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만여 장을 생산하는 이 공장에 온 공무원들은 절반을 새로운 거래처에 내놓으라고 했다.
이 회사 대표는 황당했지만 따랐다. 비상시국이고 행정명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조치는 첩첩산중이었다.
(...) 기존에 거래하던 도매업자에게 약속했던 물량을 못 준다고 연락했다. 오랜 계약관계에 있던 도매업자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들에게 계약금을 돌려주자 이번엔 공적판매처와 일일이 새 계약을 맺어야 했다. 그나마 이곳은 규모가 있는 곳이라 영업, 재무팀 직원들이 풀가동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거래처들은 물건은 미리 받고 돈은 보름 뒤 준다 했다. “이런 일이 어디 있나. 원부자재는 현금을 주고 사온다”고 항의하자 지켜보던 국세청 공무원이 “세무조사 한번 받아보겠느냐”라고 했다. 사업 해본 사람들은 안다. 세무조사를 받으면 업무가 마비되고 실수로 혹은 몰라서 진행됐던 자그마한 회계처리 부정도 부풀려져 멀쩡한 회사가 ‘조세포탈범’이 돼버린다는 걸. 그나마 도매가라서 기존 공급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
필터 수출국이던 중국이 수출을 막았다. 마스크 모양을 찍어내는 장비도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이도 막혀 있다. 국내에 장비 만드는 곳이 있지만 주문부터 제품 출고까지 3개월 걸린다.
“야근을 해서라도 물량을 늘리라는데 이미 우리는 야근을 해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한 기본 조건인 장비와 원부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돈이 있어야 원자재를 사오는데 대금결제를 나중에 하면 어떻게 하냐는 마스크 업체 말에
"세무조사 한번 받아보겠느냐" ㅋㅋㅋ
이따위로 하면 앞으로 누가 위기상황때 국가에 협력하려고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