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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년 명 만력(萬曆) 19년, 통신사 황윤길 등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당초 황윤길 등이 지난 해 4월 바다를 건너 대마도에 도착하였는데, 일본은 당연히 영접사를 파견해서 사신 일행을 인도하여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김성일(金誠一)은 일본놈들의 거만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논하고, 1개월을 지체한 뒤에야 출발하였다.

 

일기도(一岐島)와 박다주(博多州)·장문주(長門州)·낭고야(郞古耶)를 거쳐 계빈주(界濱州)에 당도했을 때에야 도왜(導倭)의 영접을 받았다. 왜인은 일부러 길을 돌아 몇 달을 지체하고서야 국도(國都)에 도착하였다.

 

우리 사신 일행이 대마도에 있을 때 도주(島主) 평의지(平義智)가 국본사(國本寺)에서 사신들에게 연회를 베풀고자 하였다. 사신들이 먼저 가 있는데 의지가 가마를 탄 채 문을 들어와 뜰 아래에까지 와서 내리자 김성일이 그의 무례함에 노하여 즉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니, 허성(許筬) 이하도 따라서 일어났으나 황윤길은 그대로 앉아서 잔치에 임하였다.

 

김성일이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자 다음날 의지가 그 까닭을 듣고서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하여 시중을 든 왜인의 머리를 베어가지고 와서 사죄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 왜인들이 김성일을 경탄(敬憚)하여 보이기만 하면 말에서 내려 더욱 더 깍듯이 예를 지켜 대접하였다.

 

그들의 국도 대판성(大阪城)에 도착해서는 큰 절에 숙소를 정하였는데, 마침 평수길(平秀吉)이 산동(山東)으로 출병하였다가 몇달 만에 돌아온데다 또 궁실(宮室)을 수리한다는 핑계로 즉시 국서(國書)를 받지 않아 5개월을 지체한 뒤에야 명을 전하였다.*

 


 * 사신 일행은 오래도록 명을 전하지 못했으므로 관백의 측근에게 뇌물을 주어 통해 보려고 하고, 모두가 속히 일을 마치고 돌아가기를 바랐으나 김성일이 또 논쟁하여 허락하지 않았다.

황윤길과 허성은 서로 교환한 재화(財貨)가 행장에 가득하였는데 성일이 불순한 언사로 배척하였으므로 이 때문에 일행과는 크게 사이가 어긋났다.

이에 왜인(倭人)들은 황윤길과 허성을 비루하게 여기고 김성일의 처신에 감복하여 갈수록 더욱 칭송하였으나, 평의지(平義智)만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여겨 매우 엄격하게 대우하였기 때문에 김성일이 그곳의 사정을 잘 듣지 못하였다.

그후 평의지는 우리 사신에게 ‘김성일은 절의(節義)만을 숭상하니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수길의 용모는 왜소하고 못생겼으며 얼굴은 검고 주름져 원숭이 형상이었다.

 

눈은 쑥 들어갔으나 동자가 빛나 사람을 쏘아보았는데, 사모(紗帽)와 흑포(黑袍) 차림으로 방석을 포개어 앉고 신하 몇 명이 배열해 모시었다. 사신이 좌석으로 나아가니, 연회의 도구는 배설하지 않고 앞에다 탁자 하나를 놓고 그 위에 떡 한 접시를 놓았으며 옹기사발로 술을 치는데 술도 탁주였다. 세 순배를 돌리고 끝내었는데 수작(酬酢)하고 읍배(揖拜)하는 예는 없었다. 얼마 후 수길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자리에 있는 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편복(便服)차림으로 어린 아기를 안고 나와서 당상(堂上)에서 서성거리더니 밖으로 나가 우리 나라의 악공을 불러서 여러 음악을 성대하게 연주하도록 하여 듣는데, 어린 아이가 옷에다 오줌을 누었다. 수길이 웃으면서 시자(侍者)를 부르니 왜녀(倭女) 한 명이 대답하며 나와 그 아이를 받았고 수길은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데, 모두 태연자약하여 방약무인한 행동이었으며, 사신 일행이 사례하고 나온 뒤에는 다시 만나지 못하였다.

 

사신이 돌아가게 해줄 것을 재촉하자 수길은 답서(答書)를 즉시 재결하지 않고 먼저 가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김성일이 ‘우리는 사신으로서 국서를 받들고 왔는데 만일 답서가 없다면 이는 왕명을 천하게 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고, 물러나오려 하지 않자 황윤길 등이 붙들려 있게 될까 두려워하여서 마침내 나와 계빈(界濱)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비로소 답서가 왔다. 그런데 말투가 거칠고 거만해서 우리 측에서 바라는 내용이 아니었다. 김성일은 그 답서를 받지 않고 여러 차례 고치도록 요구한 뒤에야 받았다.

 

지나오는 길목의 여러 왜진(倭陣)에서 왜장(倭將)들이 선물을 주었는데, 김성일만은 물리치고 하나도 받지 않았다.

 


부산으로 돌아와 정박하자 황윤길은 그간의 실정과 형세를 치계(馳啓)하면서 ‘필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복명(復命)한 뒤에 상이 인견(引見)하고 하문하니, 황윤길은 전일의 치계 내용과 같은 의견을 아뢰었다. 반면 김성일은 아뢰기를,

 

"그러한 정상은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이 동요되게 하니 사의에 매우 어긋납니다."

 

하였다. 상이 하문하기를,

 

"수길이 어떻게 생겼던가?"

 

하니, 황윤길은 아뢰기를,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력과 지략을 모두 갖춘 사람인 듯하였습니다."

 

하고, 성일은 아뢰기를,

 

"그의 눈은 쥐와 같으니 족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됩니다."

 

하였는데, 이는 일본에 갔을 때 황윤길 등이 겁에 질려 체모를 잃은 것에 분개하여 말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 것이었다.

 

당시 조헌(趙憲)이 화의(和議)를 극력 공격하면서 왜적이 기필코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대체로 황윤길의 말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서 모두가 ‘서인(西人)들이 세력을 잃었기 때문에 인심을 요란시키는 것이다.’고 하면서 구별하여 배척하였으므로 조정에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유성룡이 김성일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황윤길의 말과 고의로 다르게 말하는데, 만일 병화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

 

하니, 김성일이 말하기를,

 

"나도 어찌 왜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겠습니까.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의혹될까 두려워 그것을 풀어주려 그런 것입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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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랄까봐 일부러 황윤길과 다르게 말한 것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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