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열람실의 문을 열면서 92번 자리를 확인한다.
그 자리에는 늘 어떤 여자가 등을 보인 채로 앉아 있다.
네이비색 후드티에 머리는 질끈 묶은 채로.
그러면 나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또 힐끗 쳐다본다.
그녀의 발목을.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발목을 볼 때마다
허리춤에 숨겨둔 송곳이 바지 속으로 추락하듯 아찔해져온다.
그녀는 늘 바짓단이 발목까지만 떨어지는 검정색 9부 슬랙스와
신발의 힐탭이 핑크색으로 덧대어진 나이키 스니커즈 차림으로 눈 앞에 나타난다.
그녀가 92번 자리에 앉아있으면
신고 있는 하얀색 페이크 삭스가 스니커즈 위로 살짝 올라온 것이 보이고
그 위로는 새하얀 발목이 훤히 드러나 있다.
이따금씩 발이 답답해 신발을 벗고 있으면
페이크 삭스가 얇은 탓에 발가락의 곡선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녀는 그것을 갓난아기의 모빌처럼 종종 까딱, 까딱, 거린다.
아찔한 모습이다.
그녀가 입은 슬랙스는 꽉 붙지 않아서
열람실 밖으로 걸아나갈 때마다 하늘하늘 찰랑이는데,
그 찰랑이는 바짓단 밑으로 뽀얀 복사뼈가 드러나 있을 때
나는 도저히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 마냥 새하얀 복사뼈를 내 입에 덥석 물고서
추릅 소리가 나도록 침을 삼키면
무릉도원에서 한 입 베어무는 복숭아의 맛,
혀 밑에 가득 고일 과즙의 맛을 알 게 될 것만 같다.
그 맛을 꼭 알고만 싶다.
그것이 내가 매일같이 도서관에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