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집가는 길에 만나고 싶지 않던 사람을 봐버렸다. 내 능력보다 과분해서 일방적으로 잠수타고 연을 끊어버렸던 사람. 1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녀는 맑고 예쁘고 난 공무원 준비생이다. 병.신같이 나는 아는척하려다 멈칫했고 그 사람은 못본척한건지 못본건지 모르겠지만 내 대각선 앞자리에 앉았다.
혹시라도 인사를 건넬까봐 초라한 내 옷과 신발이 부끄러웠고, 나는 자는척을 해야하나 븅.신처럼 고민하다 가방에서 악력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폈다 그녀가 내릴때까지 고개를 쳐박고 반복했다. 그녀가 내리고 나서야 악력기를 내려놓고 난 왜이리 한결같은 븅.신인지 슬픈생각에 빠졌다. 내일이면 나는 다시 한심하게 살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내가 싫다. 너무 병.신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