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조회 수 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일병 말쯤인가? 작년 8월 추진포(GOP)에서 근무할 때였다.
우리 부대는 자주포 부대라서 보병들 처럼 최전방 철책 근무는 안 섰음.
GP 바로 뒤쪽에 위치해서 상황이 발생하면 화력지원을 해주는 게 주 임무였다.

추진포 올라가기 전에 말년 선임들이 추진포 존나 꿀이라면서
여름에는 그곳만큼 지상낙원이 없다면서 입발린 소리 했었음.
짬찌 때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올라가니까
그냥 산 한 가운데에 웨어하우스 같은 큰 컨테이너 하나에
작은 교회랑 우리 집 보다 좋은 벽돌 BOQ 막사가 있더라.
아니 뺑이 까는 건 우리들인데, 막사는 왜 거지촌 막사인지 이해가 안됐다.
간부들은 존나 안락한 BOQ에서 스위트룸에 온 것 마냥 헤벌쭉 거렸음.

뭐, 그래도 주변에 계곡도 있고, 가끔 물놀이 같은 거 할 때는
여기가 군대가 맞나 싶기도 하더라.
하계휴양 때는 포대장님이 캔맥주 두 박스인가 사오셔서
포대원이랑 간부님들 다 같이 물놀이하면서 마셨다.
(대대장님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승인받으셨음.)

그렇게 한 달쯤 흘렀나?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음.
심정(물탱크)에 물이 부족해서 샤워 시간까지 통제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짐.
행정반에 심정 물 게이지가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확인할 때마다 20% 미만이었다.

물이 부족하니까, 샤워를 할 때도 당직사관이 통제해서
생활관마다 10분씩 끊어서 하게 했음.
말년, 짬찌 할 것 없이 훈련소 악몽 떠올라서 욕 존나 했음.

그리고 8월 중순쯤, 유격 2주 전쯤에
유해발굴단이라는 군단 소속 애들이 우리 부대에 왔었음.
유해발굴 기간 동안 우리 막사에서 지낸다고 했었는데,
부대 사정이 많이 좋지가 않다면서 행보관님이 입구컷 시켰음.
그래서 결국 유해발굴단 애들은 계곡 뒤 쪽 연병장에 텐트 깔고 두 달 정도 지냈다.

조금 웃겼던 게 걔들은 우리 보면서 막사랑 TV 있다고 존나 부러워하고,
우리는 걔들 보면서 물 존나 풍족하다고 부러워했었음.
걔들은 물탱크 5T 차를 가져와서 계곡에서 직접 끌어다 썼었거든.

여튼 그렇게 물 부족 부대로 지내다가
진지 공사인가, 삽질 존나 했던 날에 너무 덥고 찝찝했는데,
마침 물이 또 없어서 존나 상심하고 있었다.
씻고 싶은데, 물이 없으니까 씻을 수는 없고.. 몰래 씻고 싶어도 물이 안 나옴.

행정반에 앉아서 심정 물 게이지 보면서 존나 상심하고 있으니까
맞맞선임 두 명이 와서 씻으러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물 없다고 못 씻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팬티랑 세면 바구니 들고 따라오라면서 손짓 했음.

그리고 막사 앞 쪽에 있던 계곡으로 가서 웃통벗고 존나 씼었다.
그냥 다 벗고 물놀이 하면서 샴푸랑 폼클렌징 존나 비비면서 씻었음.
나 포함해서 선임 두 명이랑 세 명이서 자연인 방송 찍는 것처럼
계곡에서 냉탕 찍고 있으니까
연병장에 있던 유해발굴단 애들이 존나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구경하고 있더라.

"아저씨, 거기 물 깨끗해요?"

선임들도 존나 웃겼는지 "아저씨도 들어 올래요?ㅋㅋㅋ" 장난으로 받아쳤는데
유해발굴단 아저씨 몇 명이 웃통이랑 바지 홀라당 벗더니

"아저씨, 물 많이 차가워요?"

존나 진지하게 물어봄.

그렇게 하나 둘 계곡으로 입수하더니
어느샌가 유해발굴단 절반 이상이 계곡에 침수되어 있었음.
무슨 워터파크 온 것 같이 자기들끼리 파도 놀이 존나 하면서 놀더라.

그러다가 유해발굴단 간부가 그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헐레벌떡 뛰어옴.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유해발굴단 아저씨들 존나 갑분싸 되고 나랑 선임들은 마저 씻고 있었음.
곁눈으로 힐끔거리면서 상황을 대충 짚어보니까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이 보고도 없이 계곡에서 워터파크 개장한 것 때문에
간부가 많이 빡쳐 있는 것 같았음.

결국,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은 강제로 텐트로 소환당해서 욕 존나 먹고,
나랑 선임들은 BOQ로 들어가던 행보관님한테 걸렸는데,
칭찬 존나 받았음.
진정한 군인 정신이 새겨져 있다면서...

그리고 그 이후로 물이 부족할 때마다 누구나 시선을 탓하지 않고
계곡에서 선녀 메타로 냉탕 샤워 존나 했었음.
그러다가 신병 한 명이 몸에 두드러기가 났었는데,
군의관 진찰 오피셜로 계곡물이 원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후부터 아무도 계곡물에 들어가지 않았음.

최근에 추진포 올라간 후임, 간부랑 페메할때 물어보니까
여전히 물이 부족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곡괭이랑 삽으로 계곡물 깨서 물탱크 차로 끌어다가 쓴다고 함.
먹으면 뒤지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까지 죽은 사람은 없다더라.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익게 무성의글 즉시 IP 차단입니다. 18 익명_63088109 2022.07.02 151412
공지 익게 비회원 작성 가능 정치글 IP 차단입니다. 32 익명_83964249 2022.03.20 159497
111913 대출 다갚았다 1 new 익명_41789502 2025.02.15 49
111912 한 달 전 공개된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 @.@ new 익명_52457111 2025.02.15 86
111911 솔직히 new 익명_66550509 2025.02.15 47
111910 스타 하는데 new 익명_46168804 2025.02.15 56
111909 두 여자중 누구 고를래 3 new 익명_08062321 2025.02.15 107
111908 블루핸즈는 기본공임비가 많이 높나요? 2 new 익명_08785735 2025.02.15 70
111907 키작남의 장점 2 new 익명_17756130 2025.02.15 53
111906 주차경쟁중 현재 침 1회 음식물투척1회 공격당함 3 new 익명_62229543 2025.02.15 49
111905 큰 수술하고 한달째 집에서 쉬고있는데 너무심심하다.. 1 new 익명_89109325 2025.02.15 54
111904 나도 요즘 사는게 팍팍해졌나봐 1 new 익명_27673802 2025.02.15 57
111903 금값 미쳤네 1 new 익명_19039461 2025.02.15 54
111902 오토매틱 시계잘아는 사람? 1 update 익명_14437494 2025.02.15 84
111901 허언증 병신새끼들 익명_86593441 2025.02.15 89
111900 남녀간 싸울 때 자주 하는 말 28가지 중 당신의 원픽은? @.@ 2 updatefile 익명_96283337 2025.02.14 116
111899 여자친구가 너무 힘들었던적이 있었다던데 2 익명_46189317 2025.02.14 135
111898 원피스 노벨문학상 받을까? 1 익명_06482191 2025.02.14 128
111897 미밴드6 쓰시는분 있나요? 2 file 익명_63136528 2025.02.14 114
111896 후쿠오카 숙박 가격 이게 맞냐? 3 익명_45885948 2025.02.14 133
111895 새우깡 진짜 오랜만에 먹었는데 왤케 맛있냐 2 익명_78812374 2025.02.14 97
111894 파파존스 메뉴 추천 ㄱㄱ 1 익명_94865785 2025.02.14 93
111893 컴터 바꾸려는데 이런 상황이면.. 3 익명_74209637 2025.02.14 132
111892 돈 못 받은 게 있는데 2 익명_59165569 2025.02.14 103
111891 호의 베풀어 줄려다가 구라치는거 잡아냈는데 1 익명_61906424 2025.02.14 101
111890 롤)지금 t1 도대체 얼마나 쎈거냐 1 익명_93347781 2025.02.14 108
111889 예천 맛집 추천 부탁 합니다. 3 익명_96776502 2025.02.14 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477 Next
/ 4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