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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먼 김정은.jpg 김정은이 평양에 느바 스타 초대했다가 망신당한썰

 

 

 

 

 

미국프로농구, 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 때문에 북한에서 김정은이 완전 바보가 됐던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로드먼이 북한에 처음 갔던 2013년 2월 28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를 데리고 간 로드먼은 이날 김정은과 리설주 앞에서 북한 팀과 친선경기를 펼쳤는데, 평양에서 고르고 고른 핵심 계층들로 1만2000석 규모의 관중석도 꽉 찼습니다.

관중들에겐 처음 보는 거구의 흑인들이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농구경기도 흥미로웠지만,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도 중요 관심사였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해 불과 1년 남짓 지났던 때라 대다수 관중은 그렇게 가까이에서 김정은을 본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관중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경기가 끝난 뒤 일어났습니다. 미국 선수가 김정은에게 다가가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의 유니폼을 전달하자 김정은은 활짝 웃으며 유니폼을 번쩍 들어 흔들었습니다.

몸을 돌려 왼쪽을 향해 몇 번 흔들고, 뒤를 향해 흔들고, 다시 오른쪽을 향해 흔들고….

유니폼 선물을 관중을 향해 흔드는 것은 한국이나 또 외국의 기준으로 보면 크게 이상한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곳이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라는 점입니다. NBA가 뭔지, 유니폼 선물이 뭘 의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곳인 겁니다.

유명 인사가 환대에 감사해 기념 사인을 해준다고 해도 “함부로 낙서하지 마시라요”라며 펄쩍 뛸 곳이 평양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는데,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린 김정은을 신처럼 보게끔 교육받았단 말입니다. 우리 지도자에게 양키가 난닝구를 선물한 것도 우릴 거지로 여기나 싶어 자존심 상하는데, 지도자란 사람이 미국 놈한테 스프링 쪼가리나 받고선 입이 귀까지 째져서 우릴 향해 흔들며 자랑한단 말입니다. 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대한 영도자는 무슨 개뿔. 저거 바보 아니냐 싶더라고요.”

난닝구, 스프링 이건 다 북에서 속옷 즉 러닝을 말하는 말입니다. 그 장면이 TV로 방영되자 북한 사람들도 끼리끼리 수군거렸는데, 그들의 눈엔 NBA 유명 스타의 유니폼도 한낮 싸구려 러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에겐 국가수반이 러닝셔츠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모인데, 하물며 ‘민족의 태양’ ‘절세의 위인’ ‘위대한 선군영장’ 등 수백 가지의 찬양 수식어가 따라붙는, 신처럼 여기라 교육받는 김정은이 양키의 러닝셔츠를 받고 흔들어대며 자랑까지 하다니. 모자란다는 단어를 빼고 그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 방법은 없었던 것이니다.

김정은이 로드먼에게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김정은. 2013.2.28’이라고 적힌 선물까지 주었다는 것을 알면, 북한 사람들은 더 충격을 받았을 게 분명합니다. 이듬해 김정은의 30번째 생일인 1월 8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로드먼이 경기장에서 김정은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지칭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고 경기 중엔 김정은 옆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웠던 것입니다.

대단한 고위 간부도 김정은 앞에선 무릎을 꿇고 입까지 가리는 것만 봤던 북한 사람들은 그저 속으로 “세상에”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와 코, 심지어 입술에까지 고리를 매단 저 정신 이상해 보이는 흑인 ‘양키’가 도대체 뭔데 공개 장소에서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친구라 스스럼없이 부르며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맞담배까지 피우냐. 이게 북한 사람들의 속마음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 로드먼의 유니폼을 입었던 광팬이었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럼 “팬이란 게 뭔데요”라고 반문할 게 뻔하거든요. 남쪽에 갓 온 탈북민에게 팬이 뭔지 장황하게 설명해줘도 “세상에 밥 먹고 할 짓도 없지”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입니다.

팬이 뭔지를 이해시켜도 문제입니다. 김정은을 온 세상이 우러러본다고만 배웠지, 김정은이 설마 남의 유니폼까지 따라 입을 정도로 누굴 좋아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고 그들 보기엔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인 겁니다.

이렇게 로드먼이 북한을 다녀갈 때마다 사고를 치고, 또 김정은 딸 이름이 주애라는 것, 그리고 7성급 호텔 같은 곳에 머물렀다고 해서 김정은이 얼마나 호화생활을 하는지 세계에 알려주고 그랬습니다.

로드먼이 북에 모두 5번을 갔는데, 이후 미 국무부가 지금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김정은이 로드먼이 올 때마다 바보가 돼서 부르지 않는지 아무튼 로드먼은 이젠 북에 가지 않습니다.

로드먼은 2018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북한에 평화특사로 파견해 달라고 촉구했고, 중국 베이징까지 가서 괌과 북한 간의 농구경기를 주선하겠다며 인터뷰도 열었습니다만, 끝내 방북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이 어떤 대접을 해주었기에 저렇게 애타게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허가 절차를 무시하고 북한에 가지 않는 것을 보면 적어도 친구 옆에서 살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볼 때 로드먼은 김정은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호텔 바에서 큰 소리로 세 시간이나 김정은을 칭찬하다 쫓겨난 일도 있다고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을 비난하면 로드먼이 참지 못하고 반박합니다.

로드먼을 향한 김정은의 팬심이 지금도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둘이 계속 어울려 같이 노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더 자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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