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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2020.04.26 19:29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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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천문학자의 일상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중 대부분은 자기 사무실에서 컴퓨터 타자를 두들기고, 정기 회의와 몇 차례의 티타임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물론 우리는 블랙홀이나 폭발하는 별, 먼 미래지만 우주의 불가피한 종말처럼 다소 정신 나간 것을 연구하지만, 일과는 여러분처럼 평균 9시에서 5시까지다. 우리가 망원경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든 천문학자가 관측하거나, 그러고 싶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어떤 이는 우리가 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뮬레이션과 모형을 만드는 일에 초점을 맞춘 이론적인 접근에 더 흥미 있어 한다. 그들은 컴퓨터를 통해 은하 전체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고, 별이 태어나는 과정을 알아내며, 심지어는 우주 전체의 지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업무는 망원경으로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거꾸로 리의 관측은 이론의 안내를 받는 경우가 많다. 둘은 별개가 아니다. 수많은 천문학자가 이 두 가지 모두에 손대고 있다.

 

내 경우는 관측하는 쪽에 더 가깝다. 내 일에는 차세대통과탐사 Next Generation Transit Survey, 일명 NGTS라는 망원경으로 우리 은하 내의 새로운 행성을 탐색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NGTS는 수천 개의 별에서 오는 빛을 모니터링하여, 별의 밝기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주기적인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행성을 발견해낸다. 이러한 변화가 크기, 모양, 소요 시간 면에서 올바른 경우, 우리는 행성이 지나가면서 그 별빛의 일부를 차단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무언가가 행성을 발견하는 데 특징이 되는 징후를 모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발견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른 망원경으로 후속 관측을 착수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하는 일이다.

 

656348main_ToV_transit_diag_full-768x327.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NGTS로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 '통과 기법' transit method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별의 밝기에서 작고 어두운 무언가━바라건대 행성이 별의 앞을 지나갔음을 암시하는 미세한 주기적인 변화를 탐색하는 일을 수반한다. 이미지 출처: NASA

 

야 신난다, 외딴 사막 고원으로 간대

 

NGTS는 세계에서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손꼽히는 칠레━더 정확히는 아타카마 사막━에 있다. 인적 드문 곳에 자리한 NGTS는 천문대의 전형으로서,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마을이나 도시의 불빛과 대기오염을 피하고자 매우 외딴 장소에 건설되었다. 하지만 매우 맑은 날조차도 대기의 난류는 여전히 별을 씰룩거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별이 '반짝거린다'는 것이다. 여름밤에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볼 때는 예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 천문학자에게 이것은 이미지 테러일 뿐이다! 우리 위에서 일어나는 대기 난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으로 가야만 한다. 다시 말해 천문대가 들어설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는 산이나 고원인 셈이다.

 

ngts_scopes-768x509.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칠레 아타카마 사막 유럽남부천문대 파라날 사이트에 있는 차세대통과탐사. 이미지 출처: G. Lambert

 

이러한 요구 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영국에서 남아프리카천문대 South African Astronomical Observatory, 일명 SAAO의 구경 1.0미터 엘리자베스 망원경까지 후속 관측을 위한 내 여정은 18시간(그것도 최소!)이 소요되었다. SAAO는 케이프타운에서 자동차로 가면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걸리며, 서덜랜드라 불리는 남아프리카 카루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다. 이 시설이 외딴곳에 있다는 사실은 여타 천문대와 마찬가지로 숙박을 위해 지역 호텔이나 에어비엔비를 접할 기회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천문대는 망원경 아래 멀지 않은 곳에 자체적인 숙박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1-2주간 머물며 관측 자료를 수집했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의 커다란 망원경을 사용하는 일이란 실제로 어떨까?

 

천문학자의 일상생활

 

천문대에서 생활하며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반 야행성이 된 것이다. 내 하루는 오후 1시 무렵에 시작된다. 따뜻한 아침 식사가 제공될 무렵이지만, 늦게 잠이 들면 일주일 24시간 내내 시리얼만 먹게 된다. 망원경에서 긴 밤을 지새우며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어려우므로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오후가 좋은 편이다. 가끔은 산책에 나서며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관측 시간에는 해를 볼 기회가 없으니까! 점심은 오후 6시에 따뜻한 음식으로 제공된다. 이 시간에는 망원경을 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천문학자들이 다 같이 식사를 하므로, 천문학의 모든 분야에서 일하는 흥미로운 사람들과 많이 접할 기회를 얻는다.

 

image1-1024x328.jpe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천문대 주변 남아프리카 카루의 풍경.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망원경으로 갈 준비를 할 시간이다! SAAO는 천문대를 위해 정밀한 최신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편리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우선 그날이 관측에 충분할 정도로 맑은 날씨인지 점검해본다(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서 날씨가 흐린지 확인할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습도계와 풍속계가 없음). 맑은 밤이 될 것 같으면 배낭에 노트북과 공책, 예비 스웨터, 약간의 과자(그래, 맞다. 가방의 90%가 과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야간 도시락을 챙겨 넣는다. 각 천문학자를 위해 저녁마다 준비되는 도시락은 샌드위치와 음료, 안줏거리로 간소하게 이루어져 있다. 경험상, 관측에서는 오전 3시에 핫초코와 치즈 토스트를 먹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없다!

 

산을 오르는 길은 짧되, 남아프리카의 카루 위로 해가 지는 풍경은 아름답다. 길을 가다 보면 이따금 스프링복이나 바위너구리를 볼 수 있는데, 한 번은 천문대 옆으로 국립공원에서 탈출한 사자가 있기도 했다.

 

망원경에 도착한 나는 밤을 지새울 사무실로 향한다. 내 사무실은 돔의 메인 파트 측면에 있는 작은 방이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깨게 되어 미안하지만, 망원경을 다루는 일에는 한쪽 끝에 앉아서 아이피스를 들여다보며 밤새도록 필기하는 일이 없다! 요즘은 집광은 카메라가 하고, 천문학자는 제어실에 앉아 컴퓨터와 버튼으로 망원경을 제어한다. 이 '온실' warm room은 보통 실제 기기가 있는 곳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자료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방문을 열면서 나오는 빛이 망원경으로 가지 않게끔 하기 위함이다.

 

IMG_2756-e1587739623356-768x499.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SAAO 1.0m 망원경의 온실, 내가 관측할 때 쓰는 사무실이다!

 

저녁이 드리울 무렵에 나는 카메라의 전원을 켠다. 곧장 데이터를 취할 일은 없지만, 디텍터가 장비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섭씨 -50도로 냉각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 시간에 밖으로 나가 수 분간 찬란한 아프리카의 일몰을 구경한다.

 

 

DSC_0030-768x510.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SAAO의 일몰. 1.0m 망원경은 사진 가장 앞에 있다.

 

 

IMG_2893-300x400.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해 질 무렵 망원경 돔 바깥에서 맞이하는 일몰! 내 뒤로는 또 다른 1.0m 망원경인 레세디 Lesedi와 함께 주황빛과 분홍빛의 일몰 아래, 지구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검은 띠가 지평선 위로 보인다.

 

그러면 이제 일을 할 시간이다.

 

야간 관측을 시작할 때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망원경 셔터를 닫고서 몇 차례 사진을 찍어보는 일과 더불어 (별이 나타나기 전의) 빈 하늘을 촬영하는 일이다.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 '바이어스' 프레임과 '플랫' 프레임은 나중에 내가 촬영할 과학 사진을 전처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것들이 카메라의 각 픽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동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무시하면 정밀하게 측정할 일을 망칠 수 있다.

 

날이 충분히 어두워졌으니, 표적을 관측할 때다. 나는 망원경을 움직여 하늘의 특정 부분을 지향하면서 파인딩차트를 통해 표적 별을 찾는다. 또 지구가 자전하더라도 망원경이 같은 하늘을 계속 지향하게끔 '가이드'로 사용할 밝은 별을 인근에서 찾을 필요도 있다. 이 가이드 별은 별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처럼 관측 자료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대기 상태를 점검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표적과 가이드 별을 찾았으면, 노출 시간과 노출 횟수를 설정하는 게 남은 일의 거의 전부다! 행성의 통과는 보통 수 시간이 걸리므로, 망원경이 이를 관측하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하거나 늦은 밤 TV 시청이라든지 영화 보기(와 과자 먹기)를 즐길 수 있다. 수시로 날씨와 관측 자료가 정확하도록 가이드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잊지 않는다. 가끔 상황이 정말 안 좋으면 수동으로 가이드를 해야 하는데, 몇 초마다 미세하게 망원경을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망원경의 스태빌라이징에 좋은 일이 아닌 데다, 날씨가 좋아질 여지가 없을 때는 관측을 중지해야 한다.

 

이따금씩 용기가 생기면 편안한 망원경 돔 밖으로 나가서 칠흑으로 물든 바깥세상의 별들을 두 눈에 새긴다. 맨눈으로 보는 맑은 날 밤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도시나 마을에서 벗어나) 별을 봤으면 좋겠다. 주변 불빛이 없는 탓에 은하수가 곧장 머리 위로 흐르는 별과 먼지의 강처럼 보이고, 어두운 빛에 순응하면서 더욱더 많은 별이 보일수록 풍경은 더 아름다워진다. 남반구에서는 은하수 옆으로 구름처럼 보이는 희끄무레한 덩어리 두 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들은 왜소한 은하다. 각 덩어리는 수십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십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밤하늘이 웅장할 정도로 맑은 세계의 일부를 방문할 수 있어 정말 운이 좋다. 그렇더라도 돔을 벗어나 새까맣게 어두운 장소에 홀로 있으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관측할 때 자주 별을 보러 가지는 않는다.

 

 

sky-768x399.jpg 관측 천문학자의 일상

SAAO의 밤하늘. 사진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는 망원경은 남아프리카거대망원경 South African Large Telescope, 일명 SALT로서, 주경의 지름이 무려 10미터에 달한다! 사진 중앙 부근 은하수 바로 아래에 마젤란운이 보인다. 이미지 출처: Chantal Fourie

 

다시 돔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계속하자. 밤이 순탄할 경우, 해가 뜨기 직전까지 관측 자료를 수집한다. 하늘이 밝아지면 아침 하늘의 배경광 때문에 별이 어두워지므로 데이터의 품질이 떨어진다. 짐을 싸서 나가기 전에는 셔터와 망원경 돔의 폐쇄를 비롯해 모든 것을 반드시 정지시켜야 한다. 자동차로 하산하는 길은 느리다. 다른 천문학자들이 아직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헤드라이트를 켜선 안 되기 때문이다. 숙소에 가까워질 때까지는 비상등만 사용할 수 있다.

 

마침내 방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상당한 피곤함을 느낀다. 악천후로 일찍 문을 닫으면 조금 더 오래 잠을 청하여 생체 시계를 야간 근무에 맞춤으로써 늦게 일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망원경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면, 새들의 아침 합창과 함께 침대에 쓰러지듯 잠이 들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관측 자료를 얻었으면 행복한 천문학자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밤도 관측해야 하니까...

 

경험은 가지각색에 깊이도 저마다다

 

관측은 지침과 흥분, 좌절, 경외심을 한꺼번에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천문학자가 똑같은 일화를 겪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도 같지 않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내가 겪은 경험을 들려주었지만, 이것은 한 가지 특별한 것을 바라보는 한 천문대의 한 망원경에 관한 것일 뿐이다. 망원경의 종류도 다양한 데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연구하는 기이하고 경이로운 것을 측정할 방법도 다양하므로, 다른 천문학자에게서 그들만의 경험도 들어보길 권한다! 아마도 전공이 그들로 하여금 태국의 한 천문대로 가게 했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빛을 통해 우주를 연구하게 했을 것이며, 지구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조종할 기회를 얻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는 여러분이 스스로 관측하는 경험을 얻을지도 모른다.

 

이 글의 저자에 관하여

로자나 틸브룩 Rosanna Tilbrook은 레스터 대학교의 2년차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그녀의 연구는 칠레의 뉴 제너레이션 트랜짓 서베이 망원경을 통해 별의 밝기에서 일어나는 분 단위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우리 은하 내의 새로운 행성을 탐색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주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음악 감상과 연주, 여행, 파스타 먹기, 애완 고양이 주무르기를 좋아합니다.

 

 

원문

Astrobites.org, A day (and night) in the life of an observational astronomer,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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