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정부기관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음
내게 주어진 일 중 하나가 교육자료 만들기였는데 그걸 만드려면 산부인과 전문의 및 다른 전문가들의 자문과 검수가 필요했음
그래서 상사 (그당시 과장님, 공무원 직급으로 따지면 4-5급 정도) 의 조언대로 자문팀을 꾸려서 연락을 돌리고 정보를 얻어서 교육자료를 만드는데
어느날 저녁에 야근하는데? 담당자인 내게 전화가 왔었음.
알고 보니 그 교육자료의 자문팀에 들어간 나이지긋한 남자의사선생님이었는데 (이름이 두글자였나 특이했던 기억)
담당자인 내게 막 화를 내면서 자문팀에 들어가면 안 될 사람이 들어가 있다고 그러는 거임.
사실 자문팀에 의사만 포함된 게 아니고 관련있는 전공에서 박사받은 분도 포함되어 있었거든.
나는 그저 말단 과제 담당자로서 상사와 논의 끝에 하라는 대로 한 거 뿐인데
아닌밤중에 날벼락이라고 이런 전화를 받고서
충격을 받고 욕받이가 된 점에 놀라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남.
참고로 그 “교육자료 자문팀에 들어가면 안될 사람”은
의사만 아닐 뿐 엄연히 관련 전공지식이 있는 사람이라서
나는 솔직히 아직도 그분이 왜 들어가면 안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고,
사회초년생의 눈으로 보기엔 그저 자기 밥그릇이 침범된다고 느껴진 한 인간의 발악쯤으로 여겨졌음.
문제는 왜 그 발악을 가만히 있던 내게 하느냐 였지 비겁하게.. 내 상사와 직접 상의할 용기따위는 없었나봄
유튜브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몰려서 결국 자살한 보육교사에 관힌 실화탐사대를 보다가 (김포 어린이집 교사 자살사건이라고 뜨네)
정말 오랜만에 나의 옛기억이 소환되었음
나와 이 보육교사 분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면
나의 경우 이 일이 공론화 되거나 마녀사냥까지 번진적은 없으며
나는 내가 늙은 남자의사선생님에게 갑자기 전화로 공격받은 일을 직장동료분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은 반면
이 보육교사 분은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자신이 모함을 받았음에도 직장에서조차 버림받았다는 점 같다
정말정말 기억 저편에 묻어둔 기억이었는데 오랜만에 꺼내봄
보육교사 분 일을 생각하면,,, 모르는 사람이지만 너무 안타깝고 한숨만 나온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일은... 다시 생각해도 솔직히 좆같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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