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주는 점심밥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술을 먹으면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위 속에 술이 아직 남아있는 느낌이 들땐
내가 그냥 소화를 못해서 그런가 했다
내 나이 아직 서른 중반인데
내시경 검사 같은건 아직 나랑은 상관없는 줄 알았다
그러다 작년 처음 격어보는 통증에 기절하고
부장님이 내시경 검사 받아보라해서 34살에 처음 해봤다
결과는 너무 안좋았다
치료는 가능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 하다고 했다
암보험 하나 없는 내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의사선생님이 나한테 답답하다는듯 말하셨다
증상은 전부터 있었을텐데 왜 이제 찾아왔냐고
맞다 나는 원래 다 그런줄 알았다
늘어나는 뱃살에 다이어트 한다고 하루 한끼
저녁에는 안주도 없이 술먹고 속이 쓰라릴땐 배고파서 그런가 했고
아프면 술먹어서 그런가 했다
피곤할땐 내가 잠을 잘 못자서?
돌이켜보면 그런 증상이 벌써 3년전 4년전
아니 20대때 무질서한 습관이 이미 나를 좀먹고 있었을지
선생님이 수술하자고 하는데 나는 더이상 자신이 없었다
외가는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심지어 나의 외할머니 조차 유방암으로 절재 수술 하고
항암치료 까지 받으시면서 힘들어 하시고 차라리 빨리 죽는게
속편하겠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건 귓등으로 안들리고
다음 방문 날짜를 잡았지만 나는 이미 올 생각이 없었다
엄마에게 결과와 내 생각을 말했다
처음으로 나한테 정말 심한 욕을 하셨다
이젠 나랑 말도 안하신다 가끔 잘지내냐고 물어오는 동생 전화만 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질럿다는게 아니고
속으로 삭히며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말들
나에겐 이제 가식과 거짓은 없었다
내가 고민이 없어지니 만나는 여자들도 가벼워졌다
전에는 말한마디 건내는것도 고민했지만
쉽게 말하니 쉽게 넘어왔다
선배들 후배들 형들 동생들도 사이는 더 좋아졌다
아마 내가 지금까지 거리를 두며 살았었나 보다
이젠 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내몸을 보면 이미 늦었다는걸 알수 있다
살면서 후회라는건 죽을때가 와야 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