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박집에서 번개탄 피워
자살 시도 했지만 실패
2. 호수 근처에 차 대놓고 차안에서 번개탄 피워서
자살 시도 했지만 실패
3. 낭떠러지로 차 몰고 돌진했지만
습관적으로 안전벨트 멘 바람에 실패
4. 남편이 돌로 아내 머리 찍고 자기 머리도 찍어서
자살 시도했지만 몇 시간 만에 깨어나서 실패
5. 이번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얼어죽으려고
옷 다 벗고 동사로 자살 시도 했지만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나는 바람에
동상만 걸리고 실패
다섯 번이나 자살 시도 했는데도 안 죽으니까
이 부부는 뭔가 현타가 왔는지
빚에 쫓겨 자살하려던 처음의 마음을 포기하고는
사람들을 피해서 은둔하며
둘이서 숙식제공 농장 일 같은 거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기 시작함
부부 둘이서 일하겠다고 찾아가니까
믿음직스러웠는지
일시켜주는 곳도 많았고
월급도 제법 많이 받음
과수원에서 일하면서 잘 살고 있는데
어느날 경찰이 찾아와서
둘 다 체포해 버림
현재 둘은 십여년 째 감옥살이 중이고
내년에 출소하는데
죄목은 빚 때문이 아니라
살인 혐의
1번째 민박집 자살 시도 때 이들은
13살, 10살이었던 두 딸과 같이 있었음
빚에 쫓겨 가족 다같이 동반자살 하려고
차 타고 여행 와서 민박집 들어와 있다가
애들이 잠드니까 번개탄 피웠는데
막내딸이 화장실 가려고 깨서 번개탄 엎는 바람에 실패
2번째 호수 근처 차량 안 자살 시도 때도
번개탄 피웠는데 잠자던 딸들이 깨는 바람에 실패했던 거
3번째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자살 시도 때
뒷좌석에 있던 딸들은 튕겨져 나가 즉사,
이후 한참 지나서 유골 상태로 발견되는 바람에
경찰 수사가 시작됐던 거
이게 일산 여중생 자매 백골시신 사건
진작에 살려고 마음먹고 농장 일이든 뭔 일이든 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부부 둘이서 합심해 먹고 살려고 했으면
지금 쯤 딸들은 23살, 20살,
대학교 졸업하고 입학하면서 다같이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야 너무 늦게 살 마음을 먹다니
영화 <미스트>의 엔딩 장면이 생각 남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런 평을 남겼지
"10년이 지나도 이 영화의 결말은
또렷하게 떠오를 것 같다"
마치 고전 그리스의 비극과도 같은 이 이야기도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아 또렷하게 떠오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