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일생/일화
2020.04.05 19:38

영국 여성 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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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영국을 가기 전에, 부산에 있는 어느 교회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엔 헤더라는 영국인 여성이 헌신하고 있었다. 그 교회는 개척교회라 시설이 열악했고 헤더는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식사는 신김치와 미역만 들어있는 미역국, 그리고 김 몇 장이 매일 먹는 반찬의 전부였다. 

영국인이라 식탁이 아닌 밥상에서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에도 변변한 식탁이 없어  쪼그리고 식사를 했다. 

거기에 더해 교회 주변 어려운 어르신들과 작은 밥상을 나누어야 했으니 그 불편함은 오죽했을까... 

 

개척교회가 대부분 그러하듯, 상가건물 2층에 즈음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로 변으로 통로가 난 1층 입구에는 항상 취객이나 동네 백수 건달들이 오고 갔는데 한번은 헤더가 교회로 들어갈 때 한 취객이 마침 그곳에서 오줌을 갈기며 헤더에게 어줍짢은 영어 몇마디로 시비거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 불량하고 불쾌한 상황을 매일같이 겪어야 했던 불쌍한 영국인 선교사 헤더.. 나는 영국유학을 위해 그런 헤더에게 영어를 배웠다.

 

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던 나는 우리집에 초대를 했다. 

밥같은 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이 영국 여성이 매일같이 겪는 그 상황이 한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애국심같은 것이 아니라 염치있는 한국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헤더는 우리집에 왔고 엄마는 양식과 유사한 맛을 내는 스프와 스테이크, 파스타를 몇일간의 연구 끝에 대접했다. 헤더는 처음은 아니겠지만 실로 오랜만에 식탁에서 집밥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익숙한 요리를 먹었다. 헤더는 감동했고 어설픈 한국어로 '마시써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상가 2층으로 돌아간 헤더는 얼마지나지 않아 본국인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찾아왔다는 소식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들어본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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