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에는 10등급과 9등급을 왔다갔다했다
문득 신용등급을 조회해보다 작년 기억이 떠올라 몇자 써본다
좋은 꿈 꾸고있길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저신용자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조금 힘들다
어린 나이 무너져가는 집안을 살리기 위해 받았던 수 많은 대출과 보증은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왔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를 갚을 수 없다는 점
처음에는 하나의 신용카드로 시작했다
하나의 신용카드는 사용하기 편했고 갚을 능력이 충분했다
하나를 더 만들었다
가족에게 주었다
조금 부담이 됐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금액이 점점 늘어났다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신용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 대출을 선택했다
질 나쁜 선택이었다
대출금과 신용카드금액이 동시에 청구되었다
현금서비스를 썼다
그래도 막을 수 없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와 카드대금은 어느날 정점을 찍었다
카드 하나가 연체됐다
동시에 다른 카드도 멈췄다
모든 카드가 멈췄다
연체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법정최고금리가 39프로였다
신용카드 하나가 연체되면 다른 카드도 모두 일시정지가 되고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가 불가능했다
모든 신용은 멈춰버렸다
연체 후 남은 할부금을 전액 상환하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할부금과 대출이자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모든 금액을 더하니 4000이 넘었다
조금씩 욱여넣었던 돈들이었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우리 집은 여전히 가난했다
수천만원을 때려부어도 가난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가난하게 살았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일단 일했다
그냥 일했다
개인 회생이나 파산은 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당장 회생을 할 돈조차 없었고(회싱을 하는데에도 돈이 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도망치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도망치며 살아왔던 인생이다
도망치다 생긴 빚에서조차 도망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맞닥드리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만 했다
그저 멀뚱멀뚱 빚만 갚아나갔다
저신용자라는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가는데는 당연하게도 돈이 필요하다
돈은 일하면 벌면 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집을 구한다거나 조금 지출이 큰 달이 있다거나 할 때
우리는 신용의 힘을 빌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이용한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사채까지 간다면 정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가난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저신용으로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게 뭐 어디다 쓰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저신용자라는건 갚아나갈 돈이 많은 사람이다
갚을 돈이 없다는건 정상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한다
보통 정상적인 신용등급은 7등급에서 5등급 내외다
더 상위 등급도 있지만 난 살면서 단 한 번도
4등급 이상 올라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저신용자는 매달 나가는 대출이나 이자가 있다는 뜻이다
버는 돈은 한계가 있는데 나가는 돈은 끝도 없으니까
신용등급은 계속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갈 수조차 없다
가난은 되물림된다
나는 가난을 물려받았다
정말 어떻게든 이 고리를 끝내려고 상하차도 했고 알바도 했고
할 수 있는건 정말 다 해봤다
근데 돈을 굴릴 줄 아는 상태에서 돈을 버는 것과
돈을 모를 때 돈을 버는 것은 달랐다
이미 밑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벌어봤자 밑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 더 괴로웠다
그렇게 5년 6년이 지나서 모든 금액을 상환했다
지금의 내 상황을 묻는다면 평범하다고 말하겠다
신용등급 9등급 10등급에서 6, 7등급 까지 올라왔다
기대출과 연체는 모두 갚았다
새롭게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야밤에 신용등급 조회하다가 문득 1년전 오늘
10등급에서 9등급으로 올라왔던 때가 기억났다
저신용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진짜 할 수 있다
나같은 장애인도 해냈는걸 너희라고 못하겠느냐
지금이 지옥보다 더 힘들겠지만 지옥보다는 나을거라 믿으며
좋은 꿈 꾸며 졸길 바란다
3줄 요약
1 저신용자는 매달 나가는 돈이 많다
2 그래서 살기 힘들다
3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