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2.jpg 


조회 수 363 추천 수 2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0553f67a5ff628a64162faefafc91807.jpg

 

 

 

며칠 전 햇반이나 좀 살까 해서 쿠팡 들어갔다가

아이스크림도 배송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고

와... 아이스크림이 배송 되나?? 안녹나 이거??? 

하고 신기해가며 주문을 넣었다.



하루 이틀 지나도 안오길래,

배송 출발을 늦게 한건가 싶어서 걍 기다리고 있었다.



(알다시피 수도권은 대부분 하루면 배송 온다.) 





별 거 없는 잉여로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오후 쯤 지나서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



택배입니다.



현관 열고 보니,

40초반 쯤의 피부 거뭇한 아저씨가

하얀색 스티로폼 택배 박스를 안고 서 계시더라.





참고로 쿠팡에서 시켰다고 무조건 쿠팡맨이 오는게 아니다.

로켓 배송 계약 안된 상품들은,

롯데, cj 등 일반 택배 기사님들이 물품을 배송해주신다.



이번에 문을 두드린 기사님 역시 롯데 택배 기사님이더라.





아무튼,

아이스크림 왔나보네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기사님이 박스는 안건네고, "저기, 죄송한데요." 하고 말을 꺼내더라.





"이게 원래 토요일 날 배송 왔어야 하는 건데... 

토요일날 이 근처까지 배송왔었다가,

다른 물건들만 배송을 하고, 빨리 차 빼달라는 요청 때문에 급히 차를 빼다가,

이 물건을 실수로 배송을 못해드렸거든요..."



즉, 한마디로 배송 누락인 거다.





"아, 네."

"이거 혹시 가격 얼마인지 기억 나세요?"





가격을 갑자기 왜 묻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아마 1만 5천원에서 2만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가격은 모르세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쯤일 거예요."

"그럼 한 번 주문한 곳에서 확인을 좀..."

"가격을요?"

"네, 이걸 폐기 처분하고, 배송 누락으로 회사측에 환불 처리하셔야 하는데요."

"네."

"그렇게 하시면 아무래도 번거로우니까, 비용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제가 현금으로 그 금액을 배상해드릴게요."





엥??? 왜??? 와이???

왜 기사님이 손해 배상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럼 제가 회사측에 반품 요구를 할게요."

"네, 그렇게 하셔야 하는데, 그럼 번거로우시니까..."

"회사에다가 반품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배송 받았더니 이미 녹아 있었다고 하면 될 거 같은데."

"네, 근데 원인이 배송 누락이니까 그게..."

"그럼 기사님이 손해보시게 되잖아요."

"네. 제 잘못이니까 어쩔 수 없죠."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던데, 

그 표정에서 난데없이 무게감 같은 걸 느꼈다.




저렇게 정직하게 자기 잘못 인정하고 사과하는 분께 

모든 피해를 떠안기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택배 기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인터넷에서 많이 접했기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오는 궂은 날씨에

우산 한 장 못걸치고 일하고 계신 모습이 안쓰러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면 좀 녹았어도 다시 얼리면 그만 아닌가?

혹은 안녹았을지도 모르고. 설령 좀 녹았다해도 음식물처럼 썩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이거 안에 확인 한 번 해보셨어요? 아직 안녹았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네. 확인해봤어요."

"좀 녹았어요?"

"다 녹았더라구요. 이미."

"아니 그래도 다시 얼리면 될 거 같은..."

거기서 기사님이 스티로폼 뚜껑을 뙇 열어주시는데,

...... 완전 다 녹았더라.

아이스크림 녹은 거 만져 본적 있는 사람은 알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 이건 다시 얼린다고 될 게 아니구나..' 싶은 상태.

"아, 다 녹았네요."

그때 기사님 얼굴을 딱 봤는데,

일부러 미소를 짓고 계신데, 죄송함이 엄청 섞인??

뭐랄까 그런 복합적인 표정이었다.

잔 주름 있는, 거뭇거뭇한 피부에,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니 마음이 꽤 불편했다.

아무튼 기사님이하고 한 5분 정도 씨름하다가,

"그럼 기사님이 손해보시는 거잖아요."

라는 말만 한 3번 되풀이하다가,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완고한 주장에,

알겠다고 하고 쿠팡 접속했다.

15,500원인데

배송비 2천원 빼면 13,500원이더라.

그래서 기사님한텐 걍 13,500원이라 말씀드렸다.





"확인해보니 13,500원이네요."

"아 그럼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이체 해드릴게요."

"계좌요? 그냥 현금으로 주셔도 돼요."

"아, 그래요? 그럼..." 

"만 원만 주세요."

"네?"

"담배 한 갑 사폈다고 생각할게요."

"아니에요. 다 받으세요."

"그럼 이거 택배 제가 받으면 또 쓰레기 처분하고 버리고 해야 하니까, 기사님이 좀 처리를 해주시겠어요??"

"네, 이건 제가 처리를 해드릴게요."



하면서 나머지 3천원을 손에 쥐어주려 하더라.

연거푸 괜찮다고 겨우 거절했다.





고작 3천원이 뭐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고작 3천원인데...

엄청 작은 돈인데.

왠지 엄청 받고 싶지 않았다.





택배비가 2천원이다.

저 무거운 짐 날라 배송하면 고작 2천원인거다.



심지어 그것조차 온전한 택배 기사의 몫이 아니다.

회사 떼고 유류비 떼고 세금 떼고...



기사님이 만원 손해보는 것만 해도,

몇 번의 택배를 더 날라야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필 비까지 오는 날씨에...



결국 3천원은 거절하고,

기사님 가시기 전에,

냉장고에 있던 음료 한 캔 들고와서 쥐어드렸다.



"더운데 이거라도 드시면서 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현관문을 닫고 돌아서서,

난 5천원 손해, 기사님은 만원 손해,

다들 손해만 봤네. 



하는 시덥잖은 생각 하고 있는데,

10분도 안돼서 누가 또 문을 두드리더라. 



누구세요?

택배요.



배송 올 택배는 더는 없었다.

내가 뭘 시킨 게 있었나?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더니, 

방금전 왔었던 그 롯데 택배 기사님이 서 계셨다.

난데없이 까만 봉다리를 건네시면서, 

"이거..."

"뭔데요?"

"밑에 편의점에서 사왔어요."

하시더라.

열어보니 아이스크림 몇 개가 들어있었다.

"괜찮아요. 저 안 그래도 인터넷에서 다시 시키려고 그랬어요."

"그럼 배송 올때까지 일단 이거 드세요."

하고,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시더라.

그리곤 다시 빗 속으로 걸어가셨다.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내가 인터넷에서 시켰던 아이스크림이 종류별로 하나씩 다 있더라..

그 스티로폼 박스 열어서... 뭐뭐 주문했는지 확인하고,

그거에 맞춰서 편의점에서 하나 씩 사오신 거였다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비싸서

저렇게만 사도 만원인데...

3천원 돌려드리고, 2만원 받은 꼴이 됐다.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기는데,

뜻하지 않게 돌아온 더 큰 호의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댓글 새로고침
  • 히카루 2019.12.10 15:00
    저렇게 사과하면 그냥 넘어갈일을 던지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일이 커지는듯요
    사과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해하시더라구요..대부분...
    - 축하드립니다. 댓글 보너스 16점을 받으셨습니다.

    0 0
  • 달마 2019.12.10 20:29

    아이스크림 배송은 좀 거시기하긴하네... 

    0 0
  • 이루다 2019.12.11 05:45

    와 감동스ㅋㅋ 나도 저럼 상대방의 태도에따라 내태도도 달라짐


    - 축하드립니다. 댓글 보너스 19점을 받으셨습니다.

    0 0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베스트 글 jpg 신림동 빨래방 만취 女중딩 13 newfile 재력이창의력 2024.05.03 1528 5
베스트 글 gif 긴 머리 커트해서 단발되고 존예된 누나.gif ㄷㄷㄷㄷㄷ 7 newfile 재력이창의력 2024.05.03 1352 5
베스트 글 jpg 재작년에 죽은 동생이 남기고 간 유산 3 newfile 꾸준함이진리 2024.05.03 825 3
베스트 글 jpg 경비원 대리주차 벤츠 급발진 사건 근황 3 newfile 재력이창의력 2024.05.03 952 3
베스트 글 mp4 안유진 눈빛 따라하는 아이브 멤버들 2 newfile 꾸준함이진리 2024.05.03 512 3
베스트 글 jpg 여자한테 회 얻어먹는 방법 3 newfile 꾸준함이진리 2024.05.03 496 3
베스트 글 gif 오늘자 설윤의 불투이스 샤라웃 newfile 꾸준함이진리 2024.05.03 354 3
베스트 글 jpg 의외로 오피녀 만났을 때 하면 당황하는 행위 4 newfile 재력이창의력 2024.05.03 1397 3
베스트 글 jpg 68kg 복싱 챔피언 vs 120kg 헬창 12 newfile 재력이창의력 2024.05.03 874 1
베스트 글 mp4 요새 진짜 리즈인 츄 인스타 릴스 newfile 꾸준함이진리 2024.05.03 416 1
460105 mp4 [놀면뭐하니] 미주와 열애설 공개 후 안심했다는 송범근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15 0
460104 gif 오늘자) 위험해보이는 UFC 계체량 시스템 1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32 1
460103 mp4 ㅇㅎ) 짧은 춤사위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29 0
460102 gif 떨리는 허벅지 밴드 사나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76 0
460101 jpg 이건 순전히 과학적인 목적으로 개발하는 겁니다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88 1
460100 jpg 디저트 애호가들의 백화점 디저트 블라인드 테스트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85 0
460099 jpg 9살에 실종된 소녀 6년만에 여중생으로 귀가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25 0
460098 jpg 하루 6시간 수면은 몸 서서히 무너지게 함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37 0
460097 gif 엄마 아빠 가슴 내려앉는 순간 1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99 0
460096 jpgif 대한민국 면역력 최강자 기안84 ㄷㄷㄷ 1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90 0
460095 블박 블랙박스) 미친제동력ㄷㄷ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08 0
460094 mp4 전 시크릿 멤버 한선화 레전드 어록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06 0
460093 jpg 미국에서 흥하고 있다는 한국 제품 1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18 1
460092 jpg "현직 경찰이 JMS 성범죄 증거인멸 정황"…감사 착수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02 0
460091 jpg 폐급 연애인 침착맨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54 0
460090 mp4 라이브 논란에 본인등판한 에스파 윈터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56 0
460089 mp4 ㅇㅎ?) 여자버전 얼굴 vs 몸매 2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359 0
460088 jpg 이연복 쉐프가 대판 싸우고 모임 절대 안나가는 이유 1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04 1
460087 jpg 오빠 때문에 대성통곡 했다는 처자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16 0
460086 mp4 같은팀 멤버 때문에 립싱크 걸린 아이돌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98 0
460085 jpg 뉴욕 연봉 1.4억의 삶 3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72 1
460084 mp4 예원이 워터밤에 못가는 이유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314 0
460083 jpg 한국에서 종이책이 얼마나 안 팔리냐면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01 0
460082 gif 탈모인들이 가장 싫어 한다는 말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50 0
460081 mp4 지구랭킹 1위를 만난 호랑이 반응 2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06 0
460080 mp4 실제 있었던 부산식당 대참사 甲 3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01 0
460079 jpg 영창 3천년만에 드디어 전역한 군인.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76 0
460078 mp4 (극혐 주의) 아프리카 사람들 괴롭히는 중국인들 2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19 0
460077 jpg 40kg 감량한 헬갤러의 달라진 인생 후기 3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228 0
460076 jpg 성심당 해킹 주의 newfile 제로콜라중독 2024.05.04 169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337 Next
/ 15337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아이디가 없으신 분은

회원가입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X


kakao.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