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2019.06.09 05:07

힘들어요 ㅠ

조회 수 215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안녕. 그냥 공부하다가 힘들어서 글이나 싸질러보려구.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난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대.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다섯손가락 안에 들게 졸업했고, 의치한에 합격해서 부모님한테 기쁨도 드리고, 2년간 알바도 열심히 해서 돈도 좀 모아놨어.

 

근데 내 뒤를 돌아보니까 정말 옆이란게 없어. 여행도 다녀본적 없고, 취미는 정말 게임빼곤 없어. 그것마저도 대학 들어와서 다 접었고. 예과때 알바로 돈모은다고 안노니까 꾸미는 법도 잘 모르고, 뭔가 20대인데 20대같지 않은 느낌? 항상 앞으로만 달리다 보니까, 위로만 올라가다 보니까 뒤를 돌아보니 아득하기만 해. 10대때 뭐 했어요? 라고 하면 난 정말 앉아서 공부한거 빼곤 딱히 에피소드가 없어. 게다가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했던 공부도, 여기 오니까 뭔가 턱 막히는 느낌이야.

 

비유로 말하자면, 암벽등반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군데군데 잡을만한 돌이 있어서 내가 끈기있게 노력하면 잡고 올라갈 수 있는 지형이었다면, 이젠 멀찍히 떨어져 있어서, 팔다리가 짧은 나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디딤돌들이 있는 느낌? 게다가 밑에는 날 항상 최고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이 날 바라보고 있고.

 

그래서 부담도 되고, 공부하다가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난 분명 행복하려고 여길 왔는데, 왜 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 내가 생각했던 생활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워서 미래라는게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도 해. 난 언제나 의치한을 꿈꾸며 미래를 향해 달려왔는데, 그 미래에서 더 먼 미래를 보라고 하고, 지금까지 지나왔던 길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만 입증된 것 같아.

 

다들 몇년만 참으라고, 거의 다 왔다고, 면허증만 따라고 하더라. 근데 면허증만 나온다고 끝이 아니잖아? 개업이라던지, 더 나아가서 수련을 더 받을지...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나보고 다 배부른 고민하고 쳐자빠졌네 캌퉤 하고, 기만이라고 하고.. 나도 공부만 하고 싶지 않고, 대부분의 20대 초가 그렇듯 쉴땐 쉬고, 할 땐 하면서 지내고 싶어.

 

사실 나는 악기를 정말 배우고 싶어.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싶거든. 또 여행도 다니고 싶고, 미친척 이틀간 게임도 하고 싶어. 옷도 이것저것 사고, 운동해서 더 멋져지고 싶어. 사진기도 하나 사서 사진 공부도 해보고 싶고, 부동산이랑 주식같은 생활 경제도 배우고 싶어.

 

몇시간 더 잤다고 "공부가 밀렸는데 어떡하지..."나  "지금 출발하면 알바에 늦을까.."  라는 생각보단, "오늘은 늦게 일어난 김에 더 자야지" 라고 하면서 대충 야쿠르트 하나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워서 늘어지게 잠도 더 자고싶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까지 공부해야하나.."보단  "오늘은 뭘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 싶어. 곧 다가오는 몇주 안되는 방학동안 또 일해야 한다는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져.

 

시험기간엔 원래 이런 생각 안하는데, 웬일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나서 토해내 봤어. 날 믿고 계시는 부모님한테 힘들다고 찡찡대거나, 짜증낼 수는 없더라. 어느새 주름이 지시고 늙으신 아버지 어머니 모습 보면, 죽어도 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랑, 실망시키면 안된다라는 압박감과 동시에, 그만큼 성적이 안나오는 현실에 괴리감에 힘들었어.

 

여기까지 읽어주는 형들 고마워. 두서없게 긴 글 썼지만, 쓰면서 마음 정리도 하고, 다시 공부해야겠어.

안녕.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댓글 새로고침
  • 익명_35756502 2019.06.09 06:34

    먼저 너는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하지만 잘 하는게 정답인건 아니잖아

    흔히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듯이 말야

    물론 무턱대고 즐기면서 살라고 하는게 아냐

    너가 겪고 있는 상황도 모르고

    생면부지의 익명댓글이 인생을 책임져 주지도 않잖아

    내 생각으로는 너가 제일 하고 싶은게 뭔지 정해보는게 어떨까

    그 다음은 그걸 위해 시간을 조금만 투자해보는거야

    피아노면 지금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근처 학원을

    알아본다던지 여행이면 혼자하는 여행이던지 친구 또는 가족여행

    그리고 먹으러 다는 여행, 관광이나 힐링여행인지 정해보는거야

    조금씩만 시간을 투자하는거지 여행을 가게된다면 조금 힘들수도있지만 게임, 운동, 경제공부등 취미생활로 하는 정도면 그렇게까지 시간투자 하지 않아도 돼

    지금의 결과도 단시간에 만들어 낸게 아니잖아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정말 너무 힘들면 주변사람에게 말해

    그래야 주변사람들도 너의 상황을 알수있어

    0 0
  • 익명_33733415 2019.06.09 10:06

    공부만이 답이 아니니까 재밌는 거 좋아하는 걸 찾아봐

    0 0
  • 익명_55352000 2019.06.09 13:20

    본과 시작하기전 휴학하고 쉬는 사람들 많음. 너 하는거보니 장남같은데.. 가족들이 네게 책임감을 바라지않는 이상 너 혼자 가족을 이끌어야된다는 생각좀 버리셈;; 니 인생이야.. 한번쯤은 네가 살아보고싶은대로 사는게 맞지 않냐.. 근데 의대가려고 몇십년동안 공부한거자나 그걸 포기하기엔 확실치가 않지... 너 공부 잘했다며ㅋㅋㅋㅋ야 솔직히 악기치고 놀러가는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휴학하고 잘 생각해벼.. 솔직히 자퇴하는건 내가 보기에도 좀 그렇다.. 물론 본과 들어가면 진짜 미칠 것 같긴한데.. 모르것다 알아서혀

    0 0
  • 익명_25505422 2019.06.09 17:34
    그저 화이팅이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저런 조언조차 결국엔 다 의미없다
    찾아도 보고 물어도 보고 스스로 생각해봐
    0 0
  • 익명_55608636 2019.06.09 18:59

    공부만하면 40대50대 되서 한이 쌓일듯

     

    0 0
  • 익명_71808518 2019.06.10 17:01

    각기 다른길인거지,

    걍 남의 떡이 커보이는거임,

    꿈? 전문의든 일반의든 자기밥벌이는 해놓고

    취미를 즐기든 해 

    노는것도 놀아본사람이 노는거지

    환경이 갖추어져도 안맞는사람은 못해,

    부담갖지마 거기에 매몰되면 사람미쳐

    걍 너 잘하는거 그것만해.

    0 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익게 무성의글 즉시 IP 차단입니다. 18 익명_63088109 2022.07.02 136175
공지 익게 비회원 작성 가능 정치글 IP 차단입니다. 30 익명_83964249 2022.03.20 144592
109645 날씨도ㅜ더운데 ㅡㅡ전기차 주차하기를~~ new 익명_86183880 2024.09.15 59
109644 뷔페할망구야~ 늙어서 몇년살지못할텐데 ㅡ_ㅡㅎ니가 지나갈때마다 할머니 특유의냄새나더라 ㅎㅎ new 익명_81712686 2024.09.15 66
109643 어리고 예쁜 여자 따먹어보고싶다 new 익명_37677964 2024.09.15 75
109642 상여금 없음 new 익명_00882891 2024.09.15 110
109641 먹는걸좋아해서 (뷔페)^^ 자주가는데 뉴스 보니 심장마비걸릴확률↑↑↑ new 익명_77907058 2024.09.15 127
109640 안경 두 가지 쓰는 짤붕쿤들 있음? 2 익명_21646842 2024.09.14 189
109639 건보재정 고갈이라며 담배값안올림?? 3 update 익명_61366026 2024.09.14 183
109638 적당한 의자는 시디즈가 최고인가? 1 익명_60442391 2024.09.14 191
109637 추석 상여금 어떰? 3 updatefile 익명_41013135 2024.09.14 211
109636 배달 지옥이다 진짜 2 익명_83132291 2024.09.14 187
109635 자주 가는 마트의 배신 2 익명_74342505 2024.09.14 177
109634 베테랑2 보신분 1 익명_33459280 2024.09.14 181
109633 와 티원 진짜 심각해졌네 2 익명_32313801 2024.09.14 175
109632 노트북 추천좀요 2 익명_01293860 2024.09.14 164
109631 보크 하면 2 update 익명_77903391 2024.09.14 167
109630 대출 다 갚음 2 익명_88882302 2024.09.14 177
109629 명절 선물 현금 20씩 받다가 바뀜... 2 file 익명_91370026 2024.09.14 186
109628 가평 남자4이서 갈 펜션 추천점 1 익명_34338326 2024.09.14 165
109627 데이브 더 다이버 할인하길래 삼일전에 샀는데 1 익명_24685156 2024.09.14 168
109626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마다 주로밥값 얼마짜리 사먹어? 2 익명_55940491 2024.09.14 176
109625 넌 늙어서 오래못하겠지 (관)에갈시간 ㅡ다가오고 있다 익명_85960379 2024.09.14 204
109624 식당사장들 별로다.. 익명_27055546 2024.09.14 197
109623 이거 뺑소니로 신고함? 2 익명_43204994 2024.09.14 215
109622 보리 전복 죠리퐁 익명_06707608 2024.09.14 208
109621 가x시장 서x식당에서 술안먹고 상차림비로 43500원 나옴 2 file 익명_91350217 2024.09.14 2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386 Next
/ 4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