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장 생산직 3개월차... 수습기간 끝나고 정사원 됐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뭔가 세상의 일부가 된 느낌이 참 행복하네요
20대 시절 저는 개차반이었습니다.
꿈도 계획도 없이 젊다는 핑계로 놀기만 했습니다.
군대에서도 전역 후 뭘 할지는 전혀 생각 안하고 그저 나가면 더 놀아야지 이 생각 뿐이었죠
전역 후 저는 더 심하게 놀았고
그러다 보니 이십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이제 뭐하고 먹고 살거냐고 점점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당시 인기있던 공무원 준비한다고 노량진 고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 앉아있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잠깐 머리 환기한다고 가본 피시방, 당구장, 오락실.....
며칠 뒤 저는 학원에는 가지도 않고 아예 피시방으로 가게 되더군요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처음에 산 책은 아직도 새책이었고 시험과목이 개정된 줄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슬슬 집에서 합격 소식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더 이상 지원은 힘들다고 하셔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고향에 내려오니 저와 똑같이 공시 준비하는 친구가 있어
같이 독서실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친구랑 저는 서로 의지하고 힘이되는 사이가 될줄 알았는데
피시방+당구장에 심지어 주머니에 만원짜리 한두장만 있어도 술까지 자주 마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30살이 넘었고 주위에는 직장에서 자리잡고 결혼소식도 자주들려오는데
친구와 저는 피시방에서 라면 사먹을 돈도 없더군요
그렇게 2년이 흘러 올해 33살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몇년전에 산 저의 새 책을 보시더니
말없이 공장 들어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참 민망하고 죄송해서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외국분들이랑 일해서 말도 잘 안통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사회의 일원이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