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크리스마스 이틀 앞두고 헤어졌다...
어릴적부터 해왔던 정든 와고에 그냥 일기장처럼 기록해두고싶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내가 지금 써놓은 글을 보고 그랬던 시절도 있었지 ~ 하고 여기는 날이 오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올 4월 21일은 뭔가 예감이 좋았다. 사우나에서 뜨끈하게 몸을 지지고 나왔는데 학교 선배에서 연락이왔다. 술마시자고.
여느때와 다를바 없었지만 이상하게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바로 너였다.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셋. 긴생머리에 야구 경기가 있던 날인지 야구 유니폼을 입은 너의 모습이 자꾸 눈에 걸려서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봤다.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맥을 2잔 말아 마시고 너에게 다가갔다. " 괜찮으시면 같이 합석하실래요?"
거절당할게 두려워 이미 계산까지 다 해놓고 물어본 거였다. 너는 망설였지만 너의 친구가 받아주었다. 그땐 너의 친구에게 정말로 고마웠다.
그날 이후로 우린 연락을 하게됐다. 넌 모르겠지만 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바뀔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했다.
처음엔 나보다 연상인 너에게 항상 존댓말을 썼지만 , 차츰 말을 놓기 시작했고 완전히 말을 놓았을 무렵 우리는 두번째 만났다.
어색해하며 쭈뼛거리는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던너. 사실 표현은 못했지만 그때 정말 기뻤다. 영화를 보고 카페를 가고 맥주를 마시고
여느 커플처럼 데이트를 하니 마치 사귀는 사이가 된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날 집에가는 발걸음이 안떨어졌었다.
그 이후 신촌에서, 건대에서, 우리는 매주 만났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고 신촌역에서 처음 키스했을때. 이상하게 주말저녁인데도
신촌 길거리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늦긴 했었지. 너는 나의 고백을 처음부터 받아주진 않았다. 너가 너무 나한테 의지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었다. 남자친구가 돼서 의지할수 있는 곳이 되고싶었다. 그렇게 너가 나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을때도 크게 속상하진않았다.
언젠간 받아줄거란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예감은 일주일후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너는 나에게 정식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 순간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한강 둔치에 너와 누워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나는 너에게 중독됐었다. 온종일 네생각 뿐이었다. 너는 내가 불안해할때면 언제나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누나만 믿어" 그 한마디에 나는 모든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대학교 캠퍼스안에서 너를 만났을때, 시장에서 꽃을 사가려구 약속시간도 30분이나 늦었고 결국 꽃도
못사갔다. 그런 너는 나에게 한마디 타박도 하지않았다. 오히려 더운데 고생했다며 나를 안아주었다.
올 여름은 너 때문에 유난히 더 더웠다.
처음가본 광안리 앞바다는 너와 함께여서 였는지 더 이뻐보였다.
두시간을 기다려서 먹은 곱창집 곱창은 사실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척했다. 너가 맛있다고해서.
내가 잡은 물고기를 동네방네 자랑하는 네가 귀여웠다. 놀래미한마리 잡은건데, 고래라도 잡은거마냥 낚시터 곳곳을 자랑하고 다녔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거 중에 대부분은 너와 처음해본 것들이었다. 죽어가던 내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것 같았다.
하루하루 행복했다. 너와 함께 하고싶어서 한국시리즈 티켓을 노렸다. 전날부터 광클 연습까지 한 결과 티켓 두장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로 좋아하던 너의 모습에 나도 기뻤다.
우리는 함께 설악산을 등반했다. 다람쥐처럼 날썌게 산을 잘타는 네가 귀여웠다. 계곡물에 발을 담구고 발시렵다며 동동거리는 네가 귀여웠다.
네가 해준 음식을 먹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는 네가 귀여웠다. 내 친구들을 궁금해하는 네가 귀여웠다.
우리도 여느커플처럼 가끔 싸우기도했다. 사실 그때마다 불안했다. 이러다가 헤어질까봐.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너는 마치 알기라도 하는듯 그래도 네가 나를 싫어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했다.
12월 22일 너에게 힘든 시련이 왔다. 나는 너에게 힘이 되주지 못했다. 그런 너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일과 연애 두가지 모두를 잡기가 힘들다고.
처음엔 믿기 힘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하늘이 노래졌다. 입이 말랐다. 식은땀이 흘렀다.
한참을 울었다. 샤워하면서 울고, 노래들으면서 울고, 담배사러가면서 울고.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나는 너에게 말했다. 너는 떠나가도 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릴테니 돌아오라고. 그런 너는 내게 그러지 말라고했다,
나는 알고있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걸.. 그래도..그래도 믿고싶다. 아니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드니까.
12월 23일 원래는 우리가 함께 데이트약속을 잡았던 날이었다. 너무나도 슬프구나.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고마웠고 미안했다. 나를 잊더라도.. 가끔은 생각해줬으면 한다.
너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다른여자 만나면 그 여자는 죽을것이라고. 나는 죽이고싶은 사람이 없다.
여기서 기다릴것이다. 오지않는다는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