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약간의 평화와 고요
제목은 '약간의 평화와 고요'!
원제는 'a little peace and quiet'인데, 이게 숙어라서 번역하기 애매하더군요 ㅋㅋ
네이버측에서 제시한 번역은 '약간의 평화로운 고요'인데...
너무 번역채 느낌이 나고 말을 쓸데없이 늘이는 느낌이라ㅋㅋㅋ
그냥 전 숙어를 따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약간의 평화와 고요'로 쳤습니다 ㅋ
에헴... 어찌 됐든, 이야기로 들어가면
제목과 어울리는 한적한 이른 아침,
침대에서 잠을 자는 부부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빰! 빠라밤~!!! 빠바바바밤!!!!!
"뭐야!!"
그런데 이 평화를 깨트리는 요란한 음악소리!!
아내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나고
남편도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잠에서 깹니다!
"그냥 아침이 온 거였네..."
소리의 정체는 다름아닌 알람시계 ㅋㅋㅋㅋ
아내는 알람시계를 끄곤 안도하며 다시 자리에 눕...진 못하고!
남편만 자리에 누운 채 아침식사를 차리러 나갑니다...
고기 굽고, 커피 끓이고, 뭔진 몰라도 냄비에서 요리를 댑히고,
라디오에선 음악이 쿵쾅쿵쾅 울려대는 부엌.
"머리 꼴이 그게 뭐야? 아직도 안 빗었어?"
"밥 다 먹고 나가기 전에 빗어도 되잖아!"
아직 어린 막내 딸은 식탁 앞에 앉아 있었고,
딸 아이 둘은 엄마를 도와 식탁을 차려주고 있지만
괜히 말싸움을 하면서 부엌을 더욱 요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아들까지 있었습니다!
근데 아침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손에 뱀 시체를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나는 아들...
"이것 봐!"
"그럴 거면 그냥 잠이나 더 자지 그러냐?"
그러나 ㅋㅋㅋㅋ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 누나들 ㅋㅋㅋㅋ
쳐다만 보고 하품한 채 무시하거나 동생보고 그냥 잠이나 더 자랍니다 ㅋㅋㅋㅋ
옆에 있던 막내 여동생도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합니다 ㅋㅋㅋㅋ
서로 말다툼을 하며 시끄러운 와중에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 얘야, 라디오좀 꺼! - 아, 별 일 아니야.
우리 아침이 늘 이렇지 뭐..."
이웃이나 친구로 보이는 전화를 받으며 언제나의
아침 사정을 되새기는 아내...
"패니!!!!! 당신 어디 있어?"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거실에서 남편 목소리가 울립니다.
"나 지금 부엌에 있어!"
그러자 잠시 수화기를 내려놓고 외치는 패니.
"패니!!!! 신발이 이게 뭐야! 내가 주말동안
세탁해달라고 했는데, 지난 번 소풍 갔을 때 들어간
모래가 아직도 그대로 들어 있잖아!"
"아, 미안... 나중에 내가 다시 걸게..."
결국 사정상 통화는 다음 기회에...
"지금 구두가 문제가 아니라 밀린 빨래도 아직 다 못 돌리고 있어...
당신도 지난번에 세탁기 고쳐놓겠다고 했었잖아."
"미안..."
"그런데 내가 세탁기 돌리지 말라고 경고했었는데
지금 누가 돌리고 있는 거야?"
"미안..."
"로즈! 고칠 시간 없으면 그냥 꺼!"
"알았어, 알았어!"
투덜거리며 다시 불판으로 가는데...
이게 뭐야...!!!!!!!
남동생이 주워온 인기 없는 뱀 시체가
별안간 불판 위에서 지글대는 중...;;
"여보!! 나 저거 어떻게 멈추는지 모르겠어!"
애들은 뱀을 보며 놀란 엄마를 보고 싱글벙글 웃고
남편은 고장난 세탁기를 켜놓고 끄질 못하고...
식기들에서 울려 퍼지는 끓는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과 남편의 아우성 속에서...
패니는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심호흡을 합니다...
어찌어찌 해서 아침 식사는 마무리 되고...
아이들은 학교로, 남편은 회사로 떠나 조용해진 집에서
패니는 앞마당의 정원을 꾸미며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삽으로 땅을 파던 도중, 갑자기 삽 끝으로
무언가 '틱' 하고 닿으며 걸립니다.
문제의 구덩이 안으로 손을 넣어 흙을 파보니...
네모난 상자 같은 것이 드러납니다.
흙을 털어내고 그것을 꺼내보는 패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것은 상자였습니다.
땅속에서 빛을 잃고 흙에 물든 낡은 나무 상자...
패니는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살짝 즐거워합니다.
잠금 장치를 풀고, 낡은 상자가 입을 쩍 벌리자
안에서 드러난 건... 웬 하얀 천...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진 몰라도 상자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크기였습니다.
그리고 내용물을 꺼내 천을 벗겨보니...
그 안에 들어있던 건 금빛 목걸이...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장식과 무늬가 새겨진 금색 목걸이가
사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정원 정리하다 뜻밖의 횡재!!
곧장 방으로 돌아와서 목걸이를 착용하며 나름 흡족해하는 패니.
그리고 시간은 흘러... 다음 날 아침...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느닷없이
두 딸이 다가와서 아우성을 칩니다.
"엄마! 엄마! 언니가 자꾸 나 의심해!"
"내 레코드 어디 숨겼어!"
"난 분명 챙겨서 가져왔다니까!"
"시치미 떼지 마! 소풍 다녀온 날에 집에 돌아와서
나한테 다시 안 보여줬잖아!"
"언니가 보여달라고 한 적 없잖아!"
대략, 남편 '로즈'가 처음에 언급한 '소풍'을 다녀온 당시에
언니 쪽이 레코드를 가지고 갔고, 이걸 동생이 챙겨오기로 했는데
아침에 레코드를 찾아보니 집에 없어서 동생 녀석이
소풍 장소에 두고 왔다고 의심하는 상황인 듯...
아이구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내 딸이 냉장고에서 혼자
우유를 꺼내 마시려다가 통째로 쏟아버립니다...
(어릴 때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죠... 오렌지 쥬스를 진짜 좋아했는데
오렌지 쥬스가 엄~~청 큰 유리병에 담겨 있어서, 딱 저만할 당시에는
그게 너무 무거운 나머지 엄마가 따라주지 않으시면 마시지도 못했죠...
근데 어느 날은 집에 엄마가 안 계셔서 직접 따라 마시려다가...
쥬스병이 너무 무거워서 놓치는 바람에 따지도 않은 쥬스병이
산산조각이 났죠. 하하하... 전 쥬스가 아까워서 우는데 소리 듣고 달려오신
이모가 다치진 않게 조심하라 하신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런... 괜찮아, 울지 마, 엄마가 치워줄게."
"엄마, 제이미한테 내 레코드 다시 찾아오라고 해요!"
"가져왔다니까!"
"근데 왜 집에 없는데!"
"몰라!!"
우는 막내 달래주랴, 쏟은 우유 닦아주랴 바쁜 엄마를
애워싸고 여전히 말다툼 하기 바쁜 자매...
"엄마! 내 롤러 스케이트 어딨어요?
아무데도 안 보여요!"
이젠 아들까지...
"여보! 나 옷에 구멍 났는데 이것좀 꿰매줘!"
당신이란 사람은 도움이 안 돼!
"롤러 스케이트 어딨어요?"
"여보 나 이거 꿰맬 줄 모르겠어!"
"엄마 내 레코드 찾아오라고 해요!"
"엄마 언니가 자꾸 저 의심해요!"
안그래도 바쁜데 계속 이것저것 묻고 부탁하면서
붙잡고 늘어지는 가족들... 부엌을 어슬렁대던 애완견은 왈왈 소리지르고,
막내 딸은 말은 못 하지만 계속 엄마 치맛자락을 잡아당기고...
"제발 다들 좀 닥쳐!!!"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르는 패니...
그런데... 그 순간 주변이 정말 조용해졌습니다...
말을 멈출 줄을 모르던 가족들의 목소리도,
정처없이 짖어대던 개의 울음소리도,
부엌에서 끓는 냄비 소리도...
"...얘들아...?"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들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가족들...
그저 이게 한 장면을 캡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남편은 그자리에 멈춰서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짖어대던 개는 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남편 연기자 분은 정말 가만히 계셨는데
아이들은 꿈틀꿈틀거리면서 연기 티가 나는 게 함정 ㅋㅋㅋㅋ
그나마 사진이라서 그게 티가 안 나서 다행 ㅋ)
조금 전 까지 징징대던 아이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일시정지...!
의아하면서도 기괴한 이 상황에서, 패니는... 환호합니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옭아매던 가족들로부터
한 순간 자유를 찾았으니 그럴만도 하죠!!
오래지않아 지금 이 상황이, 정원에서 얻은 이 목걸이를 착용한 뒤에
벌어졌음을 깨달은 패니... 의외로 눈치백단입니다 ㅋㅋ
"대화 시작...?"
하지만 다시 시간을 움직이는 방법은...?
멈출 땐 '닥쳐'라고 했으니 이번엔 '대화 시작'이라고 입을 열어봅니다.
"엄마, 롤러 스케이트..."
"여보, 이 옷..."
"닥쳐!"
울음 뚝!
"대화 시작..."
"...좀 꿰매달라니까?"
"닥쳐..."
헤헤... 정말로 된다...!
말만 하면 시간을 멈추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는 패니!!
"대화 시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목걸이를 벗은 채로 말해보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멈춘 그대로였습니다.
"대체 넌 뭐니?"
이 모든 것이 목걸이 덕분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패니는 그저 이런 평화를 가져다준 목걸이가 반갑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ㅎㅎ
그리고 그 날 저녁, 패니는 시끄럽게 코를 고는 남편 옆에서 독서를 하며
아직 잠을 청하지 않고 있었는데, TV에서는 '평화 회담'에 대한
뉴스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일 각국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핵무기 폐지에 대해 논하는 평화 회담이 개최됩니다.
특히 이는 40년간 지속된 러시아와의 냉전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으며, 정부 및 관계자들은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이로써 사라지기를 소망..."
"닥쳐!"
불안하고 어려운 정치 얘기는 귀찮다며 시간을 멈춰
아나운서의 말을 끊어버리는 패니...
(참고로 이 작품이 만들어진 85년도 당시엔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에 돌입한지 40년이 지난 무렵이었으며 여전히 냉전 상태였기
때문에 언제 전쟁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떨던 시대였다고 하죠...)
그리곤 코 고는 소리까지 멎은 남편의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조용할 때 가장 멋진 남자)
"대체 넌 뭐니? 어디서 왔니? 아-! 상관 없어!
넌 그냥 계속 여기 있어만 주면 돼...
내 목 위에..."
오래도록 시달려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고
행복에 겨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ㅎㅎ
"그래, 이런 게 아침 식사지!"
다음 날, 패니는 시간을 멈춰 가족들이 모조리 굳은 조용한 상태에서
혼자만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에서 평화를 누리며...
패니는 자신 혼자만 움직인다는 사실에 괜히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남편을 밥 먹여서 보내고
시간이 흘러 마트에서 장 보는 시간~
그런데... 시리얼 하나를 집으려는 그 순간...!
"멈춰! 그건 내가 먼저 집었어! 우리 아들이 '초코 파퍼'가 먹고 싶다고 난리거든!"
문제의 시리얼이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물량은 이제 하나 밖에
안 남았는데 그걸 다른 주부가 가로챕니다...
"그래? 아들이 난리면 너라도 닥치고 있는 게 어때?"
그러자 말에 '닥쳐'를 섞어서 한 마디 내뱉는 패니!
그러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모두가 그 자리에서 일시정지!
패니는 남은 시리얼 하나를 빼앗고 그 자리에 다른 시리얼을 끼워넣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그 자리에서 카트를 끌고 여유롭게 빠져나가는 패니~
그래도 계산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짓 까진 않 했습니다만...
통화 중인 마트 사장 입에다가 달러를 물려놓고 나온 게 문제 ㅋㅋㅋㅋ
차를 빼다 충돌 사고가 나든 어떻든 다 남의 이야기!
지금 자신과는 상관 없는 멈춰버린 순간의 이야기!
패니는 그야말로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 3의 위치에서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방해 받기는 싫지만 누가 왔으니 나가봐야 겠지?"
침대에 엎드린 강아지에게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패니.
그러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웬 남녀 한 쌍...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흰 무얼 가르치거나 팔러 온 게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렇군요! 그런데 누구시죠...?"
"저흰 국제평화국에서 왔습니다."
"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저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고 계시죠?"
"......"
"저희는 국제적인 독립과 평화를 위한 운동 단체입니다.
평화나 전쟁 관련 출판물을 보급하기도 하죠.
그리고 현재 저희 단체에서 진행중인 운동은
핵무기 폐지 운동이랍니다."
"글쎄요... 뉴스에서도 그거로 뭐라고 말이 많긴 하던데..."
"맞아요. 최근 개최된 평화 회담에서도 핵무기 폐지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죠."
"그런데 아직도 폐지 운동을 하는 걸 보니 회담이 실패한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부인. 하지만 저희 국제평화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핵무기 폐지가 이뤄질 때 까지 계속 노력할..."
"왜 그래야 하는데요?"
"...2차 세계 대전 당시 원자폭탄 하나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게
벌써 40년 전의 일입니다. 현재 범국가적으로 보유중인 핵무기의
위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의 자손들이 그런 위험한 무기가
가득한 세상에 살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 바로 저희들이 노력하는 이유..."
"이봐요, 그 싸움은 위에서 알아서 잘 해결되겠죠 뭐.
그런 고민 할 시간이 있으시면 그냥 닥치고 계세요."
진심으로 서명 운동을 하러 왔으나 고집불통인 패니에 의해
의견을 다 내세우기도 전에 멈춰지는 국제평화국 직원들...
"...입니다. 그러니 부인 같은 시민 한 분 한 분의 힘이 필요..."
그것도 모자라서 두 사람을 정원 위에 눕혀놓고 다시 시간을
움직이는 패니... 한창 의견을 내세우던 와중에 멈춰진 탓에,
남자는 누운 상태에서 말을 잇다가 자신이 잔디밭에 누워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듭니다...
"우리가... 어떻게 된 거지?"
"모르겠어... 이 집은 아무래도 이상해... 그냥 가자..."
결국 둘은 그렇게 패니의 집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침에 자신들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알람시계에 장착된 라디오를 들으며 숨죽이는 남편, 로즈...
그리고 그 무렵 패니는 느긋하게 거품목욕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 너무 행복해! 평화와 고요!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였어!
누가 비명을 지르든 뭘 하든 나하곤 아무 상관 없고~
무슨 문제가 생겨도 이젠 다 괜찮아~"
"패니!! 패니!!!!!"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부르기 시작하는 남편.
패니는 이번엔 뭘 시키려고 저러나 싶어 '닥쳐'를 말하려 하지만,
갑자기 창밖으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동시에 남편의 외침 소리가 절박해지자
목욕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여보! 와서 이것 좀 들어봐!"
-"비상속보를 전해드립니다. 조금 전 소련에서 발사된
핵미사일 두 기가 미상공에 진입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식은...
다름아닌 러시아의 핵미사일 발사 소식...
- "... 좋아... 좋아... 진정하고... 현재 이 방송을 듣는 국민 여러분은
즉시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피난해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조금 전 소련에서..." -
라디오에선 비명소리를 배경으로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져오고...
TV에선 모든 채널이 경보를 발령...
밖에선 공습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댑니다.....
"그... 그럴리가..."
"일단 아이들부터 깨워서..."
"아니, 이건 있을 수 없어..."
"여보, 인정해... 이게 현실이야...
지금 당장 아이들을 깨워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 "방금 핵미사일 한 기가 미 대륙의 중앙에 도달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맙소사... 전쟁... 전쟁입니다. 핵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소련의 핵미사일이 현재 미국 상공에 진입..." -
"맙소사..."
"아니...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
"엄마... 시끄러워요... 밖에 무슨 일이에요?"
그 무렵 경보 소리를 든고 잠에 깬 아들...
"이리 오렴..."
그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이제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남편은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합니다...
전쟁 앞에서 무력해진 남편과, 곧 죽는단 사실조차 모르고 천진난만한 아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포옹 뿐...
저주에 가까운 방송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에 뒤이어, 바깥에서 갑자기
거대한 폭음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 "반복합니다. 지금 현재 소련의 두 번째 핵미사일이 미국 상공으로 진입..." -
"아빠, 왜 울어요?"
"이제 다 끝이야..."
"아니... 아니야... 이건, 이건 있을 수 없어...!"
"닥쳐... 닥쳐!
제발 닥치란 말이야!"
"...닥쳐......"
그러자 폭발 소리, 공습 경보, 최후의 라디오 방송 소리가 모두 멈춰
거짓말처럼 잠잠해집니다...
아들을 끌어안은 채 눈물짓는 남편을 다독여주는 패니...
"여보... 이제 다 괜찮아...
내가... 내가 다 해결했어..."
"이제... 이제... 이제 괜찮아..."
가족의 평화를 방해하던 모든 소리는 멎었지만...
남편의 절규, 공포, 혼돈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남편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패니는
한동안 둘을 바라보다, 가운을 걸친 차림으로 밖으로 나갑니다...
곳곳에서 대피소로 향하기 위해 출발하며 난리법석이었던 자동차들과
차가 막혀 문 밖으로 나와 달아나려는 시민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오직 패니만이
그들 사이를 걷고 있었습니다...
도망가다 쓰러진 사람, 달아나려는 차에 치인 사람, 황급히 걸음을 옮기던 사람,
최후를 다짐한 듯이 신념어린 표정으로 멈춰선 사람...
그저 비명과 아우성만 없을 뿐, 그들은 멈춰선 상태에서
모두 겁에 질려 달아나기 바븐 모습이었습니다...
패니는 그들 사이를 활보하다, 그들 중 대부분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거기에는 이미 폭발한 핵미사일의 불꽃 옆으로,
폭발을 눈앞에 둔 핵미사일이 멈춰선 상태였습니다...
파멸을 막았지만 단지 그 뿐이었죠...ㅠㅠ
출처
http://blog.naver.com/dlwnsdn_0115/22035006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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