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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시력은 양쪽 전부 -1.0 정도였음. 

 

책상에 마주앉아서 보는 거리 벗어나면 사람 얼굴은 아예 안보임. 

 

어렸을 때는 시력이 좋았었는데, 컴퓨터랑 망가진 생활 리듬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는 수업시간에만 안경을 쓰게 되었다.

 

군대에 가고 나서부터 안경과 한 몸이 되어서 살았는데 그 불편함이 장난 아니였다.

 

그래서 전역 후 돈을 모아서 라섹 수술을 받게 되었음. 

 

라섹을 받게 된 이유는 라식에 비해 충격에 강하기 때문. 

 

가격은 140에서 지인할인을 받아서 110에 했다.

 

---

 

수술 당일날은 샴푸, 바디워시, 향수 등등 향이 나는 것들은 하지 말라고 했다.

기계가 향에 민감하다나. 선크림도 안된다고 기억함. 

 

그냥 일어나서 세수하고 토너 하나 바르고 갔다. 

 

---

 

수술 전에 마취 안약을 몇 방울 넣는다.

 

솔직히 무슨 안약으로 마취를 하겠냐고 생각했는데, 효과는 대단했다.

 

눈 밑이 점차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더니 아무 느낌도 안 난다.

 

그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가서 누웠다.

 

---

 

수술이 어떤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포 그 자체였다.

 

공포만 있을 뿐 수술 자체에 고통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속으로 군가 '전우', '전선을 간다'를 계속해서 불렀고, 행군 때의 그 고통을 생각하며 1분 1초를 곱씹게 되었음. 

 

---

 

자세히 말하자면, 진짜 고문받는 외계인이 느낄 공포가 어떨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일단 눕혀놓고 눈을 최대한 크게 벌린채 테이프로 위아래를 고정시킨다.

 

그 다음에 개구기 같은 철사를 눈 뼈 안으로 쑤셔넣는다. 아마 위아래로 쫘악 당기는 것 같음. 

 

이 때가 진짜 소름 돋는다.

 

아마 위에서 봤으면 내 눈이 동그랑땡처럼 땡그랗게 되어있을거다.

 

수술 전 눈을 깜박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을 안고 들어갔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일단 마취안약 때문에 눈에서 느낌이 안나서 눈을 계속 뜨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게다가 애초에 안구를 고정시키고 있어서 꽉 감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끔 눈가에서 입질이 올때 눈 밑을 살짝 움찔거리는 정도로만 해도 눈을 감고 싶은 욕구가 해결된다.

 

---

 

처음에 누워서 수술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불빛이 켜지고 이상한 기계가 내 눈 위로 온다.

 

그러더니 그 기계 사이로 초록 불빛이 나오고 의사 선생님이 그 불빛(레이저)로 내 눈 한가운데를 지지가 시작하신다.

 

그럼 약간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동공 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오징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참고로 하나도 아프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픈 것은 하나도 없다. 아예 아무 느낌이 안 난다.

 

하지만 그걸 다 보고 있어서 무서울 뿐...

 

---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더한 것들이 아직 남아있다.

 

갑자기 엄청난 불빛이 사방에서 한번에 켜지는데, 그냥 밝은 정도가 아니라 눈 앞에서 섬광탄을 터뜨리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를 상상하게 된다.

 

사실 눈뽕을 하고 레이저를 지진건지 그 반대인지 기억이 안나서 그냥 적겠음. 

 

여튼 너무 놀라서 몸이 굳었는데, 왜 고라니 이놈들이 자동차 불빛 맞고 가만히 있는지 알겠더라. 

 

아마 이걸 마취안약 없이 그냥 당했으면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까지의 눈물이 한번에 다 나왔을거다.

 

이 때의 내 시야를 설명하면, 그 전까지는 앞이 평범하게 보였는데. 이 엄청난 불빛이 켜지는 그 순간부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불빛들만이 한 100배가 커져서 뿌옇게 보인다.

 

그리고 그게 미칠듯이 흔들린다. 물 위에 떠서 계속 흔들리는 배 밑을 물 바로 밑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다.

 

---

 

소독을 하는 것인지 내 동공 한가운데로 브러쉬인지 뭔지를 가져가 비빈다.

 

이게 ㄹㅇ 소름돋고 무섭다.

 

흰자 부분에 대는 것도 아니고, 나조차도 살면서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동공 한 가운데에 뭘 가져다 비빈다. 

 

심지어 마취안약을 넣었어도 직접 가져다 대니까 느낌이 난다.

 

말랑말랑한 푸딩 위를 숟가락 뒷면으로 비비는 그런 느낌이다.

 

가슴이 미칠듯 뛰고 오한이 난다. 

 

그러더니 또 이상한 철 막대기로 동공을 슥슥 쓸어준다. ㅗㅜㅑ;;

 

거기에 소독약인지를 치과에서 입 안에 호스로 뿌리는 것처럼 계속 뿌리고 한 쪽에서는 그걸 다른 호스로 빨아들인다.

 

내 눈알 위에서 이걸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심장이 더 뛰기 시작한다.

 

첫사랑에게 고백을 받아도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지 않을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호렌즈를 덮어준다.

 

---

 

수술은 이게 끝임. 

 

내 뒤에 들어간 어떤 여성 분도 수술 끝나고 엄청 현타가 오는 표정으로 나왔다. 

한 20분 전 나랑 같은 표정이였음. 

 

수술 자체는 엄청 빨리 끝난다. 

 

양쪽 다 해서 20분도 안걸렸던 것 같다.

 

눈 고정하고 레이저 지지고 닦아내주고 보호렌즈 덮어주면 끝이다.

 

근데 진짜 악마는 그 다음에 있었다.

 

바로 마취가 풀리고 나서다...

 

---

 

집에 올 때까지는 조금 눈물이 나긴 해도 눈을 뜨고 올 수 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그날 밤부터 악마가 찾아왔다.

 

일단 첫번째는 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술 날 간단하게 씻을 후부터 다음 점검(약 일주일 후)까지는 씻을 수가 없다.

 

물이 들어가면 안되서 세안을 하면 안된다는 개념의 샤워 금지도 있지만 대부분 첫째날을 보내고 나면 이유가 '아파서 씻을 기운이 없다'로 바뀐다.

 

이 '보호렌즈'라는 것이 얼마나 X같은지가 마취가 풀리고 나서부터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예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뜨고 3초 이상 있는 것이 불가능했다.

 

눈을 뜨면 눈물이 쏟아진다. 게다가 보호렌즈가 두꺼운지 눈 안에 뭐가 턱하고 걸린 느낌이 나는데 이게 그냥 신경쓰이는 정도가 아니고 엄청 아프다.

 

진짜로 아프다.

 

거기에 더 고통스러운 점은 눈을 감아도 눈알을 굴리면 보호렌즈가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안보여서 못하는게 아니라 눈이 아파서 못한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서 식욕도 없어진다. 그래서 밥도 안 먹게 된다. 몸무게가 2kg 넘게 빠졌다. 

 

그래서 잠에 들기 전까지의 1분 1초를 눈의 고통을 인지하며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날 잠에서 깬 순간부터 '오늘도 시작인가' 하는 절망부터 느낀다. 

 

게다가 잠 또한 자고 싶을 때 잘 수가 없다.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잔다. 

 

이렇게 조금 살다보면 눈을 감아도 아프지 않은 일정 각도를 스스로 찾게 된다. 

예를 들면 왼쪽 위를 보고 있으면 눈이 멀쩡하다던가.

 

하지만 그 각도를 벗어난 순간 꿈나라 바로 직전까지 갔어도 허벅지에 라이터 전기충격기를 맞은 듯 온몸이 발작을 하며 현생으로 영혼이 돌아온다. 

 

그 상태 그대로 새벽까지 혼자 끙끙대면서 세상과 시력 나쁜 내 자신을 원망하고, 결국은 지쳐서 기절한 후 다음날 눈이 떠지고 나서부터 다시 어제로 돌아가는게 일상이 된다.

 

---

 

그리고 보호렌즈를 제거하는 날이 온다.

 

이 날은 역시나 마찬가지로 눈을 뜨면 아프기 때문에 누군가와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같은 경우엔 평일이여서 혼자서 갔다. 

 

10m 걷고 한 번 눈 뜨고 하는 식으로 갔다. 

어떻게 살아서 갔는지 의문이다.

 

검사를 마치고 보호렌즈를 떼어주는데, 딱 붙어있어서 그런지 떼는 순간 야리꾸리하게 시린 느낌이 팍 든다.

 

그리고 훈련소 수료식 이후로 처음 느끼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이제 눈을 떠도 아프지 않다. 

 

---

 

라섹은 회복기간을 기다리는 수술이라 바로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수술 전보다 약간 잘 보이는 정도지만 가까이 있는 모니터, 핸드폰은 뿌옇게 보일 것이다. 

 

안보인다고 쓰던 안경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 쓰던 안경을 써보니까 도수가 안맞는다. 

 

---

 

눈 각막이 얇아져서 그런가 눈뽕에 엄청 민감하게 된다. 

 

아직 4주차라 그런지 방 불을 끄고 핸드폰을 쳐다볼 수가 없다. 

 

모니터를 보면 글자가 2개로 곂쳐서 보인다. 

 

---

 

웃긴 버릇도 생긴다.

 

전보다 잘 보이니까 무의식적으로 안경을 쓴 줄 알고 세수하거나 옷을 벗을 때 양 손을 귀에다가 가져다 대고 뭘 찾게 된다.

 

---

 

안구건조증 또한 뭔지 알게 된다. 

 

이것 또한 계속 있는 사람도 있고 회복하면서 나아졌다는 사람도 있는데, 일단 아침에 눈을 뜨면 눈이 뻑뻑하다.

 

여름에 달리기를 하면 목이 사막처럼 변해서 쩍쩍 갈라지는 느낌은 다들 알 것이다. 그게 눈에서 느껴진다.

 

그 상태로 눈을 깜박이면 약간 안구가 살에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진짜 기분 나뻐서 눈 뜨자마자 안약을 넣는다. 

그럼 감쪽같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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