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45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곡식수확 북한 군인.jpg

 

 

강화도에서 건너다보이는, 림꺽정의 실제 활동 무대였던 황해남도 연안군 한 농장에서 지난해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발단은 군량미 수탈이었다. 각 농장에 할당한 군량미가 제대로 걷히지 않자 북한은 아예 군부대에 논밭을 나눠주고 직접 수확해 가져가도록 했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던 농민들은 가을에 다 여문 벼를 강제로 빼앗겼다. 연안군은 곡창지대지만, 아사 사건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곳이다. 산간지대 농촌은 산에 개인 텃밭이라도 몰래 일굴 수 있지만, 평야지대에는 개인 경작을 할 땅이 없는 상태다.

졸지에 한 해 수확물을 모두 빼앗긴 농민들은 분노했다. 이 중 한 개 분조 7명이 외통길(한 군데로만 난 길)에 드러누워 벼를 싣고 가는 군용차들을 막아섰다. 다 빼앗기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우리를 깔고 지나가라는 것이었다. 영화 림꺽정도 농작물을 모두 빼앗겨 분노한 사람들이 수탈하러 나온 양반들을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북한에서 당의 지시를 거부하고 군량미 제공에 반대해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반정부 시위와 다름없는 심각한 정치적 반항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았다. 오히려 농장 관리위원회 간부들이 나와 일을 잘 해결해 주겠다고 달래 농성을 풀었다. 이후에도 한동안 이들에 대한 처벌이 없어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수군거렸다.

그런데 진짜 이상한 일은 나중에 일어났다. 3월 초까지 불과 몇 달 사이에 군용차를 막았던 7명 모두가 앓다가 죽거나 객사한 것이다. 북한은 원래 부검이나 사인 공개 같은 것도 없는 곳이다. 내막을 아는 사람은 이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 죽은 이들이 워낙 주위의 주목을 받던 터라 소문도 빠르게 퍼졌다.

연안 사건은 최근 북한의 처형 방식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군법이 적용돼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700명 이상 처형됐는데, 이들도 공개처형이 아니라 비밀처형됐다. 북한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포심을 심어주는 공개처형을 선호했는데, 이제는 수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북한 체제가 대중의 눈치를 볼 만큼 허약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공개처형을 마구 하다가 처형자와 심정적 분노를 공유하는 군중 심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밀처형도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공포를 주려는 의도를 넘어 진짜로 ‘불순분자’를 없애지 않으면 저항 정신을 누를 수 없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목격자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 이유가 가장 타당해 보인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0806/102319283/1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댓글 새로고침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9 일생/일화 유럽이 4번 연속 금리 인하한 이유.. 재력이창의력 2024.12.19 170
1338 일생/일화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곡이 창고에서 발견됨 재력이창의력 2024.12.18 219
1337 일생/일화 아동 성범죄자 신고한 신부 파문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2.18 211
1336 일생/일화 전기충격을 통해 망상을 치료하는 방법 재력이창의력 2024.12.15 393
1335 일생/일화 트럼프 안보 보좌관이 생각하는 미국 우선순위... 재력이창의력 2024.11.30 485
1334 일생/일화 자신의 방광 결석을 스스로 제거한 남자 재력이창의력 2024.11.30 460
1333 일생/일화 어느 한 자살 방지 상담 센터에 걸려온 전화 1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1.24 611
1332 일생/일화 암세포가 몸 속을 이동하는 방법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1.24 490
1331 일생/일화 성심당 창업 배경과 프랜차이즈를 안 하는 이유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1.24 422
1330 일생/일화 히틀러의 주치의가 히틀러에게 처방한 약들 재력이창의력 2024.11.24 455
1329 일생/일화 트럼프의 외교정책 정리.. 재력이창의력 2024.11.11 1242
1328 일생/일화 조선이 광적으로 집착했던 지역 1 file 꾸준함이진리 2024.11.05 1558
1327 일생/일화 세계 3대 프라모델 회사를 알아보자 꾸준함이진리 2024.11.05 1469
1326 일생/일화 1894년에 출시된 최초의 코카콜라 병 1 file 꾸준함이진리 2024.11.05 1313
1325 일생/일화 화가의 의도와 다르게 유명해진 작품 꾸준함이진리 2024.11.05 1331
1324 일생/일화 핵폭탄 두 번 맞고도 살아난 사나이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1.02 1368
1323 일생/일화 독일군의 섬광발열탄 file 재력이창의력 2024.11.02 698
1322 일생/일화 비행기는 연료를 얼마나 싣고 출발하는걸까? file 꾸준함이진리 2024.10.11 1537
1321 일생/일화 호주, 세계 최초로 SNS 연령 제한 도입 예정 재력이창의력 2024.09.11 786
1320 일생/일화 화순서라아파트 모녀 살인사건 (너무 화나서 재업)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07
1319 일생/일화 딸기수정이란 별명으로 불린다는 보석 1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37
1318 일생/일화 [스압]왜 우리는 쓸데없이 8시간이나 일을 해야 하는가?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01
1317 일생/일화 닌자에 대한 오해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03
1316 일생/일화 식인종이 인육을 끊은 이유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34
1315 일생/일화 고대 그리스인의 항문이 너덜너덜했던 이유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9.10 8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4 Next
/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