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남자다
내가 살면서 아빠한테 겪었던 몇몇 안좋은 사연(?)들..
그 중에서 아주 뚜렷하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해..
1
유치원도 안다니던 아주 어린 시절
주말에 엄마가 아빠한테 청소기를 하라고 했는데
아빠는 그게 그렇게 짜증이 나고 귀찮았는지
청소기를 휘후 젓다가 TV보고 있는 나한테 비키라고 했는데
어린애가 뭘 알겠어 그냥 TV 보면서 서 있었지
그랬더니 소리지르면서 화내길래 울었더니
내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아서 난 넘어지면서 계속 울었다
2
엄마가 동생을 임신해서 병원에 가있고
다섯살도 안된 나는 할머니와 아빠와 집에서 밤에 잠을 자는데
내가 어린 마음에 엄마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더니
그렇게 엄마 보고싶으면 나가라면서 고함을 지르면서 화를 냄
3
유치원 가는데 알고보니까 내가 양말을 안 신은거야
그래서 엘레베이터에서 발견하고 다시 집에 가서 신고싶다고 하니까
그냥 가라고 하길래 어린 마음에 투정부리면서 징징댔음
그랬더니 엘레베이터에서 사람들 많은데 사내자식이 왜 우냐고 소리지르면서
내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면서 혼냈음
4
초등학교 1학년 때 글쓰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
그래서 원고지에 나름 장문의 글을 써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 가만히 앉아서 오래 뭘 하기 힘든 상황이잖아
그래서 도와주던 엄마랑 티격태격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 듣고 낮잠 자던 아빠가 깨서 나한테 오더니
왜 이렇게 불만이 많냐고 큰 소리 치면서 화내고
내가 무서워서 우니까 또 주먹으로 머리 쥐어박으면서 혼냄
5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 집에 오면 들려주려고 피아노 연습해서
아빠 들어오자 마자 연주해서 들려주었는데
아빠가 왔는데 인사도 안하냐면서 고함지르고 방에 들어가버림
6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수다 떨면서 장난도 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술에 취한 아빠가 밤 늦게 들어오더니
안방에서 엄마 손거울 던져서 깨뜨려버리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난동피움
그거 말리던 엄마랑 싸우는데 엄마가 우는 모습 태어나서 처음 목격함
인생 최대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경험함. 엄마가 울다니..
7
초등학교 4학년 때 집 정리를 하면서 침대 위치를 옮기는데
11살 밖에 안된 나한테 침대 조립하는 거 같이 하자고 하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자기 혼자 막 하면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다가
내가 버벅거리고 잘 못하니까 짜증내고 화내면서 소리지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눈물맺힘
8
초등학교 5학년 때 주말 낮에 집에서 욕조에 물 받아놓고 목욕하고 있는데
아빠가 낮술 먹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나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너 이놈의 새끼 나오기만 해봐 나오면 아주 죽여버릴거야' 라고 함
너무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12살짜리 아들한테 한다는 말이
'뭐? 왜냐고? 야 이 새끼야 니가 아빠한테 해준게 뭐가있어!' 라고 고함지름
너무 무서워서 뜨거운 물 받은 그 후끈한 욕실 안에 덜덜 떨면서 한시간동안 못나옴
9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 생신이라 친척들 모인 자리에서
아빠가 술 마시고 삼촌이랑 싸우다가 물건 발로 차고 난리를 일으킴
그래서 그걸 보고 말리러 나온 할아버지를 아빠가 목을 조름
온 가족이 간신이 떼어놓고 할아버지는 온몸에 힘 빠지고 축 쳐져서 드러누우심
그걸 생생하게 목격한 이후로 공포와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짐
10
중학교 1학년 때 아빠가 밤 11시에 술 마시고 늦게 와서
집에 전화하더니 치킨 사왔다면서 집 앞 놀이터로 나오라고 함
아빠가 술 취한 비정상적 상태이고 그 밤에 나가는 건 이상하니까
엄마가 그냥 들어오라고 하고 나는 안나갔는데
아빠가 집에 오자마자 문 쿵 닫으면서 내고 TV보고 있으니까
'넌 지금 TV가 눈에 들어 와!' 라고 큰 소리 지르면서
'시발 어쩌구 저쩌구 썅놈의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욕함
나는 또 덜덜 떨면서 방으로 숨고, 말리던 엄마한테 아빠는 욕설함
11
중학교 1학년 때 아빠랑 동생이랑 생에 처음으로 같이 자전거 타러 나감
나는 자전거도 아빠가 아닌 동네 아저씨한테 한번 배울 정도로
아빠랑 같이 뭘 하러 가보는 거 자체가 처음이었음
근데 동생이 자전거 잘 못타고 비틀비틀 거리니까
아빠가 '잘 타지도 못하면서 무슨 자전거를 탄다고 난리야' 라고 소리지름
그래서 나랑 동생은 담배피우고 앞장서서 가는 아빠 뒤따라서
자전거 타지도 못하고 그냥 끌면서 집으로 돌아옴
12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종교도 없으면서 매일 밤 자기 전에 이렇게 기도했음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제발 오늘 밤에는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제발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와도 아무일 없이 조용히 잠들게 해주세요;
이렇게 밤새도록 기도하다가 잠에 잘 들지도 못하고
새벽 늦게 아빠 들어오는 소리 들으면 극도로 긴장해서 식은땀 흘리다가
그나마 별 일 없이 아빠가 코 골면서 자는 소리 들으면
그 때 온 몸에 긴장 풀리면서 안심하기 시작함.
그러면 잠 잘 타이밍도 놓치고 한두시간 자다가 아침에 일어남.
13
앞에 말한 그런 패턴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함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는 커녕 엎드려서 잠만 자고
깨고나서 집에 갈 시간이 되면 '또 아빠를 맞이할 시간이 되어가는구나'
라는 걱정과 불안함에 늘 어두운 마음으로 집에 하교함.
이 생활을 중~고딩 내내 반복했음.
14
당연히 이렇게 살다보니 성적이 좋을 수가 없음
고1 때 처음으로 받은 성적표에 성적이 너무 안좋았는데
그걸 본 아빠가 밥 먹다말고 숫가락 젓가락 집어 던지더니
갑지가 내 배를 주먹으로 치면서 목을 조름
차라리 회초리를 때리면 체벌이지만, 이건 그냥 폭력 아니냐?
엄마 옆에서 간신히 말렸는데 나한테 '썅놈의 새끼' 라면서 계속 욕함
15
고2 때 또 술마시고 들어와서 엄마랑 계속 싸우더니
(당연히 아빠 입에서는 온갖 욕설과 고성과 폭언이 난무)
엄마는 결국 눈물 터뜨리면서 제발 이러지 좀 말라고 울고
갑자기 심장 부여잡고 쓰러져서 다들 깜짝 놀라서
119 신고했다가 괜찮다고 해서 다시 취소하고 난리였음
이 날 이후 특히 매일 밤이 불안해서 멘탈이 박살나고 정상생활 불가능.
16
여동생이 고1 되었을 때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자기 물건 하나가 없어졌다고 우리한테 어딨는지 아냐고 물어봄
우리는 그 물건을 본 적도 없고 집에 있었는지도 몰랐음
그래서 잘 모르겠다고 하고 있으니까 아빠 물건이 없어졌는데 찾아보지도 않냐면서
갑자기 소리지르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여동생한테 이런 폭언을 함
'너 이딴식으로 하면 아빠가 너한테 정이 떨어져. 알아?'
아마 여동생은 나보다 아빠에 대한 악감정이 더 심할 수도 있지
17
수능 봤을 때 내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다음 날 술 마시고 들어오더니 다들 자고있는데 혼자 거실에서
'지금 이놈의 새끼 니가 지금 잠을 잘 때야?!' 라고 소리지르면서
거실에 있는 물건 발로 차고 집어 던지더니 쇼파에 누워서
혼자 중얼중얼 욕설 내뱉으면서 궁시렁거림
그 불안함에 또 다시 밤잠 못이루고 밤새도록 온몸 긴장한 채 식은땀 흘림
18
이런 생활은 재수를 할 때도 똑같이, 오히려 더 심하게 반복됨
매일 밤마다 술마시고 들어와서 혼자 호랑이마냥 으르렁 거리면서
자기혼자 욕하고 괴성지르고 나는 그걸 들으면서 덜덜 떨고있고
그나마 곱게 잠들면 다행이고 또 엄마한테 뭐라 하면서 다툼 생기면 극도의 공포
매일 밤마다 어쩌면 저 사람(아빠)이 나 또는 엄마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낌
19
대학교 1학년 때 또 역시나 저녁 때 술 마시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나한테 '이 새끼는 대체 이 집안에서 하는게 뭐야' 라고 소리지르더니
집안에 시계 깨뜨리고 선풍기 던져서 부시고 청소기 발로 차면서 난동을 부림
그걸 말리는 엄마한테 또 물건 집어 던지면서 소리지르고
나한테는 관 짜줄테니까 송장처럼 거기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폭언을 함
20
군대에 있는 동안은 그런 모습을 안 볼 수 있어서
정말 너무나도 편하게 자고 편하게 일어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음
그런데 전역하고 집에 오니까 달라지는건 역시 없더라
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오면 아빠 혼자 집에서 술마시면서
취해서 얼굴 시뻘개지고 뭔가 잔뜩 심술이 난 표정에 집안 분위기 씹창냄
21
내가 취업 준비 하면서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음
그랬더니 또 집에서 혼자 술마시고 분위기 개씹창내고 있더니
갑자기 나한테 화내고 소리지르고 난동을 부리는데
온동네에 소리 다 들리고 고래고래 욕을 휘갈기면서
그걸 말리는 엄마를 거의 때리기 직전 분위기까지 감
그래서 난 처음으로 힘으로 아빠를 몸으로 막으면서 말리는데
엄마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슴 움켜쥐면서 쓰러져서 아파하고
그런데도 아빠는 계속 난리를 부려서 내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고
그랬더니 아빠를 신고하냐면서 또 욕하고 지랄발광을 하는데
간신히 진정시키고 마무리 했지만 오랜 시간 진작에 박살난 내 멘탈은 이미 가루가 됨
22
지금까지도 모든 일의 짜증을 다 남에게 전가함
그 나이 먹고 치킨 하나 배달을 못시켜 먹어서
멀리 있는 엄마한테 치킨 좀 시켜달라고 부탁해놓고
배달업체 실수로 배송 지연되고 문제 생기니까
괜히 도와준 엄마한테 승질을 부리고 짜증을 냄
자기 짐 옮기는거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나갔다가
내가 뭘 마음에 들게 못하니까 나보고 또 인간이 할 줄 아는게 없다면서 승질을 부림
씨발 지가 그렇게 잘났으면 혼자 하든가
아마 여기까지 다 읽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 들거야
아니 왜 그걸 지금까지 그렇게 당하고만 살아?
차라리 독립을 하거나 부모님이 이온하는게 낫지 않아?
그런데 사람이 참 웃긴게
이제는 안그러겠지.. 술 안마시면 그래도 다정하니까 괜찮겠지..
그러면서 상황에 길들여지면서 적응하고 살아오게 되더라..
그리고 지금은 내 나이가 서른이지만
이런 관계는 내가 아주 어린 아기 시절부터 이어져온거라..
머릿속에 이런 상황이 길들여지고 시스템으로 자리잡혀왔나봐..
이렇게 살아오다보니까
나이는 서른이지만 정신은 10살 어린애처럼 늘 불안하고 초조해..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은 60살처럼 건강이 망가진 느낌이야..
무엇보다 이런 멘탈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보니
그냥 집 학교 독서실만 오가면서 엄마 외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본 기억도 없네 ㅎㅎ
지금 우리 아빠는 일 때문에 떨어져 살아서
한 달에 두번 정도 보면서 지내는데
술 안 취했을 때는 보통 아빠들처럼, 아니 오히려 더 친절하고 다정해
그래서 헛된 희망으로 수십년을 버텨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길게 쓴 이유..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이렇게 살아왔다고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었어
이것 외에도 매 순간을 이런 분위기에서 지내왔지만
지금 이 순간 바로바로 꺼내 적을 수 있는 선명한 기억들만 적어봤어..
나는 멘탈이 쿠쿠다스라 내가 형이었다면, 형보다 더 잘 살지는 못했을거같아.
정말 술을 안드셨을때 다정한 아버지라면, 술 드셨을때의 상황들을 말해서 안드시게끔 해야하는거같아. 다른 가족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