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20대초반까지만해도 유난히 힘든날에 폰을 뒤적였을때 밥먹자고불러서 하소연할 친구들이 있었다.
어떤 해결책을 주기보단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있어주는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걸 서로 잘 알아서
술한잔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었다.
그러다 막차시간이 되면 토할듯이 뛰어서 지하철역을 통과하곤했다.
가끔 막차놓쳤을때엔 첫차를 기다리며 밤새 놀았다.
한잔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길이 우울하지않았다.
친구의 친구도 내친구였고 옆자리 테이블의 이름모를 누나도 다음날이면 한 침대에서 일어난 "아는누나"가 되어있었다.
좋던 싫던 인생은 다이나믹한 것이라 생각했다.
20대중반이 되었다.
내가 입대하고 전역하고 졸업하고 취준하고 한것과 같이 내 또래들도 각자의 길로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되었다.
원래 알고지내던 친구들과 연락하는 횟수가 줄었지만 가끔 연락하거나 만날때면
전과같이 어색함1도 없이 어제 본것같이 친근했다.
역시나 우리들은 철없었고 변한것이 없었다.
미친것처럼 낄낄거리기다가 막차시간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레 자리가 정리되간다.
다음에보자고 말하고 각자의 길을 가지만 그 "다음"이 금방오지않을것을 안다.
카톡하라고 말하지만 서로 한동안 연락안할것을 안다.
뒤를 돌자마자 몇초전까지 웃고있었던 얼굴이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발걸음 한번 뗄때마다 머릿속으로 별의별생각이 다 들며 복잡하다.
생각을 멈추고 싶다.
20대후반이 되었다.
친구들 98%가 자기 직업이 있고 나또한 내가 바라보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매일보았던 동네친구들은 이제 다 떨어져살고 1년에 한두번 뭉치는것도 빡세다.
20살이 되고나서부터 근10년간 꽤나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알바,원나잇,첫 연애,첫 섹스,첫 이별,우울증,공황장애,군대,운동,취준,여행,일탈,첫 입사......그리고 그것들의 반복
그 경험들로 인해 꽤나 많은 이해문제를 겪었다.
기쁨,절망,슬픔,즐거움,설렘,무기력 등등...
그리고 무언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친구들을 볼때면 알수없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돈이 부족했던 전과는 다르게 이젠 시간이 없어서 약속잡기가 힘들다.
그래서 한번 만나면 아쉬운마음에 막차탈 생각도 안하고 밤샐기세로 퍼붓는다.
하지만 새벽한시 정도되면 슬슬 텐션 바닥나서 택시잡기 시작한다.
택시안에서 지나치는 풍경들을 보며 마음이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금새 우울함이 기다렸다는듯 차오른다.
동네부랄친구들의 연락처밖에 없었던 폰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있다.
하지만 절반정도는 과거의 인연들, 나머지의 반정도는 연락하기 뭐한 사람들...나머지의 반정도는 별로 안친하고..
이렇게 폰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가장 비참한날엔 연락할 사람이 한두명밖에 없다.
내가 좀 비참한 날에 위로해주길 바라며 연락한 친구는 그날 나보다 더 비참한 기분을 홀로 삼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생각에 썼던 카톡을 다시 지운다.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힘들다며 연락오지 않는다.
더이상 사람에 기댈수가 없기에 기대지 않는다.
전엔 한두번만 얼굴봐도 형누나친구 먹었던 것같은데
이젠 3년다닌 미용실 디자이너와도 사무적으로 존칭한다.
요즘 한숨이 늘었다.
점점 세상과 내가 분리되서 보인다.
온전히 혼자가 되감을 느낀다.
물론 다 나같지는 않겠지.
그저 생활하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슬픔이 쌓여간다.
멋진 친구
그게 바로 자가우울증이야
그러나 사실 너는 평탄한 길을 부족함없이 가고있는것이다
물리적으로 보면 말이다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다
걱정할 것 없이 친구들에게 안부문자보내고
가족들 잘 챙기고 너 자신 늘 사랑하고 아끼고
네 사람들 너같이 챙기면 되는거다
너나 나나 어제와 예전은 다시 못 돌아가니까
지난 날을 추억삼아 오늘과 내일을 씩씩하게 나아가면 되는거다
버겁고 힘들면 김짤러 친구들에게 하소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