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일생/일화
2020.04.05 19:38

영국 여성 헤더

조회 수 1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E0EF85CA-2CA4-49AE-AA7B-20E1268F5190.jpeg

 

제대 후  영국을 가기 전에, 부산에 있는 어느 교회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엔 헤더라는 영국인 여성이 헌신하고 있었다. 그 교회는 개척교회라 시설이 열악했고 헤더는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식사는 신김치와 미역만 들어있는 미역국, 그리고 김 몇 장이 매일 먹는 반찬의 전부였다. 

영국인이라 식탁이 아닌 밥상에서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에도 변변한 식탁이 없어  쪼그리고 식사를 했다. 

거기에 더해 교회 주변 어려운 어르신들과 작은 밥상을 나누어야 했으니 그 불편함은 오죽했을까... 

 

개척교회가 대부분 그러하듯, 상가건물 2층에 즈음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로 변으로 통로가 난 1층 입구에는 항상 취객이나 동네 백수 건달들이 오고 갔는데 한번은 헤더가 교회로 들어갈 때 한 취객이 마침 그곳에서 오줌을 갈기며 헤더에게 어줍짢은 영어 몇마디로 시비거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 불량하고 불쾌한 상황을 매일같이 겪어야 했던 불쌍한 영국인 선교사 헤더.. 나는 영국유학을 위해 그런 헤더에게 영어를 배웠다.

 

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던 나는 우리집에 초대를 했다. 

밥같은 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이 영국 여성이 매일같이 겪는 그 상황이 한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애국심같은 것이 아니라 염치있는 한국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헤더는 우리집에 왔고 엄마는 양식과 유사한 맛을 내는 스프와 스테이크, 파스타를 몇일간의 연구 끝에 대접했다. 헤더는 처음은 아니겠지만 실로 오랜만에 식탁에서 집밥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익숙한 요리를 먹었다. 헤더는 감동했고 어설픈 한국어로 '마시써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상가 2층으로 돌아간 헤더는 얼마지나지 않아 본국인 영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찾아왔다는 소식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들어본 일은 없다.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기준 추천수 이상이 되면 아이콘을 가지게 됩니다.

김짤닷컴에서는 도배 및 무성의 댓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시 무통보 7일 차단이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4 일생/일화 히틀러에게 위협적인 존재의 위엄 애드블럭싫어 2019.09.25 428
1293 일생/일화 히틀러가 미대 낙방한 이유 3 file 피부왕김선생 2022.10.27 2627
1292 일생/일화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당시 가장 의지했던 축구협회 인물 1 피부왕김선생 2022.12.13 2071
1291 일생/일화 희대의 사기꾼 3 꾸준함이진리 2022.11.16 940
1290 일생/일화 흉악범 신상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 1 file 애플소액주주 2020.05.13 357
1289 일생/일화 흉기에 찔린 안내견이 끝까지 짖지 않았던 이유 1 file 누가글좀써줘요 2020.04.20 224
1288 일생/일화 휴가 나온 군인 레전드 3 file 이김프로젝트 2021.09.10 459
1287 일생/일화 후한13개 주도의 오늘날 1 꾸준함이진리 2022.08.04 359
1286 일생/일화 횡단보도 건너는 흑인 남성 5 file 애드블럭싫어 2019.09.13 773
1285 일생/일화 회사 이름의 유래 1부 1 file 꾸준함이진리 2020.02.27 184
1284 일생/일화 황희의 5대손이 재산을 털어 일본도 2자루를 산 이유 file 꾸준함이진리 2019.12.12 313
1283 일생/일화 황조롱이를 강아지로 만든 남자 file 누가글좀써줘요 2020.04.06 136
1282 일생/일화 황제가 신하를 쥐잡듯 팬 이유 1 제로콜라중독 2023.06.11 143
1281 일생/일화 황당한 죽음들 file 누가글좀써줘요 2020.04.11 216
1280 일생/일화 황당한 비행기 납치 사건 file 꾸준함이진리 2023.08.10 6106
1279 일생/일화 확산되는 초식남 file 꾸준함이진리 2022.04.03 230
1278 일생/일화 화투의 그림 뜻 1 file 재력이창의력 2024.01.07 1601
1277 일생/일화 홍콩 민주화운동 때 벌어진 모세의 기적 file 꾸준함이진리 2020.03.17 166
1276 일생/일화 홈쇼핑에서 5년동안 출연 정지당한 연예인 자본주의스포츠 2022.04.09 347
1275 일생/일화 혼자서 북한군 6명 죽인 간호사 file 꾸준함이진리 2024.03.03 1038
1274 일생/일화 혼자서 보헤미안 랩소디 놀이 file 꾸준함이진리 2019.12.05 157
1273 일생/일화 호치민 아파트 가격 file 자본주의스포츠 2021.12.16 255
1272 일생/일화 호주의 쌍둥이 자매 1 file 사자중왕 2021.12.01 380
1271 일생/일화 혈관 기형으로 팔부터 손바닥까지 울퉁불퉁 부어올랐던 연빛나라 근황 2 file 미국주식이답 2020.04.26 289
1270 일생/일화 현지인이 보는 베트남의 커피 시장 [굿모닝 비엣남] 애플소액주주 2020.05.26 2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