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기뢰제거 영상 공개
"이란 경비정이 측면 접근해
미폭발 기뢰제거 장면 담겨"
이란 "美·이스라엘이 배후
중동불안 노린 정치 공작"
美의 베트남전 개입 명분된
`통킹만 사건` 닮아 진실게임
13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는 전날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의 피격에 이란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측 주장에 따르면 이 동영상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피격당한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의 측면에서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왼쪽)과 해당 선박이 피격으로 손상을 입은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습으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란판 통킹만 사건에 비유하고 있다.
통킹만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두고 여전히 논란 중인 사건으로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는 데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1964년 8월 미국 군함이 베트남 근해 통킹만 공해상에서 공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당시 북베트남 정권의 공격이라고 단정하고 항공모함을 동원해 보복 폭격했다. 그러나 1971년 뉴욕타임스(NYT)가 폭로한 펜타곤 보고서에 따르면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려고 조작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1995년 회고록에서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실토했다.
13일 미국 군당국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피격당한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측면에서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이라며 해당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한 경비정이 고쿠카 커레이저스에 접근했으며, 이 배에서 선체에 부착된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이 관측돼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CNN도 미국 관리 4명을 인용해 이란 해군 선박이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동영상을 미군 항공기가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견 직후 트위터에 "미국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용의자"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어리석음이 중동에 불꽃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이란 대표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회견 이후 성명을 내고 "유조선 사고와 관련한 미국의 근거 없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하며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 측 의혹 제기가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 행위) 외교'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중동의 모든 나라는 지역 불안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이번 공격을 중동에 불안을 일으키려는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군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미국 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군이 이란군 소행이라는 증거로 제시한 영상이 사건 발생 뒤 약 10시간 후에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군 항공기와 구축함이 사건 현장에 배치된 상황에서 IRGC가 섣불리 자신이 부착한 폭발물을 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인 셈이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9&aid=0004374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