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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갈라져서 싸운지도 벌써 한참이다. 17년 이번 정부가 집권한 이후, 이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일반적인 범죄에도, 사회적 현상에도 이 갈등을 덧 씌워 이제는 어찌보면 돌아갈 수 없는 깊은 골이 생겨가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 태어나거나 새롭게 정의된 단어들 중 내가 겪은 일을 그냥 글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절대로 미투신고한 여직원이 갑자기 오늘 나보고 미안하다고 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1. 유리천장, 그리고 유리바닥

여성들이 주장하는 단어 중에 나에게 어쩌면 깊게 다가온 단어였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경력이 단절된 경험이 있고, 주위의 여직원들이 임신 전후로 진급이 막히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주지 않고 도태시키는 현상을 사회생활을 하며 직접적으로 목격한 나로서는 굉장히 와닫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 유리천장을 깨기위해 움직이는 여성들을 보며 다른 걱정을 했다.

 

'저건 너무 이기적인거 아닌가.'

 

유리천장을 부수려는 여성들을 두렵게 바라보는 유리바닥 위에 선 여성직원들이 보였다. 앞장서서 미래를 쟁취하려는 일종의 '승리한'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는 순간, 그렇게 유리바닥도 처참히 무너졌다. 여성들의 전리품으로 남아있던 회계업무는 이제 남성들의 침범을 받았고, 스펙에서 밀리는 여성들은 과감히 회사에서 사라져갔다. 승리를 거머쥔 성공한 여성들은 임원이 되었고, 진정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였으나 회사는 그녀들의 지시에 따라, 여성직원은 결혼하여 아이가 이미 다 큰 경력단절이 없을 '성공한' 여성 위주의 채용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기존의 그녀들처럼 아래부터 올라가는 건 매우 힘들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건 상고를 졸업하고 고졸로 취업한 여성임원이 지시한 사항이었다.

 

  1. 임금차별

임금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일을 하는데 왜 남성만 돈을 더 받냐는 질문이었다. 이는 본사근무를 하는 여성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러자 회사는 즉시 대응했다.

 

'미안하다. 여성들에게도 추가임금의 기회를 제공하겠다.'

 

우리는 모두 놀라워했다. 심지어 남성직원들의 반발도 심했다. 젊은 남직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뒤로 추가임금을 타가던 유부남 들은 투덜거리며 일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지금, 시행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 저 불만을 당당히 건의한 여직원은 여전히 본사에 근무하며, 현장에서 여직원은 1명 있다. 0명보다는 낫지만 30명 규모의 사업에 1명은 뭐 없는 거나 다름 없다고 봐야지 않을까. 그리고 물론 그 여직원은 남직원들의 우상이자, 마스코트이며 동시에 누가보아도 '성공가도'에 올라타 있다. 여성할당제를 내부적으로 몰래몰래 시행중인 우리회사에서 진급시 그녀는 엄청난 남직원들의 지지 속에 초고속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여직원들의 질투와 시기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1. 미투운동

회사에 미투운동 붐이 퍼져나갔다. 알게모르게 남여갈등이 깊어지며 내외하면 남직원과 여직원들 사이에 갑자기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투운동의 대상은 놀랍게도 모두다 나이가 꽤 있으신 586세대셨다. 여성들의 진술은 일치했다.

 

'날 만지려고 하는거 같앗다. 분명히 날 만지려고 하는거 같았고, 나를 음흉하게 쳐다보았다.'

'나에게 치마를 입어야 이쁘다고 했다.'

'나에게 살이 빠진거 같다고 했다.'

 

난 처음에 내가 성 감수성이 처참해서 저 말이 이해가 안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뭘 했다는 건지를 이해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쨋든 회사는 징계를 했다. 해당 직원은 평상시 행실도 좀 여성들에게 짖궂은 이미지였기에 대세는 여직원들의 편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팀장님이 지목당했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평상시에 여직원에게, 오늘 옷 잘어울리네 정도 말하시고는 나에게 와서 젊은 사람한테는 이게 좀 성추행 같을까? 라며 진지하게 고민하시던 젠틀남이 무슨.... 이라는 생각에 강력하게 항변했고, 곧 나도 덩달아서 미투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물론 지목자의 일관된 증언이고 뭐고 그 여직원을 위해 봐주던 다양한 편의를 즉시 없애는 것으로 보복하였으나, 되려 보복성 업무를 한다는 명목으로 싸잡혀서 더 개같이 욕먹고, 나락에 갔다. 사건은 우리의 공개사과로 마무리 되었다.

 

아, 현재 그 여직원은 실제로 정신병 중에 조현병이라는 판정을 받아서 병원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나도 정신병있는 사람을 처음보는 거였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음...)

 

 

  1. 퐁퐁남

회사를 다니는 아저씨들 사이에 퐁퐁남이라는 단어가 돌기 시작했다. 뭔 얘기하다가 어휴.. 허리가 휜다 허리가 휘어, 그러면서 은근히 알게 모르게 자식자랑하던 차부장님들은 이제 이런 씨발을 연발했다. 단어 하나의 파급력이 이렇게 큰 줄 알수가 있엇겠는가... 그리고 사건은 이상한데서 터졌다.

 

예비신랑이던 과장이 씩씩거리며 나에게 전화해서 말했다.

 

"0대리, 오늘 나 휴가야, 팀장님이 안된다 해도 걍 휴가라해, 이런 씨발!"

 

저 워딩에서 하나도 안틀리고 그대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출근한지 5분지난 아침 8시 5분이었다. 아침 회의 마친 팀장님께 일이 있어 오늘 휴가 쓰신답니다. 라고 하니 팀장님은 특유의 젠틀함으로 내가 전화해 볼게, 일단 급한일인거 같으니 점심먹고 해보자. 라고 하셨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리에 앉아서 하루를 잘 보내는 중이었다.

 

오후가 되고 내가 먼저 전화 하기도 전에 전화가 울려서 받았으나, 이 예비 신랑이 하는 말은 좀 당황스러웠다. 요약하면, 아내에게 섹스프렌드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걸 붙잡은 게, 흥신소란다...... 자기가 아내 행실이 궁금해서 붙인 흥신소에서...(이것도 참.. 미친놈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섹파란 남자가 꽤 돈을 잘 버는 남자였던 모양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예비신부를 종용해서 예비신랑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해 버렸다. 그것도 흥신소 계약서랑, 기타등등 어떻게 얻었는지 모를 서류들로...

 

그냥 일단 이번주 쉬라는 통보를 한 팀장님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자기는 요즘 가끔 아내를 보면 두려움이 몰려온다는 얘기를 했다. 의심하지 않는게 아니라, 내 인생을 잃을까봐 의심하지 못한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결국 일주일이 지나고 그 직원은 합의를 했고, 파혼했으며, 이글을 쓰는 내 옆에서 이말을 꼭 쓰라고 했다.

 

"적어도 나는 퐁퐁남은 아니지, 니들은 몰라"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생각하는 단어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나는 요즘 성의 가격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여성이라는 것의 가격은 꽤나 비싼축에 속했다. 일종의 명품인거다. 마치 구찌 같은... 그런데 구찌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자. 닿기 힘들지만 노력하면 못살 것 없는 물건. 프리미엄라인은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같은 곳에 처절하게 밀리는 브랜드다. 딱. 그 위치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유리천장에 여성차별이라고 하던 조신함과 아름다움이 바로 그 유리바닥이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물건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값어치가 없는 외형에 인간이더라도, 그들은 여성인 것 만으로 엄청난 대접은 아니더라도 명품 라인 대접은 받아왔다. 왜냐면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며 그녀들은 스스로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이 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한계를 쳐다보게 되었다. 물론 이는 승리한 자들의 시선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여성들의 페미니즘 바람에 맞춰 이 유리천장을 깨부수도록 종용하고 논리를 펼쳐 무지한 유리바닥 위의 여성들이 유리바닥을 깨게 만들었다. 그녀들에게는 이제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는 사라졌고, 조신함이라는 최소의 가치또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녀들도 남성들처럼 상용복 매장에서나 만나고 가판대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유리바닥이 있는 세대의 어른들의 사회에서 자랐기에 여즉 자신들이 아직 구찌 정도는 되는 줄 안다.

 

반면 남성들은 놀랍게도 내가 가판대에 오른 옷인지, 에르메스인지, 구분할 줄 안다. 왜냐하면 그걸 가르는 기준인 구찌가 있었기에 나는 성공한 사람인지 아닌지의 기준이 되었으나, 이 기준은 붕괴했고, 이제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이 되어 물건을 바라보니... 참 어이없게도 그 물건이 처참하다. 명품 가방, 옷은 종종 메이커 떼면 왜 저딴 걸 사나 싶은 물건들이 많다. 그렇게 남성들이 눈을 떴다.

 

세상은 바뀌었고, 나도 어느새 여자들을 볼 때 예전처럼 소중하고 지켜야 할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조금더 꼼꼼히 그녀의 과거와 스펙을 따지고, 그녀와 갖는 잠자리는 서로 즐기는 거지 남성의 정복욕을 드러내던 의미를 상실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여전히 꽤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글쎄......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SexPrice는 바닥으로 꼴아박았을 거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기를 바라고 곧 설이다. 안그래도 코로나로 대면대면하던 사람들 모두 쓸데없는 갈등으로 반목하지 않고 오랜만에 긴 휴가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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