellite for Cosmology and Astrophysics(ASCA)의 최신 관측은 AGN 속의 상대론적 운동에 관한 강력한 증거를 내놓기도 했다. 여러 세이퍼트 은하의 핵에 대한 엑스선 스펙트럼은 철의 Kα 방출선(정지 에너지가 6.4-6.9 keV에 이르는데, 그림 3 참고)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선은 일부 경우에서는 100 000 km s-1 혹은 0.3c에 달할 정도로 굉장한 도플러 선폭증대를 보이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각각 SMBH의 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밖에 되지 않는 강착원반의 접근 부위와 후퇴 부위에서 발생하는 상대론적 증광 및 감광 효과에 의한 예측과 일치하는 비대칭적인 선윤곽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AGN 패밀리의 구성원 중에서 가장 강렬한 구성원, 다시 말해 퀘이사와 고광도 세이퍼트 은하 및 전파 은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더욱 풍부하되, 에너지 수요가 적으며 기다란 제트나 초광속 운동도 비교적 드물고 흐릿하게 관찰되는 편인 저광도 천체에 대해서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작지만 목소리 큰 경쟁 학파는 계속해서 항성 과정, 특히 폭발적인 별탄생 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과정만으로 여러 AGN의 물리량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역학적 증거는 SMBH가 활동은하핵의 한가운데 숨어 있으며, 후속 문헌에서 논의하겠지만, 심지어 비활동적인 은하 대부분의 중심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2. AGN 질량 측정: 직접적 방법
매우 보편적인 통설에 따르면 퀘이사의 엔진의 질량은 M• ~ 106-109 M⊙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력붕괴는 ε ≃ 0.1의 효율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린든벨의 주장은 일반적인 잔여 질량이 M• ~ 108 M⊙임을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더 정확한 추정치는 1044-1047 erg s-1 또는 1011-1014 L⊙ 범위에 이르는 퀘이사의 광도만큼 출력을 내는 데 필요한 것을 고려함으로써 이끌어낼 수 있다. ε = 0.1인 경우 엔진은 0.02-20 M⊙ yr-1의 속도로 질량을 소비해야 한다. 잔여 질량이 얼마나 많이 축적되는지는 퀘이사의 수명에 달려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수 Mpc까지 올곧게 뻗은 전파 제트를 만들 정도로 수명이 길고, 그 수명을 제트를 가로지를 때 걸리는 빛의 이동 시간으로 어림잡아 추정 가능할 경우, 퀘이사는 대략 107 년 이상 지속되며 축적 질량 M•은 105-108 M⊙과 비슷하거나 클 것이다. 그러나 M•에 대한 가장 엄격한 하한은 강착 물질에 작용하는 복사압의 외향력이 엔진의 내향 중력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따른다. 이는 강착 물질과 복사가 구형 대칭일 경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공인된 조건이다. 이것이 일명 에딩턴 한계로서, L ≤ LE ~ (4πιGcmp/σT)M• = 1.3×1038 (M•/M⊙) erg s–1, 또는 M• ≥ 8×105(L/1044 erg s–1)M⊙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G는 중력상수이며, mp는 양성자의 질량, σT는 전자 산란에 대한 톰슨산란면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찾고 있는 SMBH의 질량은 M• ~ 106-109 M⊙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들을 찾는 일은 AGN 패러다임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의 '성배'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림 4a. HST가 촬영한 거대타원은하 M87의 중심 근처 이온화된 기체의 원반 사진. 이 자료는 Second Wide Field/Planetary Camera가 광학 방출선 Hα와 [N II] λλ 6548, 6583을 분리하는 필터를 통해 촬영한 것이다. 왼쪽의 내삽도는 기체 원반을 확대한 사진이다. 주어진 거리가 16.8 Mpc일 때, 이 영역의 화각은 5˝×5˝이므로 실제 크기는 410 pc×410 pc이다. 원반의 장축 길이는 ~150 pc이며, 광학 제트와 수직 방향을 향하고 있다. [Image courtesy of NASA/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based on data originally published by Ford, H. C., et al. Astrophys. J. 435 L27 (1994).]
그림 4b. M87의 중심핵 원반에 대한 광학 방출선 회전곡선. 이 자료는 HST에 탑재된 Faint Object Camera를 통해 촬영되었다. 상단 패널의 곡선은 별도의 두 두꺼운 케플러식 원반 Keplerian thin-disk 모형과 일치한다. 하단 패널은 가장 잘 맞는 모형에 대한 잔차를 나타내고 있다. [Figure adapted from Macchetto, F., et al. Astrophys. J. 489 579 (1997).]
그림 5. (좌측) HST가 거대타원은하 M84의 중심 영역을 촬영한 사진. 화각은 22˝×19˝ 로서, 주어진 거리가 16.8 Mpc일 경우 실제 크기는 1.8 kpc×1.6 kpc이다. 이 자료는 Second Wide Field/Planetary Camera가 광학 방출선 Hα 및 [N II] λλ 6548, 6583을 분리하는 필터를 통해 촬영한 것이다. Space Telescope Imaging Spectrograph의 슬릿은 중심핵 기체 원반의 장축(청색 사각형)을 따라 배치되었다. (우측) 중심 3˝ (240 pc) 영역의 스펙트럼을 얻은 결과. 사진의 가로축은 속도를 나타내며 세로축은 장축 방향의 거리를 나타낸다. 이 스펙트럼은 회전하는 원반 특유의 운동학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속도의 크기는 각각 청색편이와 적색편이에 대응하는 청색과 적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총 속도 범위는 1445 km s-1에 이른다. [Image courtesy of NASA/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based on data originally published by Bower, G. A., et al. Astrophys. J. 483 L33 (1997) and Bower, G. A., et al. Astrophys. J. 492 L111 (1998).]
AGN은 SMBH의 탐색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활동은하는 그러한 탐색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별을 이용한 동역학적 탐색으로 비활동은하 속의 중심에서 어두운 천체를 먼저 발견(SUPERMASSIVE BLACK HOLES IN INACTIVE GALAXIES 참고)하긴 하였으나, 이러한 탐색 방법은 매우 활동적인 은하에서 대해서는 응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은하핵의 비열적 복사가 별빛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기체의 운동을 이용해서 질량을 측정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중력이 아닌 힘에 의해 섭동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만 잘 성립하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이 복잡한 문제는 우리가 중심을 두고 케플러 회전을 하는 기체, 즉 반경에 대한 함수로서의 회전속도 V(r) ∝ r-1/2인 기체를 관측하고 있을 경우 귀납적으로 배제 가능하다. 또한 비교적 덜 활동적이고 뚜렷한 방출선을 중심으로 한 협소 통과대역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서 기체 원반이 나타나는 은하를 표적으로 삼을 경우, 유리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2. 1. 광학 방출선의 운동학
지상 망원경, 그리고 특히 허블우주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 (HST)이 촬영한 고해상도 광학 영상은 수많은 거대타원은하가 먼지와 이온 기체로 이루어진 은하핵 원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예시로 M87(그림 4a)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원반의 폭에 대한 측정치는 ~150 pc이며, 원반의 회전축은 광학 제트와 전파 제트와 거의 나란하다. 이것은 SMBH의 강착에 대한 그림과 잘 어울린다. 이 원반은 질량이 M• ≃ 3×109 M⊙인 천체 중심으로 케플러 회전(그림 4b)을 하고 있다. 이어서 이 천체는 어둡다. 측정된 질량 대 광도의 비는 각각 태양 단위에서 100을 넘는데, 이는 알려진 어떠한 별의 종족에 대해서도 훨씬 더 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어두운 덩어리는 매우 왜소해야만 한다. 주변 속도장이 그 반경 거리를 5 pc 미만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덩어리의 밀도는 107 M⊙ pc-3을 초과한다. 이 기법을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예시는 그림 5에 나타나 있다. 마찬가지로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원인 M84은 크기면에서 M87의 쌍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은하핵 속에서는 그보다 작고 기울어진 기체 원반(직경 ~80 pc)을 보유하고 있다. 이 원반의 회전은 그 중심에 M• ≃ 2×109 M⊙의 보이지 않는 질량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유사한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으며(NGC 4261, NGC 6251, NGC 7052), 더욱 많은 사례를 발견하기 위한 탐색이 현재 진행 중이다.
2. 2. 전파 메이저의 운동학
물 분자의 22 GHz 마이크로파 메이저 방출이 은하핵 기체 원반의 가장자리에서 발견되는 일부 사례를 이용하는 접근 방법도 있다. 특히 강력한 "메가메이저" megamasers를 통해 전파천문학자들은 간섭계를 사용해서 정밀한 각해상도의 속도장을 지도화할 수 있다. 이 방법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응용 사례로, 베리롱베이스라인어레이 Very Long Baseline Array가 세이퍼트 은하 NGC 4258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0˝.0006─HST의 성능의 100배─의 분해능을 달성한 바 있다. 그 은하에 대해 주어진 거리가 6 Mpc일 때, 선해상도는 무려 0.017 pc이다. 메이저는 내곽 반경이 0.13 pc이고 외곽 반경이 0.26 pc, 두께는 < 0.003 pc인 약간 굽어 있는 고리(그림 6a)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은하에 대해 속도가 거의 0인 메이저들은 은하 중심의 시선 방향 근처 부분의 원반에 있는 반면, (접근하고 있음을 뜻하는) 큰 음과 (후퇴하고 있음을 뜻하는) 양의 속도를 가진 것들은 원반 중심에 대해 양쪽 방향에서 나온다. 큰 값을 가지는 속도들은 r = 0.13 pc 안쪽에 3.6×107 M⊙에 달하는 속박 물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NGC 4258에 대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회전곡선이 케플러식과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는 관측(그림 6b)이다. 이 관측 결과로부터 보일 수 있는 것은 질량 분포 반경이 0.012 pc과 비슷하거나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의 덩어리가 SMBH가 아닐 경우, 그 밀도는 ρ > 5×1012 M⊙ pc-3으로 엄청나게 높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어두운 덩어리의 밀도 (SUPERMASSIVE BLACK HOLES IN INACTIVE GALAXIES 참고)와 비견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조건 아래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은 항성잔해(백색왜성, 중성자별, 항성질량 블랙홀)나 별보다 가벼운 천체(행성, 갈색왜성)로 이루어진 성단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적으로는 이것들이 SMBH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대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NGC 4258과 우리 은하에서만큼은 SMBH의 동역학적인 설명이 다른 어떠한 천체들의 설명보다도 더 신뢰성 있다.
그림 6a. NGC 4258 속에 있는 물 메이저들의 공간 분포. 좌측은 적색편이된 속도를, 우측은 청색편이된 속도를 나타낸다. 메이저를 나타내는 점들은 얇고 가장자리가 4˚ 정도 휘어진 고리 속에 분포해 있다. 주어진 거리가 6.4 Mpc일 경우, 1 mas = 0.031 pc이다. 상단 패널은 이 은하의 계운동 속도 systemic velocity 언저리에 있는 방출을 확대한 모습이다. (Figure adapted from Miyoshi, M., et al. Nature 373 127 (1995).]
그림 6b. 고리의 장축에 따른 거리의 함수로서 표현된 시선속도. 속도가 높은 부분은 연속적인 선으로 표시된 케플러 모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내삽 그림에서 확대된 계운동 속도 언저리의 방출은 원반에서 중심을 향하는 시선 앞에 놓인 부분에서 거의 일정한 반경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선속도 기울기는 회전속도를 시선속도 곡선으로 변환해서 생긴 것이다. [Figure adapted from Miyoshi, M., et al. Nature 373, 127 (1995).]
3. AGN 질량 측정: 간접적 방법
직접적인 동역학적 측정 방법은 훨씬 밝고 더욱 멀리 있는 AGN에 대해서는 실용적인 방법이 아니다. 은하핵에서 오는 매우 밝은 빛이 주변에 있는 별들의 방출을 압도하며, 기체가 중력이 아닌 힘을 받고 있어 중심부 근처에 가혹한 조건이 조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정이 더욱 어려운 천체들에 대해서도 참임을 검증하기 위해 중심 질량을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법들이 창안되어 왔다.
3. 1. 강착원반 스펙트럼 맞추기
블랙홀에 떨어지는 물질은 각운동량이 점성에 의해서 손실되는 강착원반에 자리 잡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리얼 정리로부터 물질의 중력 퍼텐셜 에너지 U의 절반이 복사의 형태로 방출된다. 따라서 그 광도는
강착률 가 충분히 높은 곳에서는 기체가 광학적으로 두꺼워지므로 원반은 흑체로서 열복사를 방출한다. 따라서 원반의 광도는
여기서 2πr2은 원반의 표면적이고 σ는 슈테판-볼츠만 상수다. 그러므로 반경 r에 대한 함수로 표현되는 원반의 유효온도는
위 결과를 에딩턴 강착률을 표현하는 ~ LE / εc2 = 2.2(ε/0.1)-1(M•/108 M⊙) M⊙ yr-1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RS ~ 2GM•/c2 = 2.95×1013(M•/108 M⊙) cm를 이용해서 수치화하면
다시 말해, 흑체 복사 스펙트럼에서 최대 강도가 되는 곳은 주파수 νmax = 2.8kT / h ≃ 4×1016 Hz인 곳이다. 여기서 k는 볼츠만 상수, h는 플랑크 상수다. 이 최대 강도는 100 å 또는 0.1 keV 언저리다. 사실, 수많은 AGN의 스펙트럼은 극자외선 또는 연엑스선 파장에서 넓은 초과 방출을 보이고 있다. 이 "빅 블루 범프" Big Blue Bump는 이따금씩 강착원반에서 나오는 열방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광도와 빅 블루 범프의 중심 주파수에 대한 맞춤은 M•과 의 값을 내놓긴 하지만, 각자 따로 분리해서 산출하지는 않는다. 분석에 원반의 경사와 상대론적 효과를 보정하는 일까지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이 방법은 모형에 의존하여 대략적인 질량만을 산출할 수 있다. 퀘이사에 대한 값은 일반적으로 M• ≃ (108-109.5) M⊙ 및 ≃ (0.1-1)이다. 세이퍼트의 은하핵은 그보다 낮은 질량 M• ≃ (107.5-108.5) M⊙ 및 강착률 ≃ (0.01-0.5)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2. 광학적 변광으로부터 비리얼 질량 구하기
블랙홀 반경 0.01-1 pc에 해당하는 중심 근처에는 '넓은선 영역' broad-line region(BLR)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영역은 협소하고 조밀한 기체 구름이나 필라멘트가 복잡하게 붐비는 곳이다. 이곳의 구름들은 AGN의 광이온화 연속체 복사를 쬐면서 그 복사를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장에 의해 수천 km s-1의 속도로 폭이 넓혀진 방출선으로 재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여기서 η ≃ 1-3으로서 주어진 운동학적 모형에 의존하는 값이다. υ는 방출선의 폭에서 반영된 기체의 속도분산 velocity dispersion이고, rBLR은 BLR의 반지름이다. 마지막의 값은 후술할 '반향 지도화' reverberation mapping 통해 측정할 수 있다. AGN의 광이온화 연속체는 보통 수 일에서 수 개월의 시간척도를 두고 밝기가 변한다. 이에 대응하여 방출선 역시 변화하게 되지만, 연속체의 광원에서 선 방출 기체까지 빛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시간 지연을 겪는다. 각 물체 속의 연속체와 방출선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반향 지도화가 BLR의 크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관련 연구들은 방출선의 선폭이 대부분 속박된 공전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정을 지지하기도 한다. 위 방정식을 응용하면 세이퍼트의 은하핵은 질량 M• ~ (107-108) M⊙인 블랙홀을 동력원으로 하고, 퀘이사의 엔진은 M• ~ (108-109) M⊙로 그보다 더 무겁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퀘이사는 훨씬 더 무거운 은하 속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므로, 이 결론은 최근에 발견된, SMBH의 질량과 은하 내에서 SMBH가 거주하고 있는 타원은하와 비슷한 부분의 질량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를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3. 3. 엑스선 변광
AGN은 경엑스선(2-10 keV)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밝기가 변한다. 그 변광의 시간척도를 엑스선 방출 영역의 크기를 제한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 중심의 질량을 측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패턴의 변광이 일어나지는 않으므로 유의미한 시간척도를 결정하기란 애매하다. 한가지 접근 방법은 '최속 곱절 시간' fastest doubling time ∆t를 이용하여 최대 광원 크기 R ≃ c∆t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고에너지 광자는 강착원반의 뜨거운 내곽 영역이나 그 위의 놓인 고온의 코로나에서 나왔을 것이다. 예컨대 일부 모형에서 추정하듯 R ≃ 5RS일 경우, 우리는 상한 질량 M• ≤ (c3/10G) ∆t ~ 104 ∆t M⊙ (여기서 ∆t의 단위는 초)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측정된 질량은 일반적으로 비리얼을 이용한 다른 주장으로부터 얻은 값과 일치하는 편이지만, 광원의 크기와 함께 변광 시간척도에 내재된 불확실성 때문에 신뢰성이 상당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엑스선 강도 변화는 강착 흐름 속의 국지적인 '열점'에서 기원했을 수도 있다.
엑스선 반향 지도화는 후일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철 Kα선은 강착원반의 경엑스선 연속체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폭넓게 이해되고 있다. 지금 ASCA에 의해 일상적으로 탐지되는 선윤곽의 굉장히 넓은 선폭과 왜곡(그림 3)은 중심으로부터 10-100 중력 반경 내에 있는 플라스마의 덩어리 운동을 비춰주고 있다. 원칙상 선의 강도와 선윤곽의 일시적인 변화는 이론적으로 모형화 가능한 여러 인자로부터 결정되는데, 그러한 인자로 엑스선 광원의 형상, 원반의 구조, 가정된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또는 커의) 계량이 포함되어 있다. 근시일에 엑스레이 멀티미러 미션 X-ray Multi-Mirror Mission (XMM)을 통해 시간 분해 엑스선 분광학 time-resolved X-ray spectroscopy이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SMBH의 질량과 회전속도에 대한 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4. 요약 및 전망
AGN 활동에 대한 블랙홀 모형은 30년이 넘도록 성공적이면서 대중적이었다. 오랜 세월을─적어도 최근까지는─견딜 수 있었던 것은 SMBH에 관한 경험적인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대안이 굉장히 타당성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은 몇 수 더 진척된 상황이기도 하다. 개수된 HST는 지상 관측으로부터 얻은,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 질량이 매우 크며 어두운 천체가 있다는 증거의 신빙성을 더욱 힘 있게 만들었다. 그러한 증거의 발견 속도는 점점 더 속도를 붙고 있다. 어두운 천체는 우리가 AGN의 엔진을 설명함에 있어 필요한 질량 범위와 정확히 들어맞고 있으나, 그것이 블랙홀임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그래서 전파 간섭계법으로 NGC 4258의 거대한 메이저 원반을 관측한 것이었고, 회전곡선이 우리가 관측한 바와 같이 정확하게 케플러 회전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중심의 질량이 극도로 협소한 체적 안에 뭉쳐 있어야 했다. 중심 천체의 추정 밀도는 굉장히 높아서 천체물리학적으로 타당성 있는 대안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니 SMBH가 최적의 설명 방법인 것이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SMBH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것은 중대한 개념상의 돌파구인 셈이다.
한편으로 ASCA는 수많은 AGN이 상대론적으로 폭이 넓어진 윤곽을 가진 철 방출선을 내보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장이 있다는 가장 신빙성 있는 증거임이 틀림없다. 가장 흥미로운 향후 전망 중 하나는 시간분해 엑스선 분광학이다. 뜨거운 기체를 이용해서 강착 중인 블랙홀의 가장 가까운 부분을 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AGN 패러다임이 뒤집히면 블랙홀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증거를 반증할 수도 있다. SMBH는 은하들 속의 중심핵의 활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SMBH 후보는 우리가 강착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물질의 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비활동적이다. 진화 중인 짝별의 기체를 흡수하는 일부 항성질량 블랙홀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최근에는 여러 연구자들이 강착원반이 광학적으로 두껍다는 이유나 너무 얇아서 냉각이 안 된다는 이유로 RS에 이르기 전까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복사로 방출할 수 없다는 '이류 주도 강착' advection-dominated accretion 이론을 제창했다. 유입 물질의 대부분이 최종적으로 유출을 통해 탈출하지 않는 한, 강착 에너지가 흩어질 수 있는 방법으로서 흡수되는 물체가 딱딱한 표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즉 연료를 잘 먹는 은하핵 엔진의 비활동성이야말로 엔진이 사건의 지평선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관측은 AGN 엔진이 블랙홀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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