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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한번 맞은적이 있다.

 

 

중학생, 그때의 나는 말랐고 키는 177정도였다. 딱히 나한테 시비거는친구나 건드리는 친구는 없었다. 

반에서 아싸인 친구들이랑도 잘 노는 그냥 매일 놀고싶어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한학년 올라가고는 재밌는 친구들을 만나서 사귀고 샤기컷 같은게 유행이라 친구들따라 꾸미고싶어하는 그런학생이었다. 

 

 

 

내 추측이 맞을텐데, 어느날,  쉬는시간에 중앙계단을 올라가는데 아래쪽에서 소리가 나서 아랫계단을 쳐다봤는데,

그 자식이 날 올려다봤다. 나는 잘못들었구나 하고 다시 갈길을 갔는데, 아마 그때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봐. 지가 올려다봐서인지, 내 표정이 마음에 안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이 맞는것같다. 그자식이랑 접점이 없었거든. 

 

그자식은 복도에서 지보다 20cm는 더 큰, 양아치까진아니고 얼굴도 반반하고 그냥저냥 조용히 학교다니던 순딩한녀석 뺨을 사정없이 후리면서 학교에서 기세를 떨치던놈이었다.

 

그자식과, 쳐맞던 그 순딩한놈과 나는 초등학교도 같이 나왔는데, 그때는 그런 무자비한놈인지 몰랐다. 딱히 여전히 접점도 없었고.

 

그런데 초딩때부터 패거리 이름을 만들어서 돌아다닌거같더라.  그 패거리 이름에 우리 초등학교이름이 들어갔거든, 지금생각해도 유치찬란하다

덩치큰 순딩한녀석은 그자식한테 맞고나서인지 맞기전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그 패거리에 들어갔다. 그 패거리는 지금생각해보면 딱 군사독재였다.  

 

우리도 놀다보니 패거리라고 하긴 그렇고 무리 이름이 정해져서 놀긴했는데, 우리끼리만 진짜 재밌게 잘놀았다. 쉬는시간 비오는날 구령대에서 신발날리기하고, CA시간이나 소풍날, 한껏 꾸미고 몰려다니고, 밤에는 자전거타고 돌아다니고, 그냥 그정도??

 

근데 그것도 아니꼬왔겠지.

 

어쨌든 그날 중앙계단에서 내 표정이 어쨌는지 눈에 밟혔는지, 내 친구들한테 연락을한것같더라.

 

 

 

언젠가 친구들이 밤에 어디 놀러가자기에, 한껏 꾸미고 나갔는데. 알고보니 그 패거리들과 만나는거였더라. 보나마나 그자식이 날 불러내려고한거지.

 

나는 속으로 '친구들이 왜 나한테 놀러가자고 거짓말을했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 때문에 친구들도 불려가는건데, 그냥 말없이 함께해주는구나 싶었다.

 

 

어느 초등학교 분리수거장앞에서 대략 열댓명정도가 모였다.

 

갔더니 그자식이 나보고 나오라더라,  그래서 나갔다. 나가서 멈추자마자 뺨을 한대 후려치더라. 왜이렇게 띠껍냐며.

 

짝! 하고 곧이어 삐---- 하는소리와 고개가 오른쪽으로 젖혀졌는데, 

막내라 부모님한테 맞기는 커녕 손찌검 한번 못보고 살았어서, 살아생전 처음맞는거라 너무 어안이벙벙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그냥 얼이 빠져있었다, 주저없이 선빵갈기는 가차없는 그자식이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 뭐 그런 사사로운 생각들은 할 틈이 없었다. 그냥 공포였다.

 

 

곧이어 친구 두명정도가 나가서 그자식한테 불려나가서 맞았다. 친구들도 나처럼 한번쯤은 눈에 밟혔던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얼이 나가있었다.

친구들중에 하나가 아싸리 달려들어 패싸움이라도 하면 정신차리고 나라도 싸우고 싶은마음이 생기겠는데, 

그냥 학생부장한테 불려가서 한대씩 맞는것처럼 분위기가 압도되었다.

그러다 밑에서 지나가던 아저씨한분이 뭐하는거냐고 소리쳐서 흩어졌다.

이후에 놀이터에모여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괜찮냐고 하고 헤어졌겠지, 사실 그 이후는 기억이 잘 안난다. 흩어진것까지만 기억이난다.

집에 가니 누나가 너 어디 맞얐냐며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흘려대답했었다. 턱쪽에 멍이들어있더라.

 

 

그 뒤로 별로 터치하는일은 없었다. 아 패거리중에 한녀석이 지속적으로 나를 도발하긴 했는데, 

진짜 별 졸개같은게 쌥쌥이처럼 선은 안넘게 도발하길래, 내가 상대를 안했더니 더이상 흥미를 안보이더라. 

 

 

20년이 지난 지금, 친구녀석들과는 아직도 친구인데, 그날 일은 아직도 한번조차 서로 언급은 안했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랑은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여전히 나를위해서이려나? 

 

친구들도 기분이 더러웠겠지, 나때문에 같이 불려가서 맞은건데, 아직도 이야기를 꺼내기가 민망해서 난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못했고, 보답도 못했다.

나때문에 맞은 친구도 챙겨야하는데 그러지못했다. 이 사건이 아니어도 그시기의 나는 감정적인 결여가 많았다. 어쨌든 핑계일테지만... 

 

결혼하고 아들하나를 키우는 지금까지도 그때가 불현듯 생각날때가 있다. 기억력이 좋은편은 아닌데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내 아들에게도 그런일이 일어날까봐, 어떻게해야하지 싶으면서도 지금은 그런시대가 아닐거라고 안심하고싶기도하다.

 

예전에 살던데서 그자식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가 바로 앞에 있었는데 볼때마다 생각나서 기분이 참 뭣같았다.

 

깡다구하나는 있었던 그자식, 그따위로 살고 어디 잘살고있나? 별로 궁금하진않지만 불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확실하다.

 

구체적으로, 사고도 치고 교도소도 갔다오고 돈에 쩔쩔매고 불우하게, 비루하게 살다가 비참하게 간다면 통쾌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불편하게, 좀 간절하게 살았으면한다. 떵떵거리고살면 좀 억울할것같기도하다. 그 깡다구 믿고 살다가 큰코한번 다치고 조용히 살았으면 한다.

 

 

 

나에게 남은 상처를 되뇌이느라 그자식은 별로 중요하지않게 되었다.

누가 나에게 총을 쐈다면, 주저앉아 그 상처가 아리고 뜨겁고 아파서 누가쐈는지는 신경쓰지 못하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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