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집이 예전에 어마어마 하게
잘 사셨는데 큰아버지 한분이 집안 말아먹고
잠적한 이후로 우리아버지가 그 빚 떠않고
20대를 정말 힘들게 보내셨었음...어쨌든
하루는 아버지가 친구 만나러 부산에 오셨다가
시간이 남아서 혼저 범어사 절에 바람이나 쐴겸
가셨다함...노상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한창 힐링하시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절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 사는게 참 고달프니
좋은 사람 만나서 장가가게 해주세요..하고 빌었다 함
그리고 내려와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앞에 왠 여자가
버스 토큰을 못찾아서 허둥지둥 하고 있었다더라..
아버지가 평소에는 그런 오지랖 안부리시는데
그날따라 대신 버스비가 내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그게 우리 엄마 아빠의 첫 만남이였음...
드라마 같이 엄마와 만난 우리 아부지는
그 후로 약 10년을 넘게 고생하셔서 집안 빚도
다 갚으셨고, 개인 중장비로 사업도 시작해서
당시에는 있는집만 한다는 집 전체 리모델링도 했었음 ㅎ
그리고 그 리모델링이 끝난 마지막날 새집에 살아보지도
못하시고 돌아가셨음...마지막까지 드라마처럼 가시더라
돌아가시고 나니 백혈병이었다더라...
그렇게 일생을 헌신했는데 정작 자기 몸은 못챙겨서
허허...가족들은 아무도 몰랐고 나도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셔서 집에서 쉬시는건줄만 알았었는데...
본인은 알고계셨던것 같더라...리모델링이 끝나는 날
집에 왔더니 아부지는 혀가 굳어서 말을 못하시고
거동도 못하시더라..누나랑 나는 그냥 혀깨물고
다리 다쳐서 그런줄 알았었다...
또 그 와중에 아직 살아보지도 못한
새 집에서 떠나기는 싫으셨는지 나 데리고
운전해서 할머니 집으로 가는데 그때 대사가 아직도
기억난다...본인이 목숨을 걸고 가고 있는거니까
절대 잠들지 말라고...난 그때 12살이였는데
그냥 아무이유없이 무서워서 입닥치고 있었다...허허
할머니가 끓여준 라면 한그릇 먹고 나에게는 할머니랑
자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신 그 모습이
마지막이였다...참 엄하지만 좋은 사람이였는데..
물론 지금은 떠난 아버지 만큼 잘해주시는 새 아버지도
있으시고 누나와 나도 취업해서 다 잘 지내는데
내일 아버지 산소 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그날이
생각나서 몇자 끄적여봄... 다들 부모님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