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어제 얘기다
친구랑 브롱스에서 맥주란잔 하고 집가는길에
골목에서 담배하나 피고 있는데 무슨 키 좇만한 남정네가 와서 지랄하더라
뭐지 싶어서 듣는데 얼굴 시뻘건게 술좀 마신거 같더라
담배 뭐라뭐라 혀꼬인 말투로 지랄하는데 듣다가 나도 열이뻗혀서 같이 싸웠다. 나도 참 모자라지 똥은 피해야되는데..
갑자기 지 손에 든 쓰레기 던지더니 그 짧은거리를 달려와서 날 치려고 하대? 어떻게 피해서 진정시키려 하니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서 소리를 지르더라
여기 강간범있어요 가슴만졌어요 이지랄 하면서
이때 이새기가 여자인걸 알았다
니미.... 우리나라 아무리 요즘 흉흉하고 서로 안도와준다 말 하는데 다 지랄이다
진짜 소리지르자마자 10초도 안되서 골목으로 남정네들 열댓명이 뛰어오더라
근데 그 친구들도 와서 보더니 얼타더라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거지
나도 당황해서 아니라고 손만 흔들고 있는데 그년은 계속 소리만 지르는거다.. 저새끼가 가슴만졌다고 강간범이라고 .. 니미 씨팔
소리지르는거 듣고 온 남자들중에 딱봐도 착하게 생긴 남자애들 몇명이 와서 나랑 그년 사이 가로막고 하는데 진짜 미치는줄 알았다. 내가 그 막는 친구들한테 뭘 할 수 있겠냐 지들도 나름 도와주러 온건데
나도 멘붕와서 계속 아니라 하면서 폰에 여자친구 사진까지 켜놓고 사람들 보여주고 난리였다 왠지는 모르겠다 멘붕이 너무 심하게와서
나 여자친구 있고 그런짓 하는사람 아니다 이러고 있었다
그 상황이 진짜... 무섭더라 순식간에 나는 범죄자가 되버리고 주변 사람들은 다 나 쳐다보고 뒷쪽에는 사진찍는놈들도 있고 하..
무릎에 힘풀려서 덜덜 떨리고, 나도 나름 운동하고 건장한 체격인데 손이 수전증처럼 떨리더라 머리가 새하얗고.
그냥 혼잣말이 자동으로 나오는거야... 아 시발 나 진짜 아닌데... 나 여자친구도 있는데...시발..... 하면서
너무 횡설수설이라 미안하다 근데 그때는 정말 그랬었다 너무 무섭더라
그때 저쪽 반대쪽 골목에서 호피무니 나시입은 눈나 한명이 와서 착착 조율을 하더라 참고로 난 스물셋이고 그 누님은 30대 중후반같았다
오셔서 나 가로막고있는 남자애들 살짝 비키게 하고 덜덜떠는 내 손 잡더니
나는 이미 맨붕이라 뭐지 싶었는데 그 누님이 개 쌍욕을 하시더라
저 미친년이 생사람 잡는다고 뭐 사람망신에 뭐에 경찰부르라고 저 ㅅ발년 잡아가게 .. 뭐 그런 욕이 반이었다
간결히 요약하면 자기가 옆에 껍데기집 사장인데
옆 골목에서 담배태우면서 처음부터 다 봤다.
이친구 (나 말하는거) 전혀 터치 없었고 골목 CCTV 확인시켜준다 이런 말 하셨음. 나중에 들으니까 그런거 사실 없다더라
난 아직도 떨고있는데 그 누님 뒷모습 보고 안도감이 확 오더라
지금도 쪽팔린데 살았다는 느낌에 펑펑 울었다
오른손은 그 누님이 잡고있어서 왼손으로 눈물콧물 닦으면서 오열을 했다
쪼그려 앉아있는 내 모습이 존나 웃기기도 하더라 사실
몇분 있다가 정신 좀 차리니 그년은 도망간거같고 누님은 옆에서 담배 태우고 있으셨다
아까 도와주러 온 다른 남자애들도 상황 대충 알았는지 슬슬 갈길 가고 개중에 몇명은 내 어께 한번 툭툭 두드리고 가더라
브로들은 말안해도 통한다 하잖냐 그때 그런 느낌이었다
여튼 눈물 줄줄 흘리면서 그 누님한테 감사하다고 수십번 말씀드렸다
나한테 조카라 부르시며 뭐 다독여 주시는데 긴장풀려서 하나도 기억은 안난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이랑 한번 찾아가서 술한번 거하게 팔아드리려 한다
진짜 그 누님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는지... 아직도 무섭다
이번에 겪어보니 한국 남자들 아직 정의감 살아있긴 하다 새끼들...
다 이해하는데 솔직히 존나 무서웠다 미친놈들아.. 맞아죽는줄 알았다
우리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은 그것보단 조금 더 따듯하다는거 잊지마라 브로들 시스터들..
주말에 도와주신 누님가게 갈 생각에 한번 주절거려 봤다
진짜 그 누님 아니였으면 경찰서가고 꽤나 골치아팠겠다. 걍 단골 해라. 은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