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고민이라 글을 올려서 답을 받아봤자 결국 내 마음 가는대로 할 거 같아서 그냥 넋두리 좀 풀고 갈게
일단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20대 초중반이야.
재작년 이맘때쯤 나한테 심적으로 큰 일이 터져서 여자친구하고도 잘 안되서 헤어지고 대인기피증도 생겨서 몇 달간 집에서 칩거하기도 했었는데, 물론 지금이야 또래보다 빨리 독립했으니 먹고 살아야했었고 업 특성상 여러 미팅이 잦은 업이라서 약 먹어가면서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 근육 억지로 올려가면서 살아가고 있었어. 이러면서 원래 굉장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약효 때문인가 먹고 살아야한다는 의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속으론 불편해도 겉으로는 낯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됐어.
그러다가 친한 여자 후배 SNS보다가 그 후배의 친구가 단순히 너무 재밌어보여서 아무생각없이 팔로잉 해놓고 지내면서 봤는데 뭔가 그런거 있잖아. 만나서 얘기도 잘 나눠보지 않았는데 SNS 활동하는 것만 봐도 얘 뭔가 나하고 비슷하고 잘 맞을 것 같은 거.
이성적을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말이야.
그래서 그 후배보고 오랜만에 만나서 밥이나 먹을 겸 그 친구가 나랑 잘 맞을 것 같아서 한 번 나중에 자리나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났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니까 정말 나하고 너무 비슷한 게 많고 성격까지 비슷한거야. 그렇게 그 자리는 서로가 편하게 있다가 잘 들어가서 연락하고 지내서 저번 주말에 단 둘이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정말 이 친구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을 통해 서로가 비슷해져있는거야. 나보고 만나기 전에 연락하면서 자기가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 같이 있으면 불편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정작 만나서는 그 친구가 더 얘기를 이끌어가고 되려 내가 대화에 리드를 당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헤어지기 전에 그냥 가볍게 툭 던져봤었는데
"분명 연락할 때 낯을 많이 가려서 불편해할 거라던데 되려 내가 이끌려서 불편하지 않았어?"
"되게 얘기할 때 편해서 그런지 좋았어요. 재밌었어요 오늘"
라고 얘기해주니 괜히 고맙더라고 이 친구가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지 알고 있어서 좋은 것도 좋은 건데 고마웠어. 이제 저러고 집에 갔어. 다만 (나도 그런 편이지만) 이 친구가 카톡이나 메세지 확인을 되게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답장하고 없는 이야기 괜히 끌어와서 이어나가고 하는 걸 힘들어하는 친구야. 심지어 나나 이 친구나 이 문제 때문에 크게 일이 났던 거고. 그래서 연락이 주기적으로 되지는 않는 거 같아.
사실 이미 난 알고 있어. 내가 이 친구한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지. 다만 서로가 이런 모양새에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할 지 모르겠네. 나도 여자친구를 많이 사귀어본 건 아니지만 몇 번 사겨봤을 때에도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보려고 애써본 적이 없는데 정말 이정도로 내가 적극적일 수도 있구나 싶어서 그거대로 신기하기도 하고.
잘 되던 안 되던 응원해줘..!
심적으로 터진 일이 뭔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