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람마다 중독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아마 대다수는 '그만하고자 할 때 그만두지 못하면 중독이다' 라는 표현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 그만해야지' 하고 마음먹어보기 전까지는 본인이 함부로 중독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중독에 쉽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성향, 환경 혹은 보편적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중독과 헤어나오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중독되었던 것은 담배, 술, 과식, 그리고 자위다. 유별나지도 않은 어떤 이유로 이 네 종목을 한꺼번에 그만두고자 하였다. 온라인에서 수치는 무의미하니까 언급하지 않겠다. 대충 그냥 많이 먹고, 마시고, 피우고, 치나보다 하면 된다. 중독기간은 대략 8년정도, 그만둔지는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2년 정도로 보면 될거같다.
1. 과식
앞으로 나올 세 종목보다 끊기가 훨씬 수월했다. 사실 과식을 하게되었던 이유는 술을 많이 마시면 꼭 술자리나 그 다음날 해장을 할때 잔뜩 먹어야 했기때문이기에, 술을 줄여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과식이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금단증상은 서로 달랐지만. 또 과식을 끊기 쉬웠던 이유는 소식하는 습관이 어느정도 자리만 잡는다면, 짧게는 한 일주일만 되어도, 위가 작아지는 것 같더라. 과학적으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소식을 조금만 해도 그 뒤로는 더 먹으면 흔히 배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쉽게 찾아오기때문에, 더 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더라. 아무리 무식하게 먹는다한들 토할 것 같은데 어떻게 더 먹겠나. 그리고 어떤 사회적 활동과도 연관되지 않기때문에 별다른 요인 없이 끊을 수 있었다. 과식을 끊는 것의 장점이라면 당연히 다이어트이고, 몸이 가벼워지니까 모든 운동의 퍼포먼스가 좋아짐과 더불어 잔부상이 없어졌다. 배드민턴으로 예시를 들자면, 못받을 헤어핀도 받게 되었고, 치고나서 무릎아픈 것도 싹 사라졌다. 단점이라면 여행과 같은 특별한 날 뿐만아니라 평소에도 돌아다니는 즐거움, 무언가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정도인 것 같다. 늘 비슷하게 먹어도 특이하게 20일정도는 살이빠지고 10일정도는 유지, 다시 20일 감량, 10일 유지 이런식으로 빠지더라. 키 181에 96키로부터 시작했는데, 80kg 초반부터는 감량이 안되더라. 헬스를 꾸준히 1년정도 했는데도, 몸은 좀 좋아졌지만 몸무게는 거의 그대로다. 여기서부터는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가 싶다. 아 그리고 지금은 안그런데 초반 한 반년은 가끔 현기증이 나곤 했다. 아마 이게 원인이지 싶다.
2. 자위
이건 좀 애매한 파트인데, 그만하겠다. 라고 선언한 이후에 거의 그만두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걸 꼭 그만두어야 하나? 라는 의문때문이었고, 지금도 이것이 중독이었던 것인지 자연스러운 욕구였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결과론적으론 그만두게 되었고, 몽정기간 텀은 생각보다 불규칙했다. 몽정주기와 야한꿈의 상관관계가 어렴풋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때 쯤 여자친구가 생겨서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꼭 이것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중력과 승부욕이 강해지고,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하기 애매해서 패스.
3. 담배
여기부터는 전쟁이었다. 담배를 끊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니코틴자체도 있겠지만, 사람이었다. 20살부터 담배를 피웠으니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직장동료까지도 대부분 담배를 피는 사람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학연,지연, 혈연, 흡연 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더라. 담배를 피러가지 않으면서 사내에서, 심지어 친구사이에서 들리는 소문과 정보들을 접하는 속도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래서 티타임이 있나 싶더라. 또한 오래알고 지낸 사이일수록 담배를 피는 시기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일단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담배피러 따라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1, 2 종목에 비해서 끊는데 반년이상 더걸렸다. 거의 1년쯤. 솔직히 다른 것들은 대체제 없이 잘 끊었다고 생각하지만, 얘는 대체제가 없었으면 절대 못끊었을 것 같다. 대체제로 활용한 것도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군것질류, 헬스와 격렬한 스포츠, 게임과 같은 집중력류, 흡연의 해로움을 일깨워주는 영상이나 글과 같은 다짐류 등 여러가지 대체제를 동원해서 끊었다. 그리고 뭐 금연은 평생 참는거다. 끊는 것은 없다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는 않더라. 지금이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꺼지지 않을 것 같은 흡연욕구도 분명히 사라지더라. 그리고 그걸 견디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 이러다 말겠지 하는, 이명이 들릴때 수준으로 반응하게 된다. 지금은 흡연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금연의 장점은 심폐지구력의 상승으로 인한 운동과 노래의 실력 향상이다. 운동은 감량덕도 있겠지만, 노래는 확실히 금연덕이다. 뭐 고음이 잘나고 이런건 아닌데, 머리가 터질 것 같거나, 배나 허리가 뻐근한게 사라졌다. 호흡의 안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것은 장점인지는 모르겠으나 후각과 미각이 예전보다도 민감해진 것 같다. 누구보다 냄새에 빠르게 반응하게 되었고, 계란, 우유, 소고기, 순대 등 여러 음식을 냄새때문에 못먹게 되었다. 반대로 잘 안먹던 야채, 샐러드, 과일 등 날 것의 그 싱그러운 향이 너무 좋아졌다. 아 물론 계속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이게 이렇게 맛있었구나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되었다. 특히 카레. 그리고 만성피로가 사라졌다. 늘 피곤하고 무슨일이든 하기 귀찮았는데, 그런게 싹 사라졌다. 당연히 숨쉬기도 편해졌고, 목과 관련된 질병은 다 사라진거 같다. 단점이라면 피곤함이 없어진 것과는 모순되게도 잠이 좀 많아졌다. 원래는 불면증이 있나 싶을 정도였던걸 감안하면, 잘자게 된 것인가 싶긴 하다만. 그리고 인내심이 좀 사라졌다. 예전같으면 '아, 담배나 하나피자' 할 일에 대해서 짜증을 내게 되었다. 누구는 그게 금단증상이라고 하는데, 2년 넘게 그런거보면 금단증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4. 술
사실 나는 내가 술 중독일 줄은 몰랐다. 많이, 그리고 자주 마셨지만, 단 한번도 중독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막상 쓰려니까 갑자기 술마시고 싶어서 안되겠다. 자야겠다.
실례가 안된다면 중독이 시작된 원인과 그것을 끊게된 계기에 대해서도 썰을 좀 풀어주실 수 있나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