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영국 파운드(pound)화는 여느 국가 화폐와 마찬가지로 10진법을 쓰고 있다
따라서 파운드와 보조단위 페니(penny; 복수형은 펜스 pence)의 상관관계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1971년 2월까지 영국 파운드화는 지금의 파운드화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
그것은 바로 10진법을 쓰는 화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당시 영국 파운드화는 '파운드-페니'의 2단 체계가 아닌 '파운드-실링(shilling)-페니'의 3단 체계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3단 체계의 방식이 정말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즉 파운드-실링은 20진법을, 실링-페니는 12진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따라서 1파운드는 다음과 같았다
안 그래도 계산하기도 힘든데 표기법도 괴상함 그 자체였다
예시
3파운드 5실링 10펜스
3,5/10 or £3 5s. 10d.
2실링
2/- or 2s.
더 웃기는 건 s.는 '실링'의 약자가 아니다
(d. 역시 '페니'의 약자가 아니지만 이건 생긴 것만 봐도...)
s.는 무려 로마 제국 동전 단위였던 solidus에서 따온 것이었다
d. 역시 로마 제국 동전 단위였단 denarius에서 따온 것이었다
실 사용 예시
문제는 이만 해도 충분히 복잡해 미치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1파싱(farthing) = 1/4페니
1크라운(crown) = 60펜스 = 5실링
1하프크라운(half crown) = 30펜스 = 2실링 6펜스
1플로린(florin) = 24펜스 = 2실링
1소버린(sovereign) = 1파운드 = 20실링
1기니(guinea) = 21실링
정리하자면...
게다가 간혹 10진법으로 변환해서 적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럴 경우 당연히 20진법과 12진법으로 변경해야 했다
예시
3.5실링
= 3실링 6펜스
= 3/6
= 3s. 6d.
1.5파운드
= 1파운드 10실링
= 1,10/-
= £1 10s.
이러다 보니 영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그야 말로 돈 계산하느라 머리가 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이것을 간첩 판별법으로 이용했다
실제로 독일의 아프베어나 SD 요원들 중에서 가게에서 잔돈 계산을 하다가 버벅대서 잡힌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10진법이던 라이히스마르크에 익숙했던 독일 간첩들 입장에서는 가게에서 물건 사는 것부터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랬던 영국 파운드화도 결국 1968년부터 순차적으로 10진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1년 2월 15일 드디어 10진법으로 완전 전환되게 된다
그에 따라 1파운드 = 100(신)펜스가 되었으며, 실링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동시에 페니의 기호도 d에서 p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되던 실링은 1968년부터 점차 다음과 같이 교체되었다
(파운드는 가치 변화 없음)
'1실링 = 0.05(=1/20)파운드'
따라서
1실링 동전은 5(신)펜스로 계승 (1968)
2실링 동전은 10(신)펜스로 계승 (1968)
10실링 지폐는 50(신)펜스 동전으로 계승 (1969)
하프(1/2)(신)페니(현재는 단종), 1(신)페니, 2(신)페니 신규 발행 (1971)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