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역은 일본 오사카와 고베를 이어주는 한신 전기철도의 카스가노미치역임.
아주 평범해보이는 이 역은, 70여년간 아주 좁은 승강장을 가지고 있었음.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함
국내에서는 프로야구 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모기업으로 알려져있는 한신 전기철도는 초창기에는 당시 정부의 규제도 피하고 건설비도 절약할 목적으로 오사카와 고베 시내에서는 도로에 선로를 깐 노면전차, 즉 트램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음. 그 외 지역에서는 일반적인 철도선로를 깔아서 운행.
그렇게 굴러가던 한신 전철은 1930년대 고베시의 요청에 따라 고베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기로 결정함. 지하화와 동시에 고베 시내 노면구간에 존재하던 카스가노미치역은 폐역될 예정이었고, 예정대로 지하화가 완료되자 역은 폐지되었음.
하지만, 이 역 주변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있었고 공장 근무자들의 항의로 한신 전기철도는 급하게 역을 부활시키로 함.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부활하게 된 역이 멀쩡할 리는 없었음.
이것이 1934년 급하게 부활한 카스가노미치역. 이 역의 승강장 폭은 불과 2.6m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중간에 기둥이 박혀있는 관계로 사실상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승강장을 갖게 된 것이었음. 공장의 지하 구조물 때문에 양쪽에 새로운 승강장을 파는게 불가능했었다고.
물론 한신 전기철도도 이 역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음의 조치를 취했음.
1. 승강장에 벤치를 일절 설치하지 않았음. 대신 승강장 중간에 안전펜스를 놓아 이용객들이 펜스에 손을 잡고 기다릴수 있도록 했음.
2. 상하행 열차가 동시에 통과하지 않도록 열차 시각표를 조정
3. 다른 역과는 다르게 대합실에서 '지금 산노미야(고베)/우메다(오사카) 방면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을 송출하여 열차 탑승 직전까지 이용객들이 대합실에 있도록 유도
4. 열차가 접근하면 건널목에서 들을법한 경고음을 송출, 통과열차는 시속 45km 이하로 감속하여 통과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역에서는 70여년간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음.
그리고 1990년대, 위에서 말한 공장들이 이전하고 이 곳이 주거지로 재개발되면서 승강장 확장공사가 가능해졌고
2004년 양쪽에 새로운 승강장을 파게 되면서 재개통 후 70여년만에 카스가노미치역은 비로소 맨 윗사진처럼 제대로 된 전철역이 되었음. 다시 맨 윗사진으로 올라가보면 여전히 이전에 쓰던 승강장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이 승강장으로 들어가던 계단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이 승강장은 외딴섬이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