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30살이고, 그녀는 4살 연하이다.
대학교 4학년때부터 만났던 여친과 방금 헤어졌다.
정말 귀엽고 이쁘고 누구에게나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과동기의 소개로 만났고
정말 행복했고.. 또 정말 서로를 아껴줬다.
학생일때 내가 아프면 밤늦게 퇴근하고도 달려와서 응급실에 데려가주고
아저씨처럼 다니지말라며 옷도 이쁜거 많이 사주고
학생인 내가 돈이 많이 없는 걸 알기에 돈 버는 자신이 데이트비용도 많이 내고..
항상 날 우선순위에 두고 행동했던 그녀였다.
물론 나도 이때까지 만났던 그 누구보다 가장 순수하게 또 가장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를 우선순위에 두고 내 진심을 다 줬다.
그리다 난 졸업을 했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부모님 사업을 물려받아야했기에 우린 장거리가 되었다.
부산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2년뒤에 자리잡고 데리러 오겠노라고 동네 잔디밭 운동장에서 반지하나 없이 볼품없이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 허접한 고백에도 펑펑 울며 고개를 말없이 끄덕이던 그녀였다.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고 여느 장거리커플들이 그러하듯 초반에는 더 애틋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지쳐갔다.
나는 사업을 단기간에 물려받아 성공하겠다는 압박감..
그녀는 회사생활과 이직스트레스.. 등등
여러가지 각자의 사정과 적어지는 만남의 횟수에 점점 많이 싸우게되고 점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올해초 집안 사정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있었고
그녀는 나에게.. 평소대로.. 자신의 불만을 풀고 화를 냈다.
나는 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사소한 투정을 받아줄 체력과 여력이 없었고.. 이별을 고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시험을 이틀 앞두고.. 배려없이 그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
그녀는 시험도 제쳐두고 부산까지 달려왔고 울며 매달렸다.
그치만 나는 당당하게 데리러 오겠노라고 말하던 자신감 넘치던 내가 더이상 아니었다
그녀를 매몰차게 거절했고.. 한달간 연락을 안했다.
그리고 한달뒤 그녀는 그동안 많이 울고 밥도 못먹고 많이 힘들었다고 야윈모습으로 나타났다.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와는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기에 다시 안아주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줬던 상처를 감싸안아줄 용기가 없었고 어느새 그녀에게 갑질을 하는 못된 놈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두달간 다시 만나면서 그녀는 정말 많이 바뀐 모습을 보여줬고 많이 노력해줬다.
나 역시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지만 한번 깨진 신뢰의 틈은 다시 붙을 생각을 안하더라.
결국 내 30살 생일 일주일 전인 오늘 그녀와 헤어졌다.
30살 생일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며.. 예전부터 내가 30살이 되면 해주려던 선물이라고..
여러가지 그녀의 정성과 고민이 보이는 선물들을 받았다.
지난 2달간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그리고 못해줬던 것들을 다해줬기에 이제 놓아주겠노라고..
정말 눈이 탱탱 붓도록 서로 울었고 마지막 뽀뽀와 함께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나는 못난 놈이다.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감싸줄 용기도 없는 놈이다.
그냥 그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혼자 쓰는 글이다.. 김짤인들아 나처럼 못난놈은 되지말기를..
그녀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뽀뽀받으며 어떤 생각이었을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안정되면 연락할꺼라 생각할꺼 같은데...
요즘 결혼 늦게하는 추세지만 집안일이 사업과 연관된거면 잘 해결보고 여자데리고 와라. 딱히 이 커플은 문제되는게 없어보이는데 안타깝군. (여자 안데려가면 내가 데려가야지~ ㅎㅎㅎ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