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그뤼넨탈이라는 제약회사가 만든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인데,
엄청 효과 좋고 부작용은 전혀 없는 진정제 겸 수면제로 유명했던 약이다.
특히 임산부의 입덧을 억제하는 약물로 유명해져서 수많은 임산부가 이 약을 먹었고.
문제는 이 약이 시판되고 시간이 지나자 팔다리가 제대로 자라자 못한 기형아들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했다는 거였음. 당황한 의사와 과학자들이 원인을 연구했고, 머지않아 이게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자세한 기전을 얘기하자면 골치아프니까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탈리도마이드의 약 성분이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문제였음. 태아의 팔다리가 자라면서 혈관도 같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혈관이 잘 안 만들어지다보니 팔다리가 제대로 못 자랄 수밖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탈리도마이드는 즉각 퇴출됐지만 이미 전세계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생겨났고 역대 최악의 의료사고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참고로 이 사건은 미극 FDA의 위상을 떡상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당시 FDA에서 일하던 프랜시스 켈시라는 사람이 ‘이 약 검증이 덜 된 거 같은데?
특히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안 밝혀져있으니 그거 검증하셈’하고 퇴짜를 놓았기 때문.
제약회사가 재신청을 하든 로비를 하든 다 퇴짜놨고,
결과적으로 딴 나라에선 탈리도마이드가 거의 규제 없이 팔려나가는 동안 미국은 피해자가 몇 명 없었다.
그 결과 켈시 박사는 국민 영웅으로 유명해졌고, 국회에서는 FDA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음.
하지만 이렇게 관짝에 처박혔던 탈리도마이드는 현재 항암제로 재발견돼서 잘 쓰이는 중인데,
암이 자라면서 암 조직에 필요한 혈관을 생성하는 걸 탈리도마이드가 방해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거든.
그래서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가 처방되곤 함.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항암효과가 좋아도 임산부에겐 여전히 절대 처방 금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