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일병 말쯤인가? 작년 8월 추진포(GOP)에서 근무할 때였다.
우리 부대는 자주포 부대라서 보병들 처럼 최전방 철책 근무는 안 섰음.
GP 바로 뒤쪽에 위치해서 상황이 발생하면 화력지원을 해주는 게 주 임무였다.

추진포 올라가기 전에 말년 선임들이 추진포 존나 꿀이라면서
여름에는 그곳만큼 지상낙원이 없다면서 입발린 소리 했었음.
짬찌 때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올라가니까
그냥 산 한 가운데에 웨어하우스 같은 큰 컨테이너 하나에
작은 교회랑 우리 집 보다 좋은 벽돌 BOQ 막사가 있더라.
아니 뺑이 까는 건 우리들인데, 막사는 왜 거지촌 막사인지 이해가 안됐다.
간부들은 존나 안락한 BOQ에서 스위트룸에 온 것 마냥 헤벌쭉 거렸음.

뭐, 그래도 주변에 계곡도 있고, 가끔 물놀이 같은 거 할 때는
여기가 군대가 맞나 싶기도 하더라.
하계휴양 때는 포대장님이 캔맥주 두 박스인가 사오셔서
포대원이랑 간부님들 다 같이 물놀이하면서 마셨다.
(대대장님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승인받으셨음.)

그렇게 한 달쯤 흘렀나?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음.
심정(물탱크)에 물이 부족해서 샤워 시간까지 통제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짐.
행정반에 심정 물 게이지가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확인할 때마다 20% 미만이었다.

물이 부족하니까, 샤워를 할 때도 당직사관이 통제해서
생활관마다 10분씩 끊어서 하게 했음.
말년, 짬찌 할 것 없이 훈련소 악몽 떠올라서 욕 존나 했음.

그리고 8월 중순쯤, 유격 2주 전쯤에
유해발굴단이라는 군단 소속 애들이 우리 부대에 왔었음.
유해발굴 기간 동안 우리 막사에서 지낸다고 했었는데,
부대 사정이 많이 좋지가 않다면서 행보관님이 입구컷 시켰음.
그래서 결국 유해발굴단 애들은 계곡 뒤 쪽 연병장에 텐트 깔고 두 달 정도 지냈다.

조금 웃겼던 게 걔들은 우리 보면서 막사랑 TV 있다고 존나 부러워하고,
우리는 걔들 보면서 물 존나 풍족하다고 부러워했었음.
걔들은 물탱크 5T 차를 가져와서 계곡에서 직접 끌어다 썼었거든.

여튼 그렇게 물 부족 부대로 지내다가
진지 공사인가, 삽질 존나 했던 날에 너무 덥고 찝찝했는데,
마침 물이 또 없어서 존나 상심하고 있었다.
씻고 싶은데, 물이 없으니까 씻을 수는 없고.. 몰래 씻고 싶어도 물이 안 나옴.

행정반에 앉아서 심정 물 게이지 보면서 존나 상심하고 있으니까
맞맞선임 두 명이 와서 씻으러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물 없다고 못 씻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팬티랑 세면 바구니 들고 따라오라면서 손짓 했음.

그리고 막사 앞 쪽에 있던 계곡으로 가서 웃통벗고 존나 씼었다.
그냥 다 벗고 물놀이 하면서 샴푸랑 폼클렌징 존나 비비면서 씻었음.
나 포함해서 선임 두 명이랑 세 명이서 자연인 방송 찍는 것처럼
계곡에서 냉탕 찍고 있으니까
연병장에 있던 유해발굴단 애들이 존나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구경하고 있더라.

"아저씨, 거기 물 깨끗해요?"

선임들도 존나 웃겼는지 "아저씨도 들어 올래요?ㅋㅋㅋ" 장난으로 받아쳤는데
유해발굴단 아저씨 몇 명이 웃통이랑 바지 홀라당 벗더니

"아저씨, 물 많이 차가워요?"

존나 진지하게 물어봄.

그렇게 하나 둘 계곡으로 입수하더니
어느샌가 유해발굴단 절반 이상이 계곡에 침수되어 있었음.
무슨 워터파크 온 것 같이 자기들끼리 파도 놀이 존나 하면서 놀더라.

그러다가 유해발굴단 간부가 그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헐레벌떡 뛰어옴.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유해발굴단 아저씨들 존나 갑분싸 되고 나랑 선임들은 마저 씻고 있었음.
곁눈으로 힐끔거리면서 상황을 대충 짚어보니까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이 보고도 없이 계곡에서 워터파크 개장한 것 때문에
간부가 많이 빡쳐 있는 것 같았음.

결국,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은 강제로 텐트로 소환당해서 욕 존나 먹고,
나랑 선임들은 BOQ로 들어가던 행보관님한테 걸렸는데,
칭찬 존나 받았음.
진정한 군인 정신이 새겨져 있다면서...

그리고 그 이후로 물이 부족할 때마다 누구나 시선을 탓하지 않고
계곡에서 선녀 메타로 냉탕 샤워 존나 했었음.
그러다가 신병 한 명이 몸에 두드러기가 났었는데,
군의관 진찰 오피셜로 계곡물이 원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후부터 아무도 계곡물에 들어가지 않았음.

최근에 추진포 올라간 후임, 간부랑 페메할때 물어보니까
여전히 물이 부족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곡괭이랑 삽으로 계곡물 깨서 물탱크 차로 끌어다가 쓴다고 함.
먹으면 뒤지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까지 죽은 사람은 없다더라.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익게 무성의글 즉시 IP 차단입니다. 22 익명_63088109 2022.07.02 160250
공지 익게 비회원 작성 가능 정치글 IP 차단입니다. 33 익명_83964249 2022.03.20 168419
112900 에어컨은 더운 사람한테 맞춰야되는 거 아님? 2 익명_96615816 2025.06.04 143
112899 주식 단타쟁이 평가 좀 3 익명_74059167 2025.06.04 128
112898 이번 선거를 치루면서 시대의 변화를 느꼈음. 2 update 익명_17384180 2025.06.04 127
112897 청년버팀목전세대출 받으신분? 2 익명_95202840 2025.06.04 87
112896 아오 뺑소니 2 익명_53400096 2025.06.04 81
112895 아파트 매매하려는데 뭔가이상해서 좀봐주세요 3 익명_18552668 2025.06.04 99
112894 주 4일제 + 포괄임금제 삭제 1 익명_03173406 2025.06.04 110
112893 이준석 표정보니 7 update 익명_84095728 2025.06.04 119
112892 와, 코스피 다시 3천 뚫나? 1 익명_35812252 2025.06.04 80
112891 ㅈㅅ 익명_49257696 2025.06.03 143
112890 여긴 왜 조용하냐 11 updatefile 익명_47049439 2025.06.03 221
112889 AI 좀 무습네 2 익명_15296322 2025.06.03 169
112888 여사친 결혼식 축의금 얼마가 적당함? 9 익명_12139757 2025.06.03 184
112887 하루에 몰아서 먹는다? 이틀 나눠 먹는다? 1 익명_18556449 2025.06.03 116
112886 컴잘알 행님덜 메인보드 오류 도와주십셔 2 익명_14468757 2025.06.03 98
112885 제모 계속하면 모질 얇아지긴하나 1 익명_88675916 2025.06.03 116
112884 장담하는데 비트코인이 100% 5 update 익명_89730340 2025.06.03 161
112883 중증 근무력증 익명_46974929 2025.06.03 94
112882 횽들 이직제의왔는데요 4 익명_41095590 2025.06.03 111
112881 호랑이형님 6/7 복귀! 2 update 익명_46850139 2025.06.03 107
112880 잇지 유나 골반이 엄청 큰건 알겠는데 3 익명_14884472 2025.06.03 177
112879 편의점 육포 고수 있음? 익명_11691391 2025.06.03 96
112878 와 유당불내증인가 2 익명_39012032 2025.06.03 101
112877 투표해라 1 익명_83150643 2025.06.03 123
112876 시스템에어컨 설치했는데... 익명_69264616 2025.06.02 1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516 Next
/ 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