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의 번호.." 011·017과 이별 못하는 사연
입력 2020.06.22. 06:01
수정 2020.06.22. 06:46
https://news.v.daum.net/v/20200622060104176
“22년 지기 친구를 잃는 기분입니다. 011 전화번호를 쓰며 1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지인이 먼저 연락 온 적이 있습니다. 인생 희로애락이 얽혀 있는데 번호를 지키고 싶습니다.”
011 사용자인 직장인 A씨(39) 얘기다. ‘01X’ 전화번호를 쓰는 가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길게는 수십 년 쓴 번호를 떠나보내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21일 이동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011과 017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2G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A씨처럼 01X 번호에 애착을 가진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용하던 번호를 이어받았다” “대학과 직장 합격 전화를 받은 번호라 애틋하다. 이 번호는 ‘또 다른 나’다” 등 01X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이유를 털어놓고 있다.
생업과 연결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회원은 “겨울 한 철 장사하는데 이 번호로만 연락이 온다. 몇 년에 한 번씩 생각이 난다며 가끔 찾아주는 분도 있다”며 “번호를 바꾸면 영업손실이 상당해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은 “20년째 011을 사용하고 있는데 2014년 투자한 보증금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채무자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번호를 바꿀 순 없다. 꼭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번호 변경 후 자동연결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점에 연락이 온 고객이나 채무자와는 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